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만족

by 순이

‘마음이 흡족하고 모자람이 없이 충분하고 넉넉한 상태’

만족의 사전적 정의다.

봄에서 갑자기 가을로 바뀐 것 같은 나의계절이 만족스럽지 않았다.

봄이고 싶은데 억지로 가을에 꿀려 앉아있는 사람처럼 내내 엉거주춤 했다.

아직은 조금 더 뜨겁고 강렬해야 하는거 아닌가? 라는 아쉬움까지 보태지며 지나온 계절을 곁눈질 했기에 가을이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런데 만족의 한자어는 찰만(滿) 에 발족(足), 발목까지 물이 찬 상태를 말한다.

허리까지도 아니고 발목까지 찬 물이라니...

갑자기 배신감이 일렁였다.

따뜻한 봄 아이들을 만나 아이들의 여름 속에서 그 뜨거운 열기에 지칠 때 마다 지금은 그럴때가 아니라고 몰아세웠다. 삶의 만족은 그렇게 채워진다고 자조하면서

계절을 성실히 살고 가을을 맞이했음에도 잘 살았다 칭찬하지 못했던건 만족의 기준을 스스로 너무 오만하게 설정한 탓 이였으리라.

이제 삶의 만족을 오해하지 않고 겸손하게 받아들인다.

흐려졌던 나의 가을을 반갑게 맞으며 내가 뿌리고 키워낸 열매들을 기쁘게 수확할 것이다. 아직 영글지 못한 열매들은 더 다정하게 가꿔 가면서 앞으로 닥쳐올 추위를 미리 걱정하며 긴장하기보다, 만족의 겸손을 떠올리며 넘치지 않는 겨울을 맞이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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