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이면 따뜻한 난로가 생각나는데 코를 비벼대며 인사를 하는, 알래스카 에스키모들은 어떻게 살까?
- 아마도 이글루에 살지 않을까요?
- 얼음집에서 산다고? 팔을 벌리고 선 사람 모양으로, 친구를 상징하는 이눅슈크를 세워두고. 아니야. 잘못 알려져서 그래. 잠시 머물거나 여행할 때만 이글루에 살았다고 해. 여름에는 ‘투픽’이라는 천막에서 살고. 그러니까 오래 사는 집은 땅을 파고, 골조를 세우고, 지붕은 가죽으로 덮고, 창문은 바다사자의 내장으로 만들었다고 해. 귀틀집이나 판잣집에서 사는 사람들도 있었고.
- 지금은요?
- 난방이 된 통나무집에서 살고 자동차를 타고 다니지.
- 하긴 우리도 과거처럼 초가집에 살지 않잖아요. 에스키모라는 말은 무슨 뜻인가요?
- 에스키모는 ‘생고기를 날로 먹는 사람들’이란 뜻으로 시베리아, 캐나다, 그린란드 등 아주 추운 곳에 사는 사람들이야. 이누이트족, 알류트족, 유픽족을 가리키는 말이야. 이들은 바다에서는 고래나 물개를 잡아먹고 뭍에서는 야생순록이나 물오리, 연어를 사냥하며 살았어.
- 극한의 추위를 견디는 데는 따를 사람이 없을 것 같아요.
- 그 말을 들으니 1911년 12월 14일 인류최초 남극점에 도달한 아문젠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구나. 아문젠이 경쟁자였던 스콧과 달리 에스키모들과 2년 동안 같이 살면서 에스키모 털가죽 옷을 입고 개썰매 타는 법을 배웠다는 거지.
- 철저한 준비가 성공을 가져왔다는 이야기네요. 지금도 알래스카에서는 개썰매대회를 해요?
- 매년 2월 10일부터 19일까지 1688km, 앵커리지에서 북쪽의 놈까지 ‘아이디타로드’라는 세계 최장거리 개썰매대회가 열리지.
- 그런데 어떻게 에스키모들은 거기까지 가서 살 생각을 했을까요?
- 빙하기 때 육교가 있었던 거지. 지금은 해수면 상승으로 베링해협이라는 바다가 되어있지만 그때는 아시아와 북아메리카 대륙이 연결되어 가기 쉬웠지. 이들 중 상당수는 동남쪽으로 내려가 문명을 이루며 산 아메리카 원주민이 되었고, 그 후 시베리아 쪽에서 내려간 민족이 알래스카에 정착한 셈이지.
- 자, 알래스카로 출발!
- 알래스카는 미국의 한 주로 ‘섬이 아닌 땅’ 광대한 토지’라는 뜻의 알류트어야. 극지방은 아니지만 세계에서 가장 큰 빙하가 움직이는 바다와 만년설을 이고 있는 산, 춥고 눈보라 치는 극한의 추위. 그리고 그것을 보상이라도 하려는 듯 ‘밤하늘의 요정’으로 불리는 휘황한 오로라 불빛을 볼 수가 있지. 5월 중순에서 7월 사이에는 백야도 볼 수 있고. 이것을 보기 위해 알래스카에 가려는 사람들도 많아.
- 만화영화 주인공 오로라 공주가 생각나요. 머리 위로 오로라가 지나가는 상상만 해도 설레요.
- 이번 자연유산은 지구상에 남은 청정구역으로 미국과 캐나다의 국경에 있어. 랭겔 세인트 엘리아스 국립공원과 보호지역, 클루앤 국립공원, 글레이셔만 국립공원, 타셴시니 알섹 주립공원. 세 개의 국립공원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남한 면적과 비슷한 면적이야. 북쪽에는 북극해가 있고, 서쪽은 베링해, 남쪽은 태평양이야. 그리고 동쪽이 캐나다 유콘주와 국경이지. 알래스카는 미국이 러시아로부터 사들인 북서부의 주인데 애튜라는 섬은 모든 대륙의 섬 중에서 가장 서쪽에 있어. 그래서 전 세계에서 하루가 가장 늦게 시작되는 곳이지. 가자 이누이트의 본고장으로.
