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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하나의 햇살

삭막한 현실에 따뜻한 추억 한 스푼막한 현실에 따뜻한 추억 한 스푼

by 강유랑

주말 아침 따뜻한 햇살

알람에 쫓기지 않는 여유

오랜만에 차를 몰아 달리면

마음 가득 사랑 담은 가족들도

그리운 하나의 햇살


점심 먹고 나른한 시간

운동장을 걸으며 받았던 햇살

왁자지껄 떠드는 친구들도

열심히 축구하고 있는 친구들도

그리운 하나의 햇살


뙤약볕 아래 저 멀리 보이는

군악대의 힘을 주는 군가 선율

젊음의 열기를 뜨겁게 달군 그 햇살

땀을 흘리며 마지막을 달리는 전우들도

그리운 하나의 햇살


그 따뜻함이 좋다.

차가운 도시 한가운데에서

다정한 말 한마디를 건네는

그날의 그리운 하나의 햇살 같은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학창 시절 점심을 먹고 나면 친구와 함께든지 혼자든지 꼭 운동장을 한 바퀴 돌았던 기억이 납니다. 따뜻한 햇살 받으며 운동장에 있는 벤치에서 꾸벅꾸벅 졸면 얼마나 따뜻하고 기분이 좋은지 모릅니다. 그 잠깐의 달콤한 휴식, 그리고 그 햇살을 받으며 뛰는 친구들, 매점으로 달려가는 모습들. 그리운 그 기억들이 주는 따뜻함. 어떤 한 아이가 그렇게 말하더군요. “내일이면 또 교도소 같은 학교로 가야 해요.” 물론, 심각한 표정으로 한 이야기는 아니었고 장난 같은 말이었습니다. 학생들에게 학교는 어쩌면 ‘경쟁’, ‘고통’ 이런 느낌일지 모르겠습니다. 그럴 때면, 꼭 이렇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그곳의 햇살을, 그 따뜻한 에너지를 느끼며 행복한 기억을 많이 만들라고. 그 추억들이 햇살을 타고 미래의 어느 날 힘이 되어줄 것이라고. 서로에게 그런 따뜻한 햇살이 되어주라고.

군대에서 만난 햇살은 다른 의미로 다가올 때가 많았습니다. 아주 힘들게 하는 역경이었죠. 지금 생각해 보면 어떻게 그 시간을 이겨낼 수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한 여름 강력한 햇빛을 맞으며, 무거운 짐을 싣고 언덕을 오르다 보면 ‘지금 그대 어깨에 멘 짐은 그대의 부모님이 진 짐보다 가볍다.’라는 표지판이 보입니다. 그렇게 어버이 고개를 넘어 갖가지 훈련을 받고 돌아올 때면, 저 멀리 군악대의 음악 소리가 들립니다. 같이 훈련받는 동기들과 ‘힘내자!’, ‘화이팅!’ 소리치다 보면 어느새 하루가 지나갑니다. 그 뜨거웠던 여름의 햇살을 기억합니다. 역경이었던 그 뜨거운 햇살은 고된 훈련을 이겨내고 돌아오는 순간 의미가 바뀌었습니다. 언제나 포기하지 말라고, 해낼 수 있다는 용기의 의미로 말이죠. 무엇보다 네 주변에는 함께 그 문제를 이겨내는 수많은 동기가, 힘을 주기 위해 노력하는 소리가, 부모님의 그 깊은 사랑이 함께 한다고. 꼭 그 햇살이 이야기하는 것만 같습니다.

여전히 햇살이 좋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맞는 햇살도, 잠시 산책하며 만나는 햇살도. 그 여유로운 마음이 좋습니다. 같은 장소도 햇살이 비추는 순간 다른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그 따뜻한 햇살이 비쳤다는 그 사실 하나가 그 공간에 완전히 다른 힘을 주는 것을 봅니다. 그렇기에 그런 햇살 같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지친 사람의 마음에 새로운 힘을 주는 그런 따뜻한 햇살 말입니다. 한국의 ‘정’ 문화는 점점 사라지고, 경쟁과 불안이 전염병처럼 퍼질 때, 모두가 그리워하는 그날의 햇살을 다시 비추고 싶습니다. 그날의 그리운 햇살이, 우리의 다정한 말 하나, 가벼운 마음 씀 하나가 삭막했던 마음과 사회의 풍경을 바꾸기를.


‘햇살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그날의 그립고도 그리운, 아름다운 햇살 같은.’


- 세상 가장 귀한 당신의 손에 ‘강유랑’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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