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똥이는 잘 죽지 않기로 유명한 식물이었습니다. 인간 세상에서 그 특징이 장점이었는지 단점이었는지 잘 모르겠으나, 그 이유로 제 눈에 띄어 일찍 죽었으니 개똥이에겐 불운이었네요. 우리의 첫 만남에 대해 낭만적으로 묘사하고 싶지만 그런 건 별로 없었습니다. 평범한 꽃집 사장님과 손님의 거래였죠. 사장님은 대충 어림잡은 가격을 불렀고 저는 그게 적당해 선뜻 지불했습니다. 개똥이를 들고 집에 오는 길, 양쪽으로 활짝 늘어진 초록 식물은 비닐을 뚫으며 제 존재감을 표했고 전 그때부터 개똥이를 감당할 자신이 없어졌습니다.
다행히 제 모자란 부분은 개똥이가 스스로 채워줬습니다. 불현듯 생각날 때 급하게 물을 줘도 잘 자랐고, 심지어 자라는 속도가 화분을 바꿔주는 속도보다 빨라 곤란할 때도 있었습니다. 가끔은 벌레들을 꼬여내 거슬리기도 했지만 그 시체들을 양분으로 영양제 없이도 잘 자랐습니다. 이렇게 적으니 칭찬이라곤 잘 자라는 것뿐이네요. 하지만 초록 식물에게 뭘 더 바랄까요, 제 몫을 잘 해냈습니다.
식물 집사가 되기엔 소질이 없다는 걸 일찍 알았음에도 계속 식물을 집에 끌고 들어왔습니다. 집에 살아있는 게 하나쯤은 더 있어도 좋을 듯했습니다. 동물보단 식물을 선호했던 건 제 책임감이 딱 그 정도였던 거죠.
주변에서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다는 말을 하면 무의식적인 공감을 하지만, 내심 스스로가 절대 키우지 않을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만한 책임감이 없다는 걸 잘 압니다. 책임감 뿐이면 다행이겠지만 뭔가를 돌본다는 건 애정 비스름한 것도 필요한 일이지 않나요. 전 그것이 정확히 어떤 영역의 감정인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식물을 데리고 실험을 하고 있는 걸지도요. 뭔갈 책임지게 된다면 무엇이 달라지는지 궁금했습니다.
흙 표면이 말랐을까 손가락으로 찔러보고, 오후가 되면 해가 이동한 방향으로 화분을 옮기고, 다이소에 가면 식물 영양제 코너에 잠깐 머물러 봤다가, 화분 받침에 죽어있는 벌레에 치를 떨다가, 초록 잎에 쌓인 먼지를 살살 닦고, 분갈이할 화분의 사이즈를 고민하고, 흙으로 난장판이 된 화장실을 치우는 그런 일을 한동안 계속했습니다.
모르는 일이 너무 많아 정신 사납게 인터넷을 뒤지기도 했습니다. 왜 잎이 노래졌는지, 가지치기를 해줄 때가 됐는지, 물뿌리개의 입구가 너무 넓은 건 아닌지. 전혀 감이 안 잡히는 문제들도 많았습니다. (개똥인 가끔 뿌리 쪽 흙이 쏟아 오르기도 했답니다.) 다가올 겨울에 빛을 못 받으면 어쩌지 하는 마음에 조급해지기도 했죠. 당연히 겨울까지 살아있을 거라는 생각을 그땐 잘도 하고 있었네요.
식물이 쉽사리 죽어나가는 우리 집에서 조금이라도 오래 살아보라며 붙인 이름은 별 효과가 없었습니다. 이름을 잘 지었다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니었네요. 괜히 초록 식물에게 인간의 미신을 갖다 붙여 일찍 시든 건 아닐까 싶습니다. 뭐 좋은 거라고 인간의 이름으로 불렀을까요, 차라리 칭찬 양파처럼 키울 걸 그랬습니다.
식물이 죽어나갈 때마다 검색창에 ‘죽은 식물 버리기’라고 치며 다시금 방법을 확인하지만, 매번 일반 쓰레기봉투에 넣는 결과만 나옵니다.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는 방식이라 자꾸만 삐져나오는 잎을 욱여넣으며 쓰레기봉투를 묶었습니다. 최악의 이별이었죠.
화분이 빠져나간 자리엔 작은 유리 인형을 두었습니다. 하얀 눈사람 인형이라 오래 무관심해도 쌓인 먼지가 잘 보이지 않더군요. 이 눈사람은 겨울까지 잘 살아남을 것 같아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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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사실 개똥이는 죽지 않았습니다. 잎 끝이 조금 노랗긴 하지만 여전히 놀라운 성장 속도로 3번째 분갈이를 앞두고 있답니다. 그러니 이렇게 쓴 개똥이의 장례는 그 이름처럼 일종의 반어죠.
반전에 반전을 더하자면, 전 여전히 애정 비스름한 뭔갈을 찾지 못했습니다. 개똥인 여전히 초록색에 조금 덩치가 큰, 벌레가 꼬이는, 언제까지 클지 가늠할 수 없는 그런 존재입니다.
다만 이 글을 쓰면서 조금 울었고, 꽤 오래 고쳐 썼습니다. 그 눈물이 개똥이를 향한 건진 잘 모르겠지만 쓰다 보니 하루에 두세 번 정도 개똥이를 떠올리긴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개똥이가 없다면 그 자리에 무엇을 놔야 채워질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 불안과 함께 조금 더 애틋해지고 있습니다.
넉넉한 것은 오직 사랑(<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_박완서)이라고 말하는 분도 있지만 전 영 부족한 것만 같으니, 계속 사랑에 대해 쓰려고 합니다. 쓰다 보면 언젠가 진짜가 되겠죠.
가끔은 무언가를 믿고 싶어서 글을 쓰곤 하는데, 이 글 역시 그중 하나입니다. 개똥이가 오래 건강했으면 하는 마음이 거짓이 아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