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몸에 맞는 출발

뼈가 부러지고 나서야 알게 된것

by 순이

자전거를 타자고 먼저 제안한건 나였다.

춘천에서 출발해 강촌을 거쳐 경기도 양평의 두물머리 까지 약70km의 거리였다.

자전거로 달리면 5시간 정도 되었다.

자전거 라이딩 자체가 날씨에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지만 특히 바람 부는 날은 타기가 힘들다. 그날은 바람이 적당하게 부는 자전거 타기 딱 좋은 날 이였다.


출발하기 전 다슬기 해장국을 먹으면서 잘하면 완주도 가능하겠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일었다.


한 시간 반을 쉬지 않고 달려 강촌에 도착했다. 이때 마시는 물의 청량감은 땀을 흘려 운동한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시원한 물이 내 목을 타고 흘러 위까지 잘 도달했다는 느낌, 내 몸에 난 물의 길을 감각하면서 스스로 기특한 마음이 든다.

‘ 나 잘 달려 왔구나!’

‘ 나 살아 있구나!’


여기 까지 참 좋았는데 내가 달려온 길은 14km 가야 할 길의 절반도 못 왔다. 더 달릴 수 있냐고 계속해서 컨디션을 묻는 남편에게 무조건 고고를 외쳤지만 맘속에서 저울질이 시작 됐다.

‘아직 체력이 남았을 때 되돌아가는 게 낫지 않겠어?’ 이 생각을 머리에 이고 자전거 페달을 무겁게 밟았다. 자전거 타기에 완벽하다 생각했던 날씨와 바람이 당연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새로 맞는 풍경들을 매일 보는 그림처럼 흔하게 지나쳤다.


‘어떻게든 힘을 내서 가자!’ 라고 마음먹었다.

블루투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크게 따라 부르며 고개를 흔들었다.

자전거에 앉다 서다를 반복하고 앞서서 달리는 남편의 이름을 크게 부르며 파이팅을 외쳐 됐다.

그 길을 달리는 건 오직 우리 둘 밖에 없다는 착각을 할 때쯤 눈앞에 사람이 나타났다.

재빠르게 핸들을 꺾고 브레이크를 잡았다.

과하게 행동하며 주위를 제대로 살피지 않았다.

차량 유입을 막는 기다란 쇠 봉에 그대로 ‘쾅’ 하고 부딪쳤다.

몸이 공중으로 붕 뜨면서 지면에 솟아 있던 쇠 봉에 어깨가 내리 꽂혔다.

왼쪽 쇄골이 부러 졌다.

철심을 박아 수술하고 제거 하는 데까지 꼬박 일 년이 걸렸다.


한손으로 머리를 감고 씻다보니 평소보다 두 배의 시간이 걸렸다. 다친 왼쪽을 최대한 쓰지 않으려고 팔 쓰는 일을 오른쪽으로 몰아주다 보니 몸이 쉬이 피로해 졌다.

자전거 타기는 물론이고 매일하던 수영, 양손 바쁘게 뜨던 뜨개질, 취미삼아 그리던 꽃그림, 불 꺼진 저녁 조용히 앉아 쓰던 일기, 모두 멈추어야 했다. 아무리 제대도 마음먹어도 몸이 따라 주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걸 뼈가 부러지고 나서야 뼈아프게 경험 했다.


나는 다시 자전거를 탄다. 일몰이 시작되기 한시간전쯤 집에서 느긋하게 출발한다. 20분쯤 걸려 공지천에 도착 하고나면 오늘의 해가 서서히 지기 시작한다. 더 달려 소양강 처녀상 까지 간다. 자전거를 멈추고 소양강과 함께 산으로 떨어지는 해를 바라본다. 이 시간에 자전거 타기를 제일 좋아한다. 이제 먼 거리를 욕심내면서 체력의 한계를 시험하지 않는다. 지나치게 속도를 내기보다 일정하게 페달을 밟으며 앞을 잘 살핀다.

성급하게 마음먹고 빠르게 출발하지 않는다. 힘들 땐 충분히 쉬고 내 몸에 맞는 출발을 하려고 노력한다. 이젠 정말 자전거를 제대로 즐기는 사람이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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