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갈비에 이별을 고한다

by 순이

물은 종이컵으로 두 컵 반

라면은 반으로 한번만 쪼개고

스프를 먼저 넣고 끓인다.

-이 장근 시인의 라면 맛있게 끓이는 법 중에서-


나는 이시를 타고 4년 전으로 되돌아갔다.

그날은 초등학교 2학년인 큰아이가 학교 도서관에서 엄마를 위해 빌려 왔다며 ‘라면 맛있게 끓이는 법’ 이라는 제목의 책을 내게 주었다. 아이가 학교에 간 사이 책을 읽으며 ‘요 녀석이 어떻게 시집을 빌려올 생각을 했을까?’ 엄마를 위해 빌려 왔다는 말을 다시금 떠올리며 하루 종일 퍽 감동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에게 고마움을 전할 요량으로

“어떻게 시집을 빌려서 엄마에게 줄 생각을 했어”

“정말 재미있게 읽었어 ”

아이가 깜짝 놀라며

“어?? 그거 시집이야?” 라고 말했다.

“제목이 라면 맛있게 끓이는 법이잖아? ”

“엄마가 읽고 나서 라면을 맛있게 끓여 달라고 빌려온 건데”

“그랬구나!.....제목만 본거 였구나!....”

“앞으론 책안에 내용도 살펴보고 빌려 오렴”

아이는 바로 이거다! 라는 회심의 표정으로 ‘팔도밥상’ 이라는 책을 빌려 왔다.

이번엔 책의 내용도 꼼꼼히 살펴봤다며 26페이지를 보라는 지시까지

26페이지엔 사진과 함께 떡갈비 만드는 법이 자세히 나와 있었다.


고기를 칼로 다지고 치대서 흰 떡에 일일이 붙이고, 떡이 말랑해야 더 맛있을 것 같다는 아이의 말에 방앗간에 직접 가서 가래떡을 뽑았다. 떡갈비의 단맛과 부드러움은 양파인 것 같아서 고기다지는 양 못지않게 양파를 다져 내느라 코도 눈도 연신 훌쩍 거렸던 기억이 떠올랐다.

엄마가 되고 나서 매일 하는 밥은 언제나 숙제였다. ‘오늘은 뭘 먹지?’ 라는 생각을 매일하게 될 줄이야.

그런데 아이가 건네준 요리책은 숙제의 정답처럼 뭘 먹지를 고민하는 사람에서 오늘은 이걸 해보자 라는 사람으로 변화하게 했다.


이제 6학년인 아이는 떡갈비도 좋아하지만 떡갈비만 좋아하진 않는다.

팔도 밥상을 시작으로 요리책들을 독파며 새로운 요리에 도전 했던 나도 이제 요리책을 보며 요리 하지 않는다.

이제 막 사춘기로 접어든 아이는 묻는 말에만 예, 아니요, 로 답하지만 녀석이 완벽한 문장으로 하는 말이 있다.

“오늘 저녁 메뉴는 뭐 예요?”

나에게 엄마라는 이름표를 달아주며 모든 처음을 함께 했던 첫사랑과 이제 저녁 메뉴정도만 공유하는 덤덤한 사이가 됐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우리사이엔 같은 떡갈비가 흐른다. 책에 나온 떡갈비를 그대로 재연 하고 싶어서 손도 마음도 많이 분주 했지만 동그랗고 작은 입안에 떡갈비를 와구와구 넣으면서 엄지를 치켜 올리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만드는 수고로움이 쉬이 잊히곤 했었다.

아이를 위해 요리하는 것처럼 여겨지던 날들도 더 많이 행복하고 웃었던 사람은 나였다.


아이의 그릇엔 이제 엄마가 해주는 음식 이외에 많은 것들이 담겨 있다. 그 음식들을 흘끔 거리며 맘에 안 드는 것을 덜어 낼 수도, 내가 생각하는 좋은 것들을 더 얹을 수도 없다.

다만 그릇에 넘치게 음식을 담다가 체하거나 탈이 나지 않기를 가끔은 덜어내고 덜 먹는 법도 배워 가기를 그릇이 작다 느껴 질 땐 더 큰 그릇을 선택하기를 바래본다.


마지막으로 떡갈비에 띄운다.

떡갈비야 잘 가! 가끔 놀러 오렴!

넌 엉뚱하고 귀여웠던 그 시절 내 아이를 기억하게 하는 추억이니까!

나도 이젠 떡갈비 사먹어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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