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 그 고래 말고, 귀신고래, 다른 말로 쇠고래 잡으러 멕시코 바하칼리포르니아반도 중간에 있는 고래 보호지역에 가보자는 거지. 산 이그나시오 호수, ‘산토끼의 눈’이라는 뜻의 오호 데 리에브레 호수에 가보자. 게레로 네그로라는 작은 어촌 마을로 가면 돼.
- 진짜 고래를 볼 수 있어요?
- 그래, 고래를 볼 수 있는 곳은 많지만 아주 가까이에서 크고 까만 고래 눈을 보고 쓰다듬을 수 있는 곳은 바로 여기뿐이야. 거기에는 겨울마다 고래를 보려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이야.
- 귀신고래를 만질 수 있다고요? 도망가지 않아요?
- 귀신고래는 암초가 많은 해안가에 사는데 귀신같이 나타난다고 해서 귀신고래야. 우리나라에도 나타난 적이 있는 멸종위기종인데 평생 한 번 보는 것도 어려워. 천연기념물 126호로 지정되어 있어.
- 멸종위기종 아닌가요?
- 멸종 위기가 있었지만 1937년부터 미국정부에서 보호하기 시작하면서 3만 마리 정도가 되었어. 1994년에는 멸종위기종에서 해제되었고. 그런데 우리나라에 나타나는 귀신고래와 달리, 알래스카에서 미국 서해안을 지나 멕시코에 도착해서 새끼를 낳고 키우는 귀신고래는 물속에서 30분이나 있지만 호기심도 많아. 배를 발견하면 가까이 다가가서 사람들을 구경하는 거야. 덕분에 배에 탄 사람들은 조심스럽게 고래에게 말을 걸고 쓰다듬을 수 있는 거지.
- 귀신고래, 참 듣고 보니 특이한 고래네요.
- 그렇지. 과거에 포경이 성행하던 때는 선원들을 공격하기도 했는데 실은 호기심 많고 온순해. 단지 새끼를 키울 때 걸리면 가만 안두는 거지. 귀신고래는 길이 15미터에 500킬로그램까지 자라는데 바다 밑을 훑어 플랑크톤, 바다새우, 해삼, 물고기알 같은 것을 먹고 사는 바람에 바닷물 속 유기물이나 영양분이 뒤섞여주어 ‘바다의 농부’라는 별명이 있어.
- 알래스카에 사는 귀신고래가 멕시코까지 내려오는 거네요?
- 응. 알래스카가 너무 추워지면 이동을 시작하는데 2만 킬로미터를 쉬지 않고 이동해, 따뜻하고 염도가 높은 오호 데 리에브레 호수에 도착하는 거지. 염도가 높아야 새끼들이 위로 떠오르기 좋으니까. 12월 중순이면 이미 한두 마리가 보여. 이 고래들은 여기서 짝짓기를 해서 새끼를 낳아. 그러니까 여기가 바로 전 세계 귀신고래 절반의 고향인 셈이지.
- 언제 알래스카에 돌아가요?
- 겨울을 보내고 새끼들과 함께 알래스카로 돌아가는 때는 대략 4월 중순쯤이야. 걱정스러운 것은 과연 새끼고래가 범고래를 피해 잘 도착할 수 있을까 하는 거지. 범고래는 귀신고래와 혹등고래 새끼를 아주 좋아하거든. 자, 우리도 고래를 보러 가보자.
- 가자, 오호 데 리에브레로!
- 호수는 육지로 해안선이 들어와 있는, 입구가 좁은 만의 모양이야. 크기는 여의도 면적의 10배가 넘는데, 모래언덕이 막아주어 안쪽은 파도가 없고 조용해.
- 우와, 고래를 볼 수 있다니.
- 배에 타기 전에 주의할 사항이 있어. 고래가 다가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고, 시끄럽게 큰소리를 질러도 안 돼. 무엇을 주어도 안 되고, 고래 만진다고 배 한쪽으로 몰려들면 안 돼. 그러면 어떻게 될까요?
- 정답, 배가 뒤집어져요.
- 맞아, 저기 봐! 귀신고래가 물을 뿜고 있어. 멕시코는 1949년부터 고래 생태계를 방해하거나 상업포경을 금지하고 있어. 여기에는 귀신고래만이 아니라 대왕고래, 혹등고래, 잔점박이물범, 북방코끼리바다표범, 캘리아포니아강치도 살고 있어. 멸종 위기종인 바다거북도 3종이나 살고 있고. 초록바다거북, 대모거북, 가장 작은 바다거북인 올리브리들리바다거북.
- 대왕고래가 제일 크지 않아요?
- 맞아. 흰수염고래라고도 하는데 길이가 24미터, 몸무게가 90톤. 살아있는 동물 중 가장 크지.
- 고래잡이를 금지하는 곳은 어디인가요?
- 고래잡이 국가들이 고래의 적정한 보존을 위해 1946년에 결성한 국제포경위원회, 영어약자로 IWC야. 1986년 고래관광 필요성도 있던 차에 갑자기 고래가 급감한 것을 알게 되자, 개체 수가 회복될 때까지 포경을 금지하기로 했어. 흰수염고래, 밍크고래, 향유고래 등 멸종 위기에 놓인 12종의 고래에 대한 상업적 포경을 금지한 거지.
- 아예 잡을 수 없게 된 거예요?
- 그건 아니야. 과학 연구 목적이나 토착민 생계유지의 포경은 허용해주었지. 그래서 일본은 회원국이면서도 연구목적으로 많은 고래를 잡았던 거고.
- 우리나라는 언제 가입했어요?
- 현재 한국에서는 고래잡이가 불법이야. 1978년에 가입했으니까. 단지 그물에 잡혀 올라온 고래는 팔 수 있어. 지금 포경을 반대하는 나라는 미국과 호주 뉴질랜드야. 노르웨이, 아이슬란드는 회원국이지만 여전히 상업포경을 하고 있어. 캐나다는 IWC 탈퇴 후 원주민 생존 포경을 하고 있고. 일본도 2019년 7월에 IWC 탈퇴하고 상업적 포경을 시작했어.
- 우리나라는 어느 쪽에 서 있어요?
- 말하기 곤란해. 매년 고래 축제를 여는 울산 장생포, 포항 등 어업인들이 포경 허용을 요구하고 있어, 고래 한 마리 잡는 것은 로또복권 당첨에 비유될 정도니까. 어느 쪽이든 쉽지 않지만 그린피스에서는 고래가 기후위기에서 우리를 보호해 주고 있다고 말하고 있어.
- 어떤 내용인데요?
- 거북이만큼 오래 사는 고래가 일생동안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니 숲이나 다름없고, 고래의 똥은 바다를 비옥하게 하는 비료이고, 깊은 바닷속과 수면을 오가며 생태계를 순환시키며, 고래가 죽으면 이산화탄소를 가둔 하나의 생태계가 된다는 말씀이지.
- 과연 고래가 없으면 바다는 제 역할을 못하고 약해질 것 같아요.
- 오호 데 리에브레 호수는 산 세바스티안 사막으로 이어지는데, 여기가 보호지역의 심장부야. 여기 세계에서 가장 큰 선인장, 타워링 카르돈 선인장이 거대한 기념탑처럼 서 있어. 참고로, 카르돈 선인장은 15미터까지 자라는데 수명은 200년이나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