- 알래스카가 원래 미국 땅이 아니었어요?
- 응. 맞아. 18세기 초, 러시아 황제 표트르1세 명령으로 탐험에 나선 덴마크인 비투스 베링이 처음 발견하면서 세상에 이름을 알렸지. 이후 바다표범과 수달의 가죽이 탐난 러시아 모피 상인들이 알래스카에 이주해 번영을 누렸고. 그러다가 동물들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모피무역은 시들해지고, 크름전쟁으로 인해 재정적자에 시달리던 러시아가 1867년 미국에 알래스카를 팔겠다고 제안했고, 미국 국무장관 윌리엄 시워드는 720만 달러에 사들였어. 환산하면 1ha당 5센트였는데도 국민들 여론이 아주 좋지 않았어. 알래스카를 북극곰의 정원, 아이스박스라고 비아냥댔고, 가장 어리석은 거래라고 비웃었지. 하지만,
- 하지만,
- 하지만, 1896년 금광이 발견되고 석유, 천연가스가 발견되면서 다시는 그런 말을 할 수 없게 되어버렸지.
- 인생지사 새옹지마라더니.
- 어떻게 그렇게 어려운 말을 알지, 우리 인환이가.
- 아빠가 자주 쓰시던 말이잖아요.
- 그런가. 사람 일이란 알 수 없는 것이거든. 알래스카에는 강이 약 3000개, 호수가 300개, 빙하가 10만개가 넘어. 컬럼비아 대빙하가 알래스카 빙하 중 가장 큰데 바다에 물개와 혹등고래, 만년빙이 떠있는 것을 보면 별천지에 온 느낌이 들어. 빙하가 쪼개지면서 요란한 소리와 함께 물보라를 일으키는 것을 보면 대포소리처럼 착각이 들어.
- 어떤 동물이 주로 살아요?
- 울창한 침엽수림 속에 여러 종류의 동물이 사는데 눈에 띄는 게 불곰과 빙하곰으로 알려진 흑곰이야. 가는뿔산양, 캐나다순록, 붉은여우, 짧은꼬리족제비, 링크스라고도 불리는 스라소니, 강 수달, 코요테도 살아. 바다나 빙하 쪽에는 돌고래, 바다표범이 살고. 이들이 좋아하는 연어도 살아.
- 곰이 연어를 잡아먹는 사진 본 적이 있어요.
- 그리즐리 알래스카 곰인데 조개를 먹기도 하고, 7~8월 산란기에 모여드는 연어를 잡아먹기도 해. 주의할 것은 이 곰이 아주 공격적이라 사람도 피하지 않는다는 거야.
- 응. 아주 귀엽게 생겼지. 몸집이나 팔다리가 작고 경계할 때 ‘피카피카’하고 울어. ‘우는 토끼’나 ‘쥐토끼’라고도 불러. 눈신토끼는 발이 커서 눈밭에 빠지지 않고 잘 다닐 수 있어. 여름 깃털과 겨울 깃털이 다르게 변하는 뇌조도 여러 종류가 살아. 바다에는 물을 거슬러 오른다는 5종의 태평양 연어, 곤들매기, 무지개송어 등이 살고.
- 제일 높은 산은 어디인가요?
- 높이가 6,194미터의 ‘위대한 것’이라는 의미의 데날리산인데 원래는 매킨리산이라고 불렀던 곳이야. 알래스카 원주민의 요청을 정부에서 받아들여 산의 이름이 바뀌었지. 북반구에서 가장 추운 곳이기도 한데 겨울에 -73.3℃까지 내려간 적도 있어. 그리고, 한국인 최초로 에베레스트산을 등정했던 고상돈 대원이 목숨을 잃은 곳이기도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