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갈라파고스에 사는 군함새 수컷이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빨간 풍선 같은 것을 부풀리는 것이 생각나서. …푸른발부비도 사는데 짝짓기 철이 되면 수컷은 암컷에게 푸른 발을 들어 보이며 날개를 펼치는 춤을 춰. 그 우아하고 멋진 발을 봐야 하는데.
- 부비새라면 얼가니새를 말하네요. 멍때리다 잡힌다는.
- 맞아. 검은 피부색을 녹색이나 빨강으로 바꾸는 페르난디나섬의 바다이구아나는 어떻고.
- 바다이구아나도 있어요?
- 갈라파고스육지이구아나가 있고, 바다이구아나가 있는데 조상은 같아. 도마뱀이나 악어처럼 무섭고 징그럽게 생겼는데 성질도 온순하고. 먹는 것이 선인장이냐 해초냐가 다르겠지.
- 헤엄을 치는 것도 다르겠지요?
- 그래. 그런데 말입니다. 갈라파고스 바위에 대략 20~30만 마리의 바다이구아나가 세계에서 하나밖에 없는 수생파충류라는 거야.
- 진짜요? 다른 수생파충류는 없어요.
- 응. 그런데 말이야. 2001년 유조선 ‘제시카’에서 유출된 기름으로 많은 바다이구아나가 죽었어.
- 어쩌면 좋아요. 갈라파고스섬에 대해 좀 더 알아야겠어요.
- 찰스 다윈 하면 진화론, 진화론 하면 갈라파고스제도라고 할 정도로 유명한 곳이야. 20개의 섬과 암초로 이루어져 있는데 ‘살아있는 자연사 박물관’이라고도 해. 1835년 찰스 다윈이 비글호를 타고 와서 9월에서 10월에 걸쳐, 약 5주 동안 머물렀던 섬인데, 이곳에서 동식물 채집과 관찰을 하면서 진화설의 기초를 다졌다고 해. <종의 기원>은 24년 후에 나왔으니까.
- 진화론적인 섬이네요. 처음에 이 섬을 누가 발견했어요?
- 음, 1535년 무렵 스페인의 주교였던 토마스 데 베를랑가야. 그때는 사람이 살지 않고 아주 큰 갈라파고스코끼리거북이 살고 있었는데 거북의 등딱지 모양이 꼭 말을 탈 때 사람이 앉는 안장과 비슷해서 갈라파고스로 불리게 되었다고 해. ‘갈라파고’가 스페인어로 ‘안장’이거든.
- 아하, 그래서 갈라파고스라고 부르는구나.
- 지금도 여전히 갈라파고스코끼리거북은 섬을 상징하는 동물이야. 섬마다 등딱지 모양이 다르고, 다른 지역에는 살지 않는 거북이거든. 스페인 탐험가들이 처음 섬에 들어왔을 때는 25만 마리 정도가 살았어. 그런데 느려서 도망도 못 가니 사람들이 마구잡이로 잡아서 거의 멸종상태에 이르렀어.
- 누가 그렇게 잡아먹었어요?
- 17세기에는 관군에 쫓기던 해적들이 몰래 숨어들어 잡아먹었어. 몸무게가 250킬로그램이나 나가니까 한 마리만 잡아도 100명이 먹을 수 있었으니까. 배에도 싣고 다니며 잡아먹었어. 이 거북은 먹을 것이 없어도 오랫동안 살 수 있으니까. 그 뒤로 고래잡이들도 잡아먹었을 거야. <백경>이라는 유명한 소설을 쓴 허먼 멜빌은 이곳에서 영감을 얻었거든.
- 살아있는 것이 용하네요.
- 그렇지. 찰스 다윈도 그 고기 맛을 보았다는 말은 하지 않을게. 그래도 1934년 이후 동물보호구역으로 지정해서 보존한 덕분에 1만5천 마리 정도가 남았어. 1964년부터는 산타크루즈섬 다윈연구소에서 갈라파고스코끼리거북 복원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니 멸종되는 일은 없을 거야.
- 갈라파고스섬에 대해 더 좀 알고 싶어요.
- 이 제도는 화산활동으로 생긴 화산섬이야. 마그마가 나오는 구멍인 ‘핫 스폿’이 바다 밑에 있고, 거기서 뿜어져 나온 용암이 굳어 섬이 되었거든. 경치가 꼭 달처럼 생긴 바르톨로메섬이나 파회회라는 용암평야가 있는 산티아고섬, 파도가 공중 30미터까지 물을 뿜어 올리는 블로홀이 있는 후드섬 등이 그걸 말해주고 있어. 아직 활동 중인 섬도 있어. 2005년 5월에도 페르난디나섬 라쿰브레 화산이 분화했거든.
- 분화하는 곳은 가기도 겁나겠어요.
- 응. 좀 더 들어줘. 이곳은 4개의 해류가 만나는 지점에 있어 영양분이 많아. 플랑크톤도 많이 살고. 쉽게 말해 난류와 한류가 만나는 곳이지. 크롬웰해류, 훔볼트해류, 북적도해류, 파나마해류. 그래서 도마뱀붙이, 용암도마뱀, 육지이구아나 같은 열대 동물과 키가 35센티미터밖에 안 되는 갈라파고스펭귄이 같이 살고 있어.
