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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둘레길 10

때, 찌끼, 재에 대한 말

by 양산호 Nov 24. 2023

  우리말 둘레길   -10      때 ․ 찌끼 ․ 재에 대한 말 

    

  외국인은 몇 주만 쿠바에 살면 쿠바인이 되지만, 한국에서는 아무리 오래 살아도 계속 외국이라고 말하는 오로 파드론(33)의 말에 부끄러워진다. (경향신문 저자와의 대화) 

  

  백인이 아니어서 사람들이 함부로 대했을까. 우리는 백인들에 대해서만 우호적이니까. 수평적 분위기 속에서 자라온 그에게 한국의 수직적 인간관계도 적응하기 어려운가 보았다. 그뿐 아니다. 한국의 친구 부부가 아이들에게 명령하거나 강압적으로 공부하라는 말에 기겁했다니, 나로서는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다. 어느 모임에서는 나이 든 남성이 여성의 말을 무례히 가로채는 것을 보고 또 기겁을 했나 보다. 


  우리에게는 낯설지 않은 풍경인데, 씁쓸해진다. 한국에서는 나이 때문이든 상하관계에서든 그렇게 사람을 함부로 대한다. 한 마디로 인간에 대한 존중이 부족한 우리들이다. 

  

  그런 그가 <쿠바 알 판 판 알 비노 비노> 라는 책을 내고, 한국에 눌러 살기로 했다는데 은근히 걱정이 된다. 가족들은 쿠바에 있고 한국어도 못한다는데, 외국인 노동자 취급 받지 않을까 해서. 그래도 그는 낙천적이다. 


  모든 일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 카리브해에 살면 모든 걸 잃는데 익숙해요. 태풍이나 홍수로 다 잃고, 정부가 다 가져가고… 태풍이 지나간 다음 날 웃으며 ‘그래, 다시 시작하자!’고 말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어요, 라고. 


  그런 그에게 이 나라가 싫으면 너희 나라로 가든가, 라고 누군가 말할까 참으로 무섭다. 


  이번에는 때 ․ 찌끼 ․ 재에 대한 말을 찾아보았다. (끝)


  . 나부랭이 : 종이나 헝겊 따위의 자질구레한 오라기.

  . 너스래미 : 쓸데없이 물건에 붙어 있는 거스러미나 털 따위


  . 골마지 : 간장, 된장, 술, 초, 김치 따위 물기 많은 음식물 겉면에 생기는 곰팡이 같은 물질

  . 더께 : 몹시 찌든 물건에 앉은 거친 때


  . 더뎅이 : 부스럼 딱지나 때가 거듭 붙어서 된 조각 = 더데

  . 더껑이 : 걸쭉한 액체의 거죽에 엉겨 굳거나 말라서 생긴 꺼풀.


  . 너겁 : 괴어 있는 물에 함께 몰려서 떠 있는 지푸라기, 티끌 따위의 검불

  . 서덜 : 살을 발라내고 난 생선의 뼈, 대가리, 껍질 따위


  두런두런 궁시렁궁시렁-----------------------------------------------


  1)요즘은 담배가 건강의 적으로 지탄을 받고 있는 중입니다만 건강을 위해 담배를 권하던 시절도 있었답니다. 배운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맛도 모르고 피우는 담배는 ‘풋담배’네요. 연기를 깊이 들이마시지 않고 입안까지만 넣었다 내보내는 담배질인 ‘뻐끔담배’와 비슷하지요.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라는 노래에, ‘내뿜은 담배 연기처럼’이라는 가사가 나오는데 풋담배는 아니겠지요. 


  2) 빚쟁이라는 말은 두 가지 뜻이 있습니다. 남에게 돈을 빌려 준 사람을 낮잡아 이르기도 하고, 빚을 진 사람을 낮잡아 이르기도 하네요. 


  3) 콩이나 팥의 꽃은 ‘노굿’이라고 합니다. 그 꽃이 피면 콩꽃이나 팥꽃이 핀다고 하지 않고 ‘노굿인다’ 또는 ‘노굿이 일다’고 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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