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왜 마약에 빠지는가
사람은 왜 마약에 빠지는가.
만약 누군가 나에게 마약을 아무 대가 없이 가장 안전한 방법으로 건네준다 한들, 나는 두렵고 겁이 나 손도 대지 못할 것 같다. 하지만 국내에는 그 심리적 도박을 이겨낼 정도로 마약을 원하는 사람이 꽤나 많은 듯하다.
작년 한 해 동안 국내 마약류 사범 단속 누계는 총 18,395명으로, 적지 않은 숫자라고 본다.
사기와 횡령이 범죄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한국에 마약 범죄는 그다지 주목할 대상이 아니었으나, 최근 몇 년 사이 마약 범죄가 급증해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 물론 몇몇 해외 국가에 비하면 심각하지 않은 수준일 수 있으나, 마약청정국이라는 타이틀은 반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대체 사람은 어떤 욕망과 본능을 가지고 있길래, 이토록 위험한 불법 물질에 혹해 중독이 되는 걸까?
눈에 보이지 않아 인지하며 살기는 어렵지만, 우리는 알게 모르게 '도파민(dopamine)'이라는 호르몬에 상당 부분 의지하며 살아간다. 이 도파민은 사람이 계속해서 살아갈 동기와 의지를 북돋아 주는데, 우리가 행복감과 쾌감, 감동, 성취감을 느낄 때 그 분비량이 늘어난다. 특히나 다음 성취 단계에 대한 의욕이 돋아 또다시 성취 향상을 하고자 노력하게 된다. 이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저절로 건강한 정서적 삶을 영위할 수 있게 된다. 쉽게 말해, 사람은 사는 동안 도파민을 갈구하고 갈망하는 동물이다.
하지만 우울감, 무기력, 번아웃 등 좋지 않은 상태에 노출된 사람은 삶의 의욕과 동기와 목표를 잃어 방황한다. 즉, 도파민 분비가 끊긴 상태. 정상적 상태라면 중독적 약물에 혹하는 경우가 발생하기 어렵겠으나, 도파민을 갈망하는 사람에게 있어 마약은 강렬한 충동을 가져다주는 자극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 행복과 쾌감 호르몬(도파민)을 잊고 살던 사람이 마약을 하게 되는 순간 감당할 수 없는 황홀경이 수십 분간 펼쳐진다고 한다. 소소한 성취감에 중독되어 더 열심히 살아가는 것처럼, 거대한 쾌감을 선사해 주는 이 마약에 중독되어 살아가는 사람들도 생기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마약은 인생에서 이룬 것이 없는 무기력자만을 타깃으로 삼을까? 그렇지 않다. 유명 기업가나 연예인들의 잇단 마약 복용 소식을 우리는 잊을 만하면 접하게 된다. 그 사람들은 뭐가 아쉬워서 마약에 빠질까? 돈, 집, 명품, 지위, 유명세, 애인 등 굉장히 많은 것을 소유했을 텐데 말이다. 정답은 앞서 말한 '성취감'에 있다. 쾌감이나 성취감을 느끼는 수단으로 물질을 선택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더 높은 차원의 정신적 가치가 부재하면, 물질적 목표를 어느 정도 이룬 순간부터는 이전만큼의 도파민 분비가 이루어지기 어렵다. 가령 가장 크게 잡은 목표가 '돈을 모아 내 집 마련 하기'라면, 실력과 유명세로 남들보다 빨리 그것을 달성한 순간 목표가 사라진다. '페라리 뽑기'가 목표라면 달성한 그 순간부터 삶의 의미를 찾기 어려워진다. 소유하고 있는 것 그 이상의 무언가를 좇다 보니, 부러울 것 없는 유명인들이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마약에 손을 대기 시작하는 것이 아닐까.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이렇다. 나에게 필요한 만큼의 물질적인 목표를 잡는 것은 좋다. 하지만 이것만 바라보기보다, 끝없는 정신적·영성적 가치를 추구하며 목표로 삼는다면 지속적인 삶의 동기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가령 '더 나은 사람 되기', '나의 한계점 높이기' 등의 큰 목표를 잡고 실천적 세부 목표를 세운다. 이것을 병행한다면, 무언가에 충동적으로 휩쓸려 평생토록 후회할 오점을 남기는 일이 없을 것이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