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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보지 않은 삶을 파는 일

by 나를 깨는 글쓰기

'어디서부터 잘못 되었을까?'


오늘 사무실은 잔잔했지만, 퇴근 무렵 내 머릿 속은 멍했다.

쏟아지는 메신저에 도무지 뭐라고 답을 보내야 할지 몰라 그냥 있었다.

생각보다 오래 전부터 시작된 원인이 지금 나를 괴롭게 하고 있다.


나는 살아보지 않은 삶을 파는 일을 한다.

내가 경험하지 못한 저자의 삶이 담긴 책을 알려야 한다.

그에 조금이라도 이해하려면, 한 명의 독자라도 공감할 수 있으려면

나도 어느 정도 그 삶에 대해 이해하고 공감해야 한다.


하지만 나는 지금껏 살아오며,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 적이 부끄럽게도 별로 없다.

지금에서야 생각해보니 훨씬 더 나는 내 관점에서만 생각하고 살아왔으며,

다른 사람의 시선을 엄청나게 의식하며 (사실 의식을 안 할 때가 드물 정도로) 살아왔더라.

물론 지금도 다를 게 없어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거겠지.


퇴근길에 생각보다 내가 나의 좋은 면만 보고 있었다는 사실에,

어쩌면 꽤나 가짜같은, 진짜 내 모습이 맞았을까? 하는 순간들이 많이 떠오른다.

물론 그간의 내 삶이 모두 가짜라고는 또 할 수 없지만 마음이 복잡했다.


생각보다 더 보여지는 것에 신경을 많이 썼고,

진짜 나의 모습을 드러내지 못한 순간들이 많았다.


살면서 무언가를 미친듯이 열심히 해본적이 없는 것도

성인이 된 이후 내게는 독이 되었다. (독이라고까지는 할 순 없지만..암튼 아쉬운 부분)


학생 때 한 시절 후회없이 열심히 공부해보는 그 경험은

좋은 대학을 들어가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다.

나중에 또 다시 그런 시절, 열정을 가질 수 있는지 없는지로 연결되었다.


그리고 나는 그런 시절이 없었기에

인내심이 상대적으로 약했고,

조금 힘들어지는 상황에도 취약했다.


생각을 깊게 해본 적 없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

물건을 충동구매하는 편으로서

또 인생의 많은 부분을 (성격이 급한 것도 있지만)

후다닥 해치워버리는 걸 더 좋아하는 나로서는

글을 쓰고 고치고 고쳐나가는 그 과정을 고통스러워했다.


회사 메신저에 곧장 뭐라고 답을 해야 할지 몰랐던 것도

일하는 태도에서 그간 내가 살아온 삶이 고스란히 드러나기에

이걸 뭐라고 말해야 할까 라는 생각에 참 복잡하고 마음이 심란했다.


내 진심을 담아서

상투적으로 일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생각을 많이 다각도로 깊게 하는 것도 필요할 것 같다.


그전에 우선 내 개인적인 삶에서도

너무 보여지는 것에 집착하지 않고,

진짜 마음 가는 것을 할 것.


진심을 다하지 않을 거면 차라리 하지를 말자.


그리고 기록하는 것에 집착하지 말자.

나는 무언가에 잘 매몰되는 사람이더라.

기록하는 것에만 급급해 정작 진짜 중요한 걸 놓친다.


내일부터 출근해서는 어떻게 일해야 할까.

우선 챗gpt를 쓰지 않는다.

엉성하더라도 내가 생각해서 써보고 고치고 고치고 고치자.

손으로 써보고, 입으로 말해보고, 어떤지도 물어보면서

그렇게 해야겠지.


늘 이런 날 이후론

망망대해에 홀로 떨어진 것마냥

다음날의 출근이 두려워진다.


목적지가 없는 배처럼 바다 위를 둥둥..


이쯤되면 일 뿐만 아니라 삶 자체를 돌아보게 되더라.


내가 그에게 건넨 말에 진심이 어느정도였나?

가족들에게 좋은 하루를 보내라고 말할 때,

피곤할 때 전화가 온 순간에서 나의 모습.


경험이란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보고 듣고 이런 것보다도

다각도로 생각하는 것이라고 한다.


사람을 만날 때도 단편적인 모습만 보고 단정짓지 말고

그 사람의 여러 경우의 수를 생각해보는것.


암튼 우선의 목표는..

엉성하더라도 내 것을 쓰고 말하기.

그리고 진짜 하고 싶은 걸 하기.

해야 해서 꾸역꾸역 쓰는 게 아닌

진짜 재밌는거, 내가 봐도 재밌는거를.....


횡설수설 뭐라는지 모르겠지만

여기에라도 생각을 쏟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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