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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mon vs Tuna, 무엇이 다를까?

by 박정수

연어와 함께 전 세계 수산물 시장의 양대 산맥을 이루는 것이 바로 참치입니다. 전 세계 스시 카운터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를 꼽으라면 연어와 참치(특히 참다랑어)는 결코 빠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두 '바다의 슈퍼스타'는 색상부터 생태, 영양까지 모든 면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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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식지와 생태: 차가운 강 vs. 따뜻한 대양

연어 (Salmon): 앞서 다룬 것처럼 연어는 '회유성 어종'입니다. 차가운 북반구의 강(민물)에서 태어나 바다(소금물)로 나가 성장한 뒤, 다시 자신이 태어난 강으로 돌아와 산란합니다. 이 때문에 기생충 이슈는 주로 민물 생활과 연관됩니다.

참치 (Tuna): 참치는 고등어과에 속하는 '해수어'로, 일생을 오직 바닷물(주로 따뜻한 열대/온대 해역)에서만 보냅니다. 민물에 들어오지 않으며, 광활한 대양을 고속으로 헤엄쳐 다니는 강력한 포식자입니다.

2. 살색의 비밀: 아스타잔틴 vs. 미오글로빈

두 생선이 붉은빛을 띠는 이유는 완전히 다릅니다.

연어 (붉은빛/주황빛): '아스타잔틴(Astaxanthin)'이라는 색소 때문입니다. 연어가 주식으로 삼는 크릴, 새우 등 갑각류의 붉은 색소가 근육에 축적된 결과입니다. 이는 '색소'에 가깝습니다.

참치 (선명한 붉은색): '미오글로빈(Myoglobin)'이라는 단백질 때문입니다. 미오글로빈은 근육에 산소를 저장하는 역할을 하며, 붉은 육류(소고기 등)에 풍부합니다. 참치가 지치지 않고 대양을 헤엄칠 수 있는 비결이며, 이 때문에 참치회는 생선임에도 불구하고 소고기 육회와 비슷한 철분 맛과 식감을 내기도 합니다.

3. 공급 방식: 양식의 총아 vs. 길들여지지 않는 야생

이것이 두 생선의 산업적 가치를 가르는 가장 큰 차이입니다.

연어: 노르웨이의 사례에서 보듯, 양식 기술이 고도로 발달했습니다. 전 세계에서 소비되는 대서양 연어의 90% 이상이 양식입니다. 덕분에 우리는 일 년 내내 안정적인 품질과 가격으로 연어를 즐길 수 있습니다.

참치: 참치, 특히 최고급 횟감인 참다랑어(Bluefin Tuna)는 양식이 극도로 어렵습니다. 성장이 매우 느리고, 예민하며, 엄청난 양의 먹이를 먹고, 넓은 활동 반경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참치는 여전히 자연산(Wild-Caught)에 의존하며, 이는 가격 변동성이 크고 '자원 고갈'이라는 심각한 환경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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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맛과 영양: 풍부한 지방 vs. 고농축 단백질

연어: 부드러운 식감과 풍부한 지방(오메가-3), 그리고 비타민 D가 대표적인 장점입니다. 지방이 살 전체에 고루 퍼져 있어(마블링) 고소한 맛이 강합니다.

참치: 부위에 따라 극단적인 차이를 보입니다. 붉은 살(아카미)은 지방이 적고 고단백이며 담백한 맛이 특징입니다. 반면 뱃살(도로)은 지방이 고도로 농축되어 입에서 녹는 식감을 선사합니다. 다만, 참치는 먹이사슬 최상위 포식자이기에 몸집이 클수록 중금속(수은) 축적 위험이 연어보다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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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심화: 세상에서 가장 비싼 횟감은? (feat. 한국과 일본)

우리는 노르웨이 연어가 어떻게 전 세계적인 '프리미엄 생선'이 되었는지 살펴보았습니다. 하지만 '프리미엄'을 넘어 '초고가(Ultra-Luxury)'의 영역으로 들어가면, 연어가 아닌 다른 이름들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그 무대의 중심에는 단연 한국과 일본이 있습니다.


