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도

나라는 사람의 온도

by 순이

창문으로 넘어 들어오는 공기가 이젠 정말 서늘해 졌다.

나는 공기의 서늘함을 손끝으로 제일 먼저 느낀다.


손발이 늘 찬 편이라 공기가 서늘해지면 내손은 쉽게 온기를 잃고 잘 덥혀 지지 않는다.


온기를 잃지 않기 위해 아직은 두 손을 맞잡아 비벼주는 것으로 충분 하지만 추운겨울 시린 내손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몸에 한기가 돈다.


나라는 사람의 온도를 생각하다 (완벽한 밥이 되는 온도 121° ○○전기밥솥) 이라는 광고 문구를 발견했다.


세 아이를 낳는 순간부터 나는 원하든 원치 안든 밥과는 뗄 수 없는 사람이 됐다.


누군가를 먹이는 일이 얼마나 고되고 힘든 일인지 아이들의 젖을 먹이면서 절절히 경험 했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나는 그 젖이 잘 도는 사람 이였는데 아기가 먹는 양에 비해 넘치던 모유는 나를 몸살 나게 했고 비쩍 마르게 했다. 젖 달라는 아기의 동그란 입을 보며 몸서리 쳤던 기억은 아직도 쉽게 잊혀 지지 않는다.


그때의 쓰라린 기억 때문인지 아이들 밥 먹이는 일은 젖먹이는 거에 비하면 너무 쉽게 느껴졌다. 지금은 ‘내 머리에 삼시세끼 있다’ 말할 만큼 매 끼니를 생각 하는 사람이 됐다.


가끔 설익고 되어 지긴 했어도 밥을 짓는 시간만큼 아이들은 성장해 주었기에 엄마로서 찰진 삶을 살 수 있 엇 던 거 같다.


그런데 밥을 짓는 온도를 가슴에 품고 있음에도 내 몸에서 추위를 제일 빨리 감각하는 손에서는 한기를 느낀다. 극명한 온도의 간극 앞에서 자주 멍해지곤 한다.


세 아이가 뿜어내는 뜨거운 열기 안에서 미처 알아채지 못하게 조금씩 낮아진 나의 온도


손의 한기는 뜨거운 여름이 가고 다른 계절이 오고 있다고 온기를 뺏기면 쉬이 덥혀지지 않는 너의 손을 보호할 방법들을 하나씩 모아야 한다고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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