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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의 DNA는 백신과 같다.

청춘이 아니라도 상관없고, 성공이 아니라도 상관없다.

by 수원불나방

나를 아는 사람들 몇몇은 내가 웹소설을 쓰는 것을 보고 신기해한다.


물론 전공도 아니고 취미를 조금 글을 쓴다는 이유로 온갖 지적인 척과 잘난척으로 꽤나 설레발을 쳐놨으니, 시집이나 수필집 같은 것을 쓸 줄 알았는데, 뭔가 그럴싸한 것을 상상했던 지인들은 고작 웹소설이라니 라고 통탄 할 지도 모를 일이다.


웹소설을 폄훼하자는 것이 아니고, 일단 웹소설 장르가 환생, 회귀, 빙의, 판타지 이런 소재가 많다보니 내 스스로도 크게 어울리지 않는다고도 생각하기도 할 때가 많다.


이야기하려고 하는 주제는 순수문학을 쓰려던 40대가 웹소설을 쓴다는 주제가 아니다.


그냥 웹소설이야기이다. 요즈음 웹소설은 회빙환이다. 회빙환이 뭐냐구? 회귀, 빙의, 환생 등의 소재가 너무 많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나는 웹소설 초보작가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독자이기도 하다. 여러 작품을 읽어보면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있는 마약같은(?)우수작들을 많이 만난다. 내 계좌에서 소액 결제를 자꾸 하게 될만큼 말이다.


그러다보니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왜? 이렇게 환생, 회귀, 빙의 이런 소재들이 많을까? 현실에서는 일어나지 않는 일인데 말이다.


어찌보면 공상과학소설인데 다들 비슷하다. 운동선수가 환생을 하고, 유명을 달리 했는데 새로운 삶을 얻고, 어떤 계기로 10년 전으로 돌아가게 되는 비슷한 스토리들....
내용도 비슷하다. 미래의 일을 알고 있으니 대박을 칠 주식을 알고 투자하고, IMF 이전에 달러를 사는 등등.

요새 말하는 사이다, 먼치킨도 비슷한 맥락이다. 경쟁자가 없는 최고 강자이고 모든 걸 알고 있으니 실패가 없다.


실패가 없다는 것. 소설이야 뭐 재미로 쓴것이니 재밌으면 그만이다. 싶기는 하다. 근데 소설은 모르겠지만, 현실은 실패가 없으면 참 재미가 없는 것인데 말이다.


요즘은 실패를 안하는게 덕목이긴하다. 수 많은 정보 속에서 최단거리, 최고속도를 찾을 수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짧다면 짧은 길다면 긴 인생을 살아보니(저보다 더 많으신 분들에게는 죄송합니다만) 실패에 항체를 가진 사람과 실패의 항체를 가지지 못한 사람과는 인생을 사는 데에 있어서 시련을 감내하는 자세가 다른더라는 얘기다.


나를 소개할 기회가 있을 때 가장 많이 쓰는 소개 말이 "작은 성공과 크고 작은 실패를 하면서 살아온 인생이다."라고 소개한다. 뭐 사실이 그렇다. 사실 이 부분이 꽤나 자랑스럽다.


정말 큰 성공을 했으면, 뭔가 다른 삶을 살고 있겠지...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와같이 작은 성공과 크고 작은 실패로 살아왔는데도 작은성공을 부끄러워하고 작은실패도 부끄러워하는 경우를 본다.


내가 40대까지 살면서 얻은 작은교훈은 "작은 경험은 항체를 만들고, 다른 경험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마치 백신처럼 말이다.


슬픈 이야기지만, 너무 젊은 나이에 삶을 포기하거나 작은 실패에 쓰러진 사람을 보면 실패의 백신을 맞은 사람은 더 없이 부러워 해야한다. 사실 우리 주위에도 있다. 작은 사업에 실패해서 나쁜선택을 해버린 대학 동창. 사춘기 시절 성적에 비관해서 어린나이에 꽃피우지도 못하고 져버린 청춘.


래서 나는 실패해도 괜찮다고 말한다. 실패는 마치 백신처럼 작은 실패, 큰 실패로 부터 날 지켜줄 것이고 작은 성공과 큰 성공에 도전 할 수 있는 DNA를 만들어 주니까 말이다.


물론 나도 아직 청춘이긴 하지만, 자신이 청춘의 끝에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말헤주고 싶다. 실패해도 괜찮다. 그리고 청춘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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