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000년부터 은행근무 시절 만난 두 명의 박사와 분기마다 모임을 가지는데, 귀국 후 골프에도 두 번이나 초청을 받았지만, 10년 이상을 골프채와 이별을 하다 보니, 그 실력으로 골프에 초청을 받는 자체가 민폐인 것 같아 거절을 한 상태이다. 지금도 골프는 꿈에서만 Good-Shot을 날리는 정도이고. 최근에는 둘레길도 걷고 막걸리도 한잔 하는 그런 현실적(?)인 모임을 하고 했는데, 7월 29일에 양평에서 바비큐를 하자고 해서 어제 설레는 마음으로 새벽 5시에 기상해서, 7시에 종합운동장역에서 조인을 했다. 아침부터 35도의 폭염이 몰아쳤지만 우리는 그 실체도 모르고 기꺼이(?) 양평으로 향했다.
아침 8시 반, 이미 만석인 '개군할머니 해장국' 식당엔 테이블마다 순댓국을 즐기는 사람들로 풍성하다. 사진을 찍지 못해서 대신 아래 링크를 올립니다.
https://blog.naver.com/yougetwhatyougive/223466664353
정말 정성스러운 반찬과 잘 세척된 재료들 덕분에, 잡내 하나 없는 순진한 순댓국 한 그릇의 국물까지 다 비우고, 마트에서 간단 음료와 막걸리 3병을 사서 농막으로 향했다. 원래 목적이 바비큐를 하는 것이었지만 이 더위에 숯불까지 피우며 더위와의 전쟁을 하기가 싫어서 포기를 했다.
농막은 생각보다 넓었고, 아직도 수확을 하지 못한 과일들이 이곳저곳에서 많이 보인다.
참외, 수박, 가지, 방울토마토, 호박, 고추 등은 어릴 적 방학 때 시골에 가면 동네 이곳저곳에서 포도, 사과, 수박, 참외 등이 무질서하게 자라고 있었는데 그때 이후 이렇게 가까이서 본 것이 처음이다.
비닐하우스가 아닌, 진짜 흙에서 자란 작물들을 직접 수확하는 기쁨, 그리고 입과 혀에 전달되는 더 단단한 식감과 강한 향기 그리고 단맛은 역시 뜨거운 햇볕이 주는 선물이었다.
드론은 초록 들판 위를 날며 우리의 하루를 담았고, 수박화채 한 그릇은 모든 수고의 달콤한 보상처럼 다가왔다.
중간중간에 폭염으로 머리는 띵하고 비 오듯 내리는 땀으로 몸은 지쳐갔지만, 가족들에게 정성 담긴 과일을 나눈다는 생각에 그 모든 고됨이 뿌듯함으로 바뀌었다.
개인적으로도 몇 년 만의 여행이었고, 책상과 컴퓨터에서 벗어나 자연을 보니 머리가 참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우리가 수확한 과일들, 그리고 집사람이 좋아하는 대형 호박 (방어를 연상케 하는 크기)을 하나 구해서, 용산부터는 짐이 너무 많아서 택시로 이동했고, 집사람이 아파트 현관에서 무게를 나누어 주었고, 냉장된 차가운 팩과 알로에 마사지도 해 주었다. 아이들도 과일이 맛있다고 칭찬(?) 해주고.
그리고 나는 이 여름의 기억을 단단히 마음에 새겼다. 그리고 아파트 옆집과도 정을 나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