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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산호 Aug 28. 2024

44. 레비야히헤도 제도

44. 레비야히헤도제도  (멕시코)            북미의 갈라파고스



- 이제 혹등고래 노랫소리를 들으러 가볼까.


- 진짜 들을 수 있어요?


- 새끼를 부르는 어미 혹등고래 노랫소리를 들었는데 그것은 어미소의 음매소리 같기도 하고, 날벌레의 노랫소리, 장난치는 원숭이 소리와 닮았어. 주로 겨울철에 혹등고래가 노래를 부르는데 많이 올 때는 2000마리까지 섬을 찾아오기도 해.


- 어서 레비야히헤도제도로 가요.


- 이 섬은 멕시코 바하칼리포르니아 반도, 카보산루카스에서 39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어. 육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니 사람의 흔적이 없어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남아 있어. 소코로섬, 산베네딕토섬, 클라리온섬, 로카파르티다섬, 모두 4개의 화산섬과 부근 바다로 구성되어 있어.  


- 섬 풍경은 어때요?


- 네 개의 섬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말처럼 섬 아래 부분이 바닷속에 잠겨 있어. 깨끗한 바닷물 속에는 쥐가오리나 돌고래, 상어, 수많은 물고기가 살고 있지. 이 중 눈여겨볼 것은 섬 주변에 몰려들어 희한한 방식으로 다이버들과 소통하는 쥐가오리일 거야.


- 바닷물 속이 깊은가 봐요.


- 수중 바다 풍경은 4000미터 정도의 심해 평야에 용왕님의 용궁이 있고 신하들이 함께 살고 있다 싶을 정도로 맑고 깨끗해. 아니 수정궁이 있다고 생각될 정도로 경외감이 들지.  


- 부근에 고기들도 많이 살아요?


- 그렇지. 백성들이 없을 수 없지. 가오리떼, 고래떼, 거북이떼, 무서운 상어떼. 다른 고기들도 사는데 고유종이거나 고유종에 가까워. 육지에서도 마찬가지야. 도마뱀이나 뱀, 조류, 식물 33종이 고유종이야. 좀 더 자세히 말하면, 이곳은 소코로비둘기, 소코로흉내지빠귀, 소코로굴뚝새, 클라리온굴뚝새들의 고향이야. 아마도 육지에서 멀리 떨어져 진화를 거듭해온 결과가 아닐까 싶어.  


- 구체적으로 어떤 고기들이 살아요?  


- 바다거북이나 해표, 회유어류도 있지만 최대 6미터 크기의 쥐가오리가 집중적으로 모여 유명하지. 얼가니새, 푸른얼굴얼가니새, 갈색얼가니새, 푸른발부비, 붉은부리열대조, 미국군함조도 살고. 멸종위기에 처한 타운센드슴새가 살고 있는 유일한 곳이기도 하지.  


- 얼가니가 많아요? 부비새가 많아요?


- 잊은 모양이구나. 얼가니새나 부비새나 같은 거야. 선원들이 잡으려고 다가가도 멍 때리고 있다가 잡아먹혀 멸종위기에 처해있다는 새.  


- 이제 생각났어요.  


- 섬이 육지에서 멀리 떨어져 원시 상태가 유지되어서 고유종이 많아. 그런데 말이야. 다양한 동식물이 모여 살게 된 것은 해류의 영향 덕분이야. 따뜻한 북적도 해류와 수온이 낮은 캘리포니아 해류가 섞이는 지점에 있어 다양하고 독특한 해양 생물이 살고 있지. 저번에도 말했지만, 서로 다른 해류가 만나면 영양염류나 플랑크톤이 풍부해지니까.


- 일단 소코로섬으로 가 봐요.


- 네 개의 섬 중에 가장 높은 섬, 해발고도 1130미터에 에버만 화산이 솟아있는데 1957년 이후부터 해군기지가 건설되어 45명 정도의 사람이 살고 있지. 1533년 스페인 탐험가 헤르난도 데 그리야발 일행이 처음 발견했고, 후에 섬을 발견한 사람들이 ‘도움’을 의미하는 ‘소코로Socorro'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이야기.  


- 다른 섬들에 대해서도 말해주세요.


- 클라리온 섬은 4개의 섬 중 2번째로 크고, 멕시코 본토에서 가장 먼 곳에 있어. 해안의 일부, 해군기지가 있는 곳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해변이 24~183미터 높이의 절벽으로 되어 있어.  


- 산베네딕토섬은요?


- 산베네딕토섬은 사람이 살지 않고, 면적이 세 번째로 큰 화산섬이야. 1993년 화산이 분출한 것이 마지막이었지. 섬 북쪽 풀밭에 낮은 초목들이 자라고 용암지대에는 선인장이 자라고 있어. 여기가 바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쥐가오리 고향으로 알려져 있지. 쥐가오리의 기생충을 먹고 사는 클라리온 엔젤피쉬가 사는 곳이기도 하고. 달리 말하면 엔젤피쉬로부터 청소를 받기 위해 쥐가오리가 모이는 클리닝스테이션, 청소구역이지.


- 로카 파르티다섬은요?


- 로카 파르티다섬도 사람이 살지 않는 가장 작은 바위섬이야. 바닷속에 다이빙하면 캘리포니아 가시랍스터 무리들, 낮 시간 동안 쉬고 있는 백기흉상어 새끼를 볼 수 있어. 갈라파고스상어, 실키샤크, 대왕쥐가오리, 큰돌고래, 다랑어도 사는데 재수가 좋으면 고래상어나 알래스카에서 찾아온 혹등고래를 볼 수도 있지.


- 유산을 보호하는 데 어려움은 없나요?


- 외래종이 생태계에 침입해서 훼손된 부분이 있지만 걱정할 정도는 아니야. 소코로섬의 고양이는 현격히 줄어들었고, 돼지와 양은 박멸되었어. 특이한 것은 쥐가 한 번도 반입된 적이 없다는 거야. 멕시코 정부에서도 허가 없이 보트가 섬에 상륙할 수 없도록 금지하고 있고, 스킨스쿠버 다이빙용 보트도 일정 수만 허가를 내주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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