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힌 줄 알았던 과거의 기억이 떠올라
첨성대 근처에 앉아있다 운 적이 있다.
자세한 기억은 안 나지만 그때의 느낌은 기억에 남아있었나 보다.
경주라는 곳은 행복감을 주다가도 문득 마음 한편이 쓸쓸해지게 만드는 곳이다. 경주에서 혼자라면 더더욱. 지금도 1박 2일간의 친구들과 여행을 마치고 홀로 능이 보이는 카페에 앉아있는데, 좋으면서도 묘하게 쓸쓸한 감정이 있다. 방금까지 왁자지껄하게 떠들다가 혼자 남겨지는, 이제 일상으로 복귀해야 한다는 이유 때문도 있겠지.
감정이 격해질 까 일부러 피하는 행동도 있다.
기차 시간까지 남은 시간을 혼자 좀 걸을까 싶다가도 또 혼자 센티해질까 봐 그냥 카페에 있다가 바로 가기로 한다.
지금 보이는 저 연인들은 얼마나 오랜 시간 함께하게 될까? 저 테이블의 친구들도 현생을 열심히 살다가 자주 만나지는 못할까? 지금 이 시간이 귀할까? 인생이 결국 많은 시간 혼자 보내는 거라면 이 쓸쓸함과 외로움은 어떻게 견뎌야 할까?
어제는 친구 한 명의 브라이덜 샤워를 해주는데, 노래 하나 틀었다고 갑자기 뭉클해지더라. 한 때 내가 그 친구에게 마음을 안 열었다는 게 뒤늦게 미안해지기도 하고. 이렇게 좋고 함께 할 수 있음에 감사한데 말이다. 친구의 결혼이 주는 묘한 감정이 있다.
그리고 친구들, 가족들과 여행할 때면 자주 오지 못해 지금 이 시간이 귀할 때가 많고 벌써부터 오늘을 추억하게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뭉클해진다.
다 그런 거겠지. 많은 사람들이 비슷하게 살겠지. 매일 좋고 매일 의미 있고 매일 행복할 순 없겠지. 감내하며 살아야 하는 것도 있겠지. 계속 마음먹고 과정을 즐기려 노력하는 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