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빼기는 어려워
항상 남의 떡이 커 보인다.
가져도 가져도,
뺏어도 뺏어도.
움켜쥐려 할수록 빠져 나간다.
조용히 빠르게,
아프도록 빠르게.
오늘을 살지 못하는데.
내일이 중요할까.
손안에 가득 온 힘을 다해 모래를 움켜쥘수록 손 아래로 모래가 빠져나가는 것을 봅니다. 무언가를 바라고 원하는 욕망이 우리 삶을 움직이는 원동력이 될 때, 그것이 순수한 즐거움과 행복이라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모래를 만지고 모래성을 만들며 즐겁게 노는 즐거움이겠지요. 그러나, 우리의 욕망은 처음의 기쁨을 금세 망각할 때가 있는 거 같습니다. 어떠한 결과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강박, 더 이상 즐기지 못하는 마음. 그것은 모래를 움켜쥐고 있는 것과 같습니다. 무언가를 만들어야 하는데 모래를 움켜쥐고는 빠져나가는 모래를 바라보면서 아쉬워만 하는 모습. 그 모습으로 삶을 살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모두가 앞서 나가는 모습, 이미 지나버린 그 무수한 시간. 그 안에서 나는 무엇을 했는가에 대해 무거운 마음이 들 때가 있었습니다. 그런 순간, 더 열심히 삶을 살면서 힘을 내보기도 했지만, 어느 순간 자포자기하는 마음으로 쫓기며 잊어가는 순간이 더 많았습니다. 꿈이 클수록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모르겠다.'와 '이게 과연 되긴 할까.'하는 의심에 멈춰 서는 시간이 길어졌습니다. 그러면서 현실의 문제, 그 흘러가는 모래알이 어찌나 아깝던지요. 무엇 하나 놓지 못하고, 힘을 빼지 못하는 그것이 얼마나 삶을 무겁게 하는지를 느꼈던 시간이었습니다.
한동안 '내려놓음'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산을 올랐습니다. 도저히 놓지 못하는 이 마음의 욕망을 내려놓으라는 그 말이 처음엔 얼마나 화났는지 모릅니다. 내가 원하는 것을 다 얻기 위한 이 산행을 할수록 읽는 책도 보는 영상들도 '내려놓음'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럼에도 오히려 더 '욕망하기'를 선택했습니다. 그 결과는 조급함과 스트레스였습니다. 예비군 훈련을 떠나 잠시 일상을 떠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아시는 분은 알겠지만, 이게 참 별것 아닌데도 가기가 싫습니다. 그런데 그곳에서 생긴 일상의 작은 틈에서 책을 읽기 시작했고, 내려놓음에 대해 깊이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일상으로 돌아와서 처음으로 카페에 앉아 글을 적기 시작했습니다. 어쩌면 '쉼을 사는 법'의 초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계속 써야 한다는 강박에 있었지만 억지로 억지로 페이지를 채워가는 정도였던 책이 그날따라 술술 적혔습니다. 그 순간 지금 있는 이 커피 한 잔, 즐겁게 쓰는 이 글 한 편이 너무나 즐겁고 재미있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받아들여 보기로 했습니다. 내가 삶에 만든 작은 틈 하나가, 그 힘 빼기 한 번이 다시금 즐거움으로, 사랑으로 이어집니다. 편안한 마음에서 바라본 길은 완전히 달랐습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이 두렵게만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기대와 사랑으로, 그 미지가 이끌 나의 모습을 기대로 바라봅니다.
모든 것 앞에서 힘을 빼고, 진정 원하는 목표를 사랑으로 기쁘게 바라보기. '길이 있네' 편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인생의 길은 우리가 원하는 그것을 가장 빠르고 아름답게 이루는 법을 알려줄 것입니다. 오늘 문제 앞에서 다시 한번 잔잔하게, 그리고 가만히, 사랑으로 삶을 채워봅시다. 당신은 경이로운 존재이며, 언제나 그렇듯 행운이 함께 할 테니까요.
'모든 것 앞에 가만히 힘을 빼봅시다. 처음의 그 기쁨과 즐거움으로 다시금 욕망을 바라봅시다.'
- 세상 가장 귀한 당신의 손에 '강유랑'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