1. 일본: 논쟁의 여지가 없는 세계 1위, '참다랑어 (Bluefin Tuna)'

'검은 다이아몬드': 세상에서 가장 비싼 생선은 의심할 여지 없이 참다랑어(혼마구로)입니다. 특히 일본 도쿄의 토요스(과거 츠키지) 어시장에서 매년 1월에 열리는 '첫 경매'는 상징적인 이벤트입니다. 2020년에는 참다랑어 한 마리가 약 20억 원($1.8M)에, 2025년 첫 경매에서도 2억 엔(약 16억 원)이 넘는 가격에 낙찰되며 그 가치를 증명했습니다.

왜 비쌀까?: 이 가격은 '최고의 횟감'이라는 상징성 때문이며, 특히 입에서 녹는 '오도로(大トロ, 대뱃살)' 부위는 전 세계 미식가들이 최고로 칩니다. 연어와 달리 참다랑어는 양식이 극도로 어렵고(성장 속도가 느리고 예민함), 대부분이 자연산 어획에 의존합니다. 이로 인해 희소성이 매우 높고 자원 고갈의 문제까지 겹쳐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습니다.

또 다른 강자, '자연산 참복 (Torafugu)': 일본에서 참다랑어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최고급 횟감은 **자연산 참복(토라후구)**입니다. 복어는 단순히 맛과 희소성뿐만 아니라, **'목숨을 건 면허'**라는 특별한 가치가 더해집니다. 맹독을 다루는 전문 조리사의 고도로 숙련된 기술 비용이 포함되어 있어, 복어 코스 요리는 엄청난 가격을 자랑합니다.


2. 한국: 전설 속의 물고기, '다금바리'와 '줄가자미'

일본에 참다랑어가 있다면, 한국에는 "전설의 횟감"으로 불리는 어종들이 있습니다.

제주도의 로망, '다금바리(Kue)': 한국에서 가장 비싼 횟감의 대명사는 단연 '다금바리'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이 있습니다. 우리가 제주도에서 흔히 '다금바리'라고 부르며 먹는 최고급 어종은 사실 '자바리(Longtooth Grouper)'일 확률이 높습니다.


진짜 다금바리: 표준명 '다금바리'는 수심 100~200m의 암초 지대에 서식하며 거의 잡히지 않아, 1년에 몇 마리 구경하기 힘든 '환상의 물고기'입니다. 최고급 '자바리': 우리가 최고급 횟감으로 인정하는 것은 '자바리'로, 이 역시 kg당 20만 원을 훌쩍 넘는 최고가에 거래됩니다. 쫄깃하고 단단한 식감과 깊은 감칠맛으로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미식가들의 끝판왕, '줄가자미(Ishigari)': 아는 사람들만 아는 또 다른 초고가 횟감은 '줄가자미'입니다. '이시가리'라는 일본명으로 더 유명하며, 뼈째 썰어 먹는(세비체) 방식이 특징입니다. 오독오독한 식감과 고소한 맛이 일품이며, 어획량이 매우 적어 싯가로 kg당 20~30만 원을 호가하기도 합니다.

3. 결론: 연어와 참치의 근본적인 차이

연어 (Salmon): 노르웨이의 성공 사례에서 보듯, 고도로 발달한 '양식(Aquaculture)'을 통해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습니다. 이로 인해 전 세계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대중적 프리미엄' 생선이 되었습니다.

참다랑어 & 다금바리 (Tuna & Kue): 이들은 '양식의 어려움'과 '자연산의 희소성' 때문에 최고가를 유지합니다. 야생의 맛, 잡기 힘든 희귀함, 그리고 특정 부위(오도로)나 특정 어종(다금바리)에 대한 문화적 열망이 그 가치를 결정합니다.

따라서 "세상에서 가장 비싼 횟감"은 연어가 아닌, '희소성'과 '문화적 가치'를 동시에 지닌 참다랑어, 다금바리, 복어 등이며, 한국과 일본은 이 초고가 미식 문화의 중심지라 할 수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이 '사시미(회)' 문화의 정점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날생선을 먹는 문화는 전 세계 해안 지역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습니다.


이 주제를 추가하면, '날음식(Raw Food)'이라는 인류의 보편적인 조리법이 각기 다른 기후와 문화 속에서 어떻게 독자적으로 발전했는지 보여줄 수 있습니다. 우리가 진행 중인 교과서 시리즈에 완벽하게 어울리는 챕터가 될 것입니다.


세계 음식 문화 텍스트: 회는 한국과 일본에만 있을까?


