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시간부터 비위가 틀렸어. 그래서 선생님 똥은 개도 안 먹는다는 말이 생겼는지도 모르지. 그는 고통스러운 상태에서 자신에게 물었어. 넌 그렇게 고상한 인간이 아니야. 좀 더 도를 닦아야 해. 초등부 3학년 애들이 애를 먹였다고 해도 그렇지.
그는 중학교 3학년 수업을 하는 중이었어. 3자가 좋은 숫자인 줄 알았더니 아닌가 봐. 숫자에 생명이 담겨있으리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그는 혼자 중얼거리다 여학생인 영지를 보자, 숨쉬기 불편해 얼굴을 찡그렸어. 어제 일이 떠올랐어. 수업 시간에 영지가 입에 사탕을 물고 엎드려 있는 것을 있는 것을 보고, 그는 말했어. 사탕을 빼고, 고개를 들어! 그것은 아이들을 지도하는 교사로서 당연한 행동이었어. 아니 교사가 아니라 강사지. 그 말에 영지는 마지못해 들어주는 모양새를 취했어. 그래서 그는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너그러운 인격을 가진 사람처럼 수업을 진행했고.
그는 영지가 아역 탤런트를 했다는 말에 뚜렷한 이목구비를 자세히 보는 버릇이 생겼어. 날씬하지는 않았지만 피부도 하얀 편이라 금방 눈에 띄었어. 이 애는 사람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줄 거야. 보기만 해도 명랑하고 귀여운 모습을 금방 찾아낼 거야. 하지만 나쁜 배역을 맡을 수밖에 없다면 이 애는 어떻게 할까? 아마도 눈을 부라리며 이따위 배역을 내가 하라는 말인가요, 하며 대들지 않을까. 철없이 인신공격할지도 모르고. 그런 장면을 본 사람들은 이 애에 대해 말만 나와도, 고개를 절레절레 젓게 될 거야. 그래, 넌 아무리 친한 사람에게라도 배려라고는 없이, 비판적이 될 수 있지. 불리한 상황이 되면 결점을 찾아내 독설을 퍼부을 거고.
그가 이런 생각을 하는 것은 근거가 있어. 영지는 학교에서, 그것도 조회 시간에 교장선생님께 따지고 들어 전교생들의 비난을 산 일도 있거든. 이 이야기를 전해 들었을 때는 그도 영지를 비난할 생각은 없었어. 전말도 모르면서 학생에게 나쁜 선입견을 품고 싶지 않았거든. 그러나 당사자가 되자, 그도 마음이 달라지고 있었어.
그날따라 영지는 조용했지만, 진이에게 책 읽기를 시켰더니 귀찮아하는 것이 영 성의 없어 보였어.
“그만 됐어. 읽는 게 그게 뭐야?”
그의 말에 진이도 지지 않았어.
“그럼 나한테 시키지 말아야지요.”
그는 진이의 귀에 들리게 한숨을 쉬지는 않았어. 국어는 읽기가 기본이라는 생각 따위는 이제 하지 말자구. 아이들이 글자를 모르는 애들도 아니고. 읽어 주면 고맙다고 생각해야 할 거야.
“자, 그럼 영지가 읽을까?”
“왜 나한테 시켜요.”
그는 영지를 나무라지도 비웃지도 않았어. 영지의 심기를 건드리는 것보다 내버려 두는 것이 상책이라는 것을 깨달은 거지. 세상에 이런 애들을 위한 하나의 도가 있다면 그건 바로, 내비도야. 내비두는 거지. 그는 경상도 사투리로 생각했어. 이십 년 전에는 잠시 서울말로 생각하고, 그전에는 전라도 말로 생각했지. 공부하기 싫어하는 얼라들은 공부를 시키들 말아야 해. 학원에 오고 싶지 않은 아그들은 학원에 보내들 않았으면 좋겠고 말이여. 그런 아그들을 왜 부모들이 억지로 공부시키는 줄 참말로 모르겠당께.
더 이상 수업을 진행하기 어려워졌을 때마다 그는 늦게 온 지노에게 그랬어.
“공부하기 싫은 것은 이해하지만 안타깝다. 학원은 왜 다니느냐?”
“가기 싫은데 집에서 자꾸 가라는 걸 어째요?”
다들 고개를 끄덕였어. 햇빛을 받으면 좀처럼 자신의 동작을 멈추지 않는 플립플랩이나 노호혼처럼 고개를 끄덕거리고 있었어. 그것이 그에게는 나 좀 가만 내비도. 내비도, 하는 것처럼 들렸고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