졌잘싸를 보고싶다
단, 어른 말고 아이들에게서
아이들과 자주 외가댁 나들이를 갑니다. 외가댁 지척에 초등학교가 하나 있어 자주 아이들과 산책을 가곤 합니다. 인조잔디구장이 제법 깔끔한 학교입니다. 최근 방문했을 때 해당 운동장에서는 유소년 축구시합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야~ 장난치지 말고 바로 패스해~!
대뜸 질책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한 아이가 개인기술이라도 할라치면 바로 제재를 받습니다. 이기기 위한 움직임 외에는 피드백받기 일쑤인가 봅니다. 그리고 제 눈을 의심하는 광경이 바로 이어졌습니다.
퇴장! 나가세요!
어리둥절한 아이들 사이로 빨간 레드카드가 보입니다. 다행히(?) 퇴장당하는 사람은 어린이는 아니었습니다. 벤치의 감독이 퇴장당합니다. 그 직전에 심판에게 편파적이지 않냐며 핏대를 세우며 다투더니 그리되었나 봅니다.
(그런데 작은 운동장에서 퇴장은 어디로 가야할까요? 결국 잠시뒤 그 자리에 그냥 앉습니다. 입은 퇴장당했군요)
유소년 축구경기에서 레드카드를 보게 될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나름 살벌한 광경에 애먼 제 아이들만 트랙 근처에 못 가게 했습니다.
경기가 끝나고 뒷짐 지고 코치의 말을 듣는 아이들은 결연했습니다. 패배의 아픔을 공감하는 자리일까요. 군대 같은 엄격한 분위기였습니다. 반면 이긴 팀 아이들은 웃고 떠들며 맛있는 것을 먹으러 부모와 함께 나갑니다.
손흥민 선수는 100 호 골이라는 업적을 썼습니다. 개인적으로 손흥민 선수의 가장 큰 장점은 기술적인 면을 떠나서 주눅 들지 않고 슛을 노리는 욕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타적인 플레이도 곧잘 보이지만 기본적으로 Ego가 강한면이 유럽무대에서 성공한 이유라고 봅니다.
그날 그 축구장에서 왜 한국축구가 한계에 부딪히는지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우리 어른들은 개성을 만들 유소년기에도 단합과 공동의 목적, 그리고 승리만을 가르치는 것 만 같습니다.
족쇄 채운 코끼리처럼 풀어놔도 어찌할 바 모르는 그런 아이들이 되어갈지도 모르겠습니다.
졌지만 잘 싸운 모습은 성인무대가 아니라 아이들에게서 보고 싶네요. 왠지 우리는 반대인 것 같지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