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 과거에 ‘매머드’가 살았던 땅으로 가보자. 아주 오래 전에 멸종되었다고 알고 있지만, 4000년 전까지만 해도 매머드는 살아 있었어. 그러니까 이집트에서 피라미드를 만들던 시기에 털매머드가 북극해 브란겔랴섬에서 살고 있었다는 얘기.
- 코끼리처럼 생긴 커다란 동물 말이지요?
- 생긴 것은 코끼리하고 비슷하게 생겼는데 엄니(상아)는 더 길고 뒷다리는 짧아. 과거에는 ‘맘모스’라고 했어.
- 어떻게 4000년 전까지 살아있던 것을 알게 됐어요?
- 남쪽 해안 크라신 만에서 고대 에스키모 사냥꾼이 살던 신석기 유적이 발견되었거든. 거기서 털매머드의 뼈와 피그미털매머드의 엄니 흔적이 나왔어. 그뿐 아니야. 원시 초원들소, 털코뿔소, 프르제발스키라는 말의 흔적도 발견됐어.
- 그럼, 어떻게 멸종됐어요?
- 여기에 대해 여러 학자들이 연구했어. 먹이가 풍부한 툰드라 지대에 200~800마리 정도가 살았는데,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육지였던 곳이 섬으로 바뀌면서 고립되었을 거야. 그 결과 근친교배 등으로 인해 유전자 변이가 생겼거나, 환경오염, 아이싱현상으로 비가 오자마자 얼어붙은 풀을 먹을 수 없게 되었을 거야.
- 이런 일이 생길 수도 있다니.
- 여기가 특히 소중한 것은 북극지역 대부분을 휩쓸고 지나간 제4간빙기의 해를 입지 않은 채 진화가 이루어졌다는 거지. 고유종이 많고 식물 다양성이 풍부한 것은 물론이고, 매머드의 엄니와 두개골도 남아있거든.
- 바다코끼리가 많이 있다고 들었어요.
- 한때는 10만 마리가 몰려들 정도였지. 참 바다코끼리가 어떻게 생겼는지 혹시 생각나?
- 바다코끼리, 물범, 물개 구분할 때가 생각나요. 바다코끼리는 일단 덩치가 크다, 또 피부가 거칠고 주름지고, 억센 털로 된 콧수염이 있고 물개나 물범에게 없는 엄니가 있다는 거지요.
-음, 제대로 공부했군. 짝짝! 이번 세계유산은 산이 많은 브란겔랴섬과 해럴드섬, 주변의 바다를 포함한 곳이야. 여기서 남쪽으로 141km 정도 가야 시베리아 본토가 있어. 브란겔랴섬은 1867년 미국 포경선에 의해 처음 발견되었다가, 러시아 탐험가인 브란겔이 섬에 대해 원주민 축치인에게 듣고 새들을 따라 찾아갔다고 해. 이후 1926년 러시아인들이 거주했는데 군대시설과 순록을 키우는 목동 정착지가 생겨났어.
-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자연 모습 그대로였겠어요.
- 브란겔랴섬은 툰드라 지역이지만 꽃들이 피어 있고 산들이 높이 솟아 있는 길이 146킬로미터의 섬이야.
- 지금도 사람이 살아요?
- 옛날에는 축치인들이 살았어. 보기에는 아메리카 원주민처럼 보이는데 최후까지 짜르에 복종하지 않았던 용감한 사람들이라고 해. 봄이나 겨울에는 시베리안 허스키가 끄는 썰매를 타고 이동하며 창이나 작살, 가죽 등으로 만든 그물로 물개를 잡고, 가을에는 고래와 바다코끼리를 사냥했다고 해. 소련 시절 200명 정도가 거주했는데, 소련이 붕괴되면서 인구가 줄어들어 마지막으로, 이주를 거부한 두 사람만 살았지. 그러다가 2003년 바실리나 알파운이 북극곰에게 죽은 후, 그리고리 카우르긴이라는 사람과 기상관측기지만 남았어.
- 지금 섬에는 어떤 동물들이 살아요?
- 음, 가장 큰 태평양 바다코끼리 무리가 살아. 기후변화로 유빙이 얇아지니까 자갈 덮인 해안에 몸을 누이고 있지. 북극곰이나 북극여우도 살고.
- 북극곰 사진 여러 번 봤어요.
- 일 년 내내 혼자 지내는데, 얼음과 유사한 하얀 털의 백곰은 생존능력이 대단해. 여름이 되면 죽은 바다코끼리를 먹는 경우도 있지만, 순록, 물고기, 바닷새를 먹으며 영하40도 추위와 시속120킬로미터의 바람을 견뎌내지. 그 중 어미 곰은 더 대단해. 수백 마리가 새끼와 함께 겨울을 나는데 북극곰의 분만실이 아닐까 생각될 정도로 장관이야.
- 다른 동물은 어떻게 살아요?
- 특이한 냄새로 암컷을 유혹하는 사향소는 짝짓기 철이면 수컷끼리 박치기를 하다가 천적인 늑대가 출현하면서 바짝 붙어 다니고 있어. 북극여우는 눈 속에 숨어사는 레밍을 잡아먹고 살아. 간혹 새끼들에게 먹일 알을 훔치려고 일부러 흰기러기를 덮치기도 하고.
- 멸종 위기에 처한 새들도 많이 산다고 들었어요.
- 100종 이상의 철새가 둥지를 틀고, 거대한 바닷새의 군집도 있어. 툰드라 텃새, 매처럼 멸종 위기에 처한 새들도 살아. 5월이 되면 아메리카에서 겨울을 보낸 흰기러기 떼가 모습을 드러내고, 8월이 되면 흰올빼미 새끼들이 날기 연습하다 강물에 처박히기도 해. 참, 멕시코에서 올라온 회색고래도 살아.
- 아, 멕시코 엘 비스카이노 고래보호구역에서 만났던 귀신고래, 다른 말로 쇠고래 말이군요. 거기서 귀신고래를 만지고 쓰다듬고 했던 기억이 나요.
- 지금 이 섬은 세계에서 가장 출입이 어려운 자연보호구역이야.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여름에는 쇄빙선을 타고 겨울에는 헬기를 타고 가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