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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우아빠 Jan 08. 2021

잠 잘재우는 아빠

50일까지의 수면 일기

***세상의 모든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그리고 그 누구보다 싱글맘 싱글대디에게 감사와 존경을 보냅니다.***


[30일 이전]

들은대로 이 기간은 신생아로서 일정한 패턴을 반복하기만 했다. 밤잠, 낮잠이랄게 없이 아이는 정확히 2시간 간격으로 먹고, 싸고, 잠들기를 반복했다. 수면만 놓고 보자면 사실 깨어있을때와 명확히 구분이 가지도 않았다. 깨어있을때도 눈을 거의 감고 있기에, 먹고 싸고 난 후엔 자연스럽게 쌕쌕 곤히 잠이 들었다. 아직은 시각, 청각이 발달하지도 않아 밝은 낮에도 얌전히 누워 자고, 소음이나 음악소리에도 미동이 없었다. 울 때도 배고프거나 졸린 것 중 하나여서, 젖을 물리거나 잠깐 안아주면 이내 평화가 찾아왔다.

[30-50일]

 나의 출산 휴가를 시작한 아이 출산 30일로부터 나의 본격적인 잠 잘재우기 프로젝트는 시작되었다. 이 때가 되자 아이는 조금씩 시각이 트이는 것 같았다. 침대 옆에 모빌을 달아두니 고개가 모빌쪽으로 향한다. 그와 동시에 약간의 문제(?)도 발생하기 시작했다. 슬슬 배고프고 졸린것 외의 이유로 칭얼거림과 울음이 나타난다. 시각이 트이니 밝은 곳에선 잠을 재워도 이내 깨어나기도 한다.

가장 큰 나의 미션은 밤에 시작되었다. 30일 이전에 일정했던 2시간 간격의 생활패턴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언제부터 진짜 '밤잠'이란 걸 시작해야하는지도 잘 모르겠고, 아이 스스로의 잠을 위해 이제는 혼자 방 안 침대에 뉘여 재우는데 어려움이 있었다(그 전까지는 아내와 아이, 내가 함께 거실에 매트를 깔고 생활했다)


* 신생아의 수면패턴 차트

출처 : https://pregnantchicken.com/baby-sleep-guidelines-newborn-12-months/


이때 아기들의 수면패턴은 우리 성인들이 느끼기엔 말그대로 '기면증'이다. 눈을 뜬 시간보다 감고있는 시간이 훨씬 길고, 어느새인지 모르게 잠이 들었다 깨고를 반복한다. 아이를 잘 재우기 위해 내가 할 일은 아이가 잠들기 편안한 자세를 만들어 주는것이다(라고 쓰고 안아주는 것이다 라고 읽으면 된다.) 우리 아이는 조리원에서 엄마의 손이 탄상태로 나온 터라(조리원 선생님들이 확인해주신 바이다) 안아주지 않으면 쉽게 달래지지 않았다. 이는 특히 밤잠을 재울 때 심했다. 아이는 자기가 편한 자세가 아니면 울음과 몸비틀기를 멈추지 않았다. 나는 아이를 안은 상태로 이런 저런 자세를 바꾸어가며 아이를 편하게 만들어주는데 애를 먹었다.

몇일의 노동을 통해 알게된 것은 우리 아이는 아빠의 고통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것 같았다. 내가 허리를 꼳꼳히 세우고 어깨를 편상태에서는 도저히 아이를 재울 수 없었다. 내가 취해야 했던 자세는 '새우처럼 등을 말고, 어깨를 목 앞쪽으로 떨어뜨리고, 씨름 샅바를 잡은것처럼 엉덩이를 빼 허리로 상체를 지탱'하는 것이었다. 말그대로 내 몸이 인간 요람이 된 것이다. 이렇게 아이를 안은 상태로 15분에서 20분 정도 거실과 현관 사이를 왔다갔다 돌아주면 그제서야 아이는 울음을 멈추고 스르르 눈을 감기 시작한다.


※ 나는 특히 이 기간에 웨이트의 절실함을 느꼈다. 곧은 자세에서도 힘든 안아주기를, 온몸이 늘어뜨려진 모양으로 지속해야 하는데다, 손목을 뺀 팔 근육은 힘을 빼야했다(이래야 아이가 푹신함을 느끼는 것 같았다.)

우리와 같은 잠재우기 자세가 필요한 부모가 있다면, 이 기간은 특히 아빠가 나서서 아이를 안고 재워주시면 좋겠다. 여성이 하기엔 너무나 중노동인 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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