서론: '날것'을 향한 인류의 공통된 미각


한국의 '회(膾)'와 일본의 '사시미(刺身)'는 날생선 요리의 정수로 알려져 있습니다. 신선한 생선을 얇게 썰어 그 원초적인 맛을 즐기는 이 방식은 고도의 신선도 관리와 섬세한 칼 기술을 요구합니다.


하지만 "날생선을 먹는 문화"는 이 두 나라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냉장 기술이 없던 시절부터 인류는 바다에서 갓 잡은 신선한 해산물을 즐기거나, 혹은 이를 보존하기 위한 독창적인 '날것'의 조리법을 발전시켜왔습니다. 세계 각국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날생선의 맛을 탐구해왔습니다.


1. 라틴 아메리카: '산(Acid)'으로 익히다, 세비체 (Ceviche)

국가: 페루 (Peru)

특징: 페루의 국민 음식이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세비체'는 라틴 아메리카를 대표하는 날생선 요리입니다.

방식: 깍둑썰기한 흰 살 생선(농어, 도미 등)이나 해산물을 라임이나 레몬즙, 양파, 고추(아히), 고수(실란트로) 등에 버무려 냅니다.

과학: 이는 사시미와는 개념이 다릅니다. 생선을 가열하지는 않지만, 강한 산(Acid)이 생선살의 단백질을 변성시켜(denature) 표면을 하얗게 '익힙니다'. 덕분에 기생충이나 박테리아의 위험을 줄이고 탄력 있는 식감을 만들어냅니다. 이 요리의 핵심인 남은 소스는 '레체 데 티그레(Leche de Tigre, 호랑이의 우유)'라 불리며 별미로 여겨집니다.


2. 이탈리아: 올리브 오일의 미학, 크루도 (Crudo)

국가: 이탈리아 (Italy)

특징: '날것(Raw)'이라는 뜻의 '크루도'는 이탈리아, 특히 시칠리아, 풀리아 등 남부 해안 지역의 전통 요리입니다.

방식: 일본 사시미와 가장 유사한 개념일 수 있으나, 결정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사시미가 간장(발효 소스)과 와사비(향신료)로 생선의 맛을 끌어올린다면, 크루도는 최고급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과 소금, 약간의 레몬즙을 사용합니다.

철학: 생선 본연의 맛을 가리지 않으면서, 오일의 신선한 향과 지방의 풍미를 더해 맛을 완성합니다. 주로 참치, 황새치, 새우(감베로 로쏘) 등이 사용됩니다.


3. 북유럽: '보존'의 기술, 그라브락스 (Gravlax)

국가: 스웨덴, 노르웨이 등 스칸디나비아 (Scandinavia)

특징: 우리가 앞서 다룬 연어의 또 다른 변신입니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 바이킹들이 연어를 보존하기 위해 개발한 방식입니다.

방식: '그라브락스(Gravlax)'는 '땅에 묻은 연어(Grave-Salmon)'라는 뜻입니다. 신선한 연어를 소금, 설탕, 그리고 딜(Dill) 허브에 듬뿍 절여 숙성시킵니다.

결과: 삼투압 작용으로 수분이 빠져나가고 살이 단단해지며(Cured), 훈제 연어와는 또 다른 농축된 풍미의 '숙성회'가 됩니다. 빵이나 감자 위에 올려 먹는 대표적인 냉요리입니다.


4. 태평양의 섬들: 양념의 조화, 포케 (Poke) & 키닐라우 (Kinilaw)

국가: 미국(하와이), 필리핀 (Hawaii, Philippines)

특징: 태평양의 더운 기후 속에서 날생선을 안전하고 맛있게 먹기 위한 지혜가 담겨있습니다.

포케 (Poke): 하와이 원주민의 음식인 '포케'는 '자르다, 썬다'는 뜻입니다. 깍둑썰기한 참치나 연어를 간장, 참기름, 해초, 양파, 견과류 등과 함께 버무려 먹는 '회의 무침' 형태입니다. 오늘날 전 세계적인 '포케 볼(Poke Bowl)' 열풍의 원형입니다.

키닐라우 (Kinilaw): 필리핀식 세비체로, 페루와 달리 라임 대신 코코넛 식초나 칼라만시 같은 현지 식초를 사용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여기에 생강, 고추, 양파 등을 더해 상큼하면서도 강렬한 맛을 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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