- 열대 동물이 추운 곳에 사는 펭귄과 같이 산다구요?
- 응. 맞아. 여기는 적도에 위치하면서도 훔볼트해류가 흘러 심해에서 차가운 물이 상승하거든. 덕분에 바닷물 온도가 15℃ 이하로 낮아 산호초나 야자수도 자라기 어려워.
- 다른 동물들도 살고 있겠군요.
- 일단 섬에 내리면 놀라운 광경을 보게 돼. 선착장, 해변을 가리지 않고 잠을 자는 바다사자,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이구아나, 춤추는 부비새가 눈에 들어오지.
- 부비새라고 하니 자꾸 누가 부비는 것 같아 징그러워요.
- 흐흐. 바르톨로메나 플로레아나섬 해안에 가면 알을 낳는 초록바다거북을 만날지도 몰라. 모스케라섬에 가면 엘리뇨로 고통받는 갈라파고스강치들을 볼지 모르고. 날지 못하는 가마우지여서 위험에 처한 갈라파고스가마우지를 볼 수 있고.
- 다들 갈라파고스가 붙어요.
- 여기는 갈라파고스니까. 다음 후드섬 가르데네르만에 가면 알바트로스 1만쌍이 있을 거야. 산크리스토발섬에는 갈라파고스코끼리거북, 바다이구아나, 육지이구아나… 또 헤노베사섬에 가면 사는 곳이나 먹이에 따라 깃털과 부리가 달라진 다윈방울새(Darwin’s finch)가 눈에 들어오지.
- 다윈방울새요?
- 응. 이 새들이 13종인데 말이야. 다윈이 진화론을 발전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거든. 이곳은 고유종 비율이, 포유류, 조류, 파충류는 80% 이상이고, 고등식물은 40% 전후야. 에콰도르 해안으로부터 자그마치 1000킬로미터나 떨어진 이곳에 어떻게 갈라파고스만의 고유하고 독특한 동식물이 있을 수 있나 궁금해지지?
- 그래서 생물진화의 야외실험장이라는 말들을 할까요?
- 그렇지. 진화가 아니고는 설명할 수 없으니까.
- 처음부터 고유종이 거기 살았을 수도 있잖아요.
- 아니야. 남미에 갈라파고스 고유종과 가까운 동식물이 사는 것을 보면, 애초부터 갈라파고스에 특별한 종이 있었던 것 같지는 않아. 그러면 무슨 일이 있었을까?
- 아, 긴장되는데요.
- 아마도 200만년~300만년 전, 지금은 해수면이 높아져서 바다에 잠겨버린 섬을 따라 - 그때는 육지였지, 조상 종이 도착했을 거야. 이후 갈라파고스라는 환경에 맞게 진화했을 것이고.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에 쓴 것처럼, 모든 종은 지속적으로 조금씩 진화하고, 유기체의 후손은 공통의 조상이 있지.
- 섬에 주민들이 살고 있어요?
- 19개의 섬 중에 6개의 섬에만 살고 있어. 주도인 산크리스토발섬, 가장 큰 섬 이사벨라섬, 산타크루즈섬, 플로레아나섬, 발트라섬, 핀타섬. 70년 전만 해도 1000여명 정도였는데 지금은 관광지가 되면서 3만 명이 넘게 살고 있어. 걱정스러워. 거기에다가 정부에서는 섬에 거주하는 것을 장려하고 있으니. …그런데 갈라파고스에 내리면 주의할 게 있어.
- 아마 환경을 보호하려는 것이겠지요.
- 관광객들은 아직 인간에 대한 두려움을 모르는 동물들을 놀라게 해서는 안 돼. 매우 엄격한 규정이 있는데 말이야. 국립공원에 등록된 가이드가 옆에 붙어 있지 않으면 절대 배에서 내릴 수 없어. 중간에 고무보트를 타고 갈 수도 있지만, 일단 배에서 내리면 정해진 길을 벗어나서는 안 돼.
- 별로 어려운 게 아닌데요. 사고는 늘 하지 말라는 것을 기어이 하는 사람에게나 일어나지요.
- 그래도 조심하는 것이 중요해. 사고는 우연히, 예상치 못한 곳에서도 일어나거든. 돌이킬 수 없는 경우가 많고, 이 삶은 한 번뿐인 소중한 것.
- 네, 아빠.
- 이 세상은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원인을 알 수 없는 일들이 수시로 일어나는-.
- 네, 아빠. 물속에도 많은 동물들이 살지요?
- 그래서 스쿠버다이빙이 인기가 많은데 아무래도 물속에 들어가면 볼 것이 더 많지. 다른 바다에 비해 좀 춥고 시야도 좋지 않지만, 대형 어류와 다양한 어종을 만날 수 있어. 바다거북이, 바다사자, 백기흉상어, 꼬치고기 속 어류 바라쿠다 떼, 이글레이(얼룩매가오리), 귀상어에다 운이 따르면 개복치도 볼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