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이제 막 호텔 방으로 올라온 참이었다. 추석 맞이 가족끼리 강원도에 여행을 왔다. 가족이라고 말하기까지는 조금 망설여지는 부분이 있다. 바로 우리가 사장님이라고 부르는 새아버지 때문이다. 그녀는 아주 어릴 때부터 아빠의 존재가 부제 했다. 그녀가 기억하는 아빠에 대한 모습은 방 한편에 서 흰색 메리 아스를 입고 TV를 보던 모습 그녀의 착각이었는지도 모르지만 그녀의 언니보다 막내였던 그녀를 조금 더 예뻐했던 것 같은 이야기, 술을 좋아했던 모습, 가끔 함께 놀러 갔던 계곡. 특히 운일암반일암에서 놀았던 기억. 나를 두고 가기 눈에 밟힌다며 울었는지 정확하게 기억은나지 않는 장면. 병원에서 커다란 산소통을 달고 있던 모습. 자고 일어났는데 아빠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눈물이 터져 버린 기억. 그 후 오랜 시간 아빠란 존재에 대한 부제로 부끄럽고 숨기고 싶고 다른 가정처럼 아빠가 없는 것에 대해 최대한 들키고 싶어 하지 않으려 애쓰는 그녀 스스로 모습까지. 숨긴다고 숨겼지만 내 색 가지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그녀의 친구 H는 어느 날 그녀가 처음 털어놓은 얘기에 이미 눈치를 채고 있었고 잠자코 기다려 주었던 것이다. 서로가 서로를 알아보는 짠함과 서글픔, 안쓰러운 감정과 함께 그날 이유로 그녀는 H에게 더욱 든든하면서 정신적으로 정말 친근한 친구라고 느꼈다. 다시 2025년 현재. 강릉 여행으로 돌아와서 그녀의 가족들은 외출을 마치고 삼촌 방에 둘러앉아 밤늦게까지 대화를 다녔다. 물론 사장님은 모르는 비밀회동. 주된 화두 역시 그였는데 그녀는 오래전부터 자취를 했었기에 그 적나라한 그의 실상과 그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그녀의 엄마에 대해 처음 듣게 된다. 얼마나 오랜 시간을 자신의 삶을 희생해 가며 자식들을 위해 버텨 왔는지 아주 적게 남아 듣게 되어 그녀는 마음 깊숙한 곳에서 뜨거운 눈물이 고였다. 너무 깊고 큰 슬픔과 미안한 마음에 감정이어서 그녀는 당장 울 수 조차 없었다. 언젠가 꼭 꺼내서 제대로 마주 하고픈 그런 것이었다. 그녀의 엄마가 스스로 택한 길이지만 그 결심에 이유 한가운데는 그녀와 그녀의 언니가 일 순위로 자리하고 있음을 그녀는 평생토록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