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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가 급등할 때 뒤돌아봐야 하는 이유

by 박정수

저는 9월부터 매일 시장을 누구보다도 열심히 KOSPI를 분석해오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로 주변에서 고민을 털어 오던 지인들은 요즘 얼굴에 웃음이 되살아 나고 마치 자가가 주식투자를 세상에서 제일 잘하는 귀재를 가진 행세를 합니다. 이런 부류의 투자가들은 말로는 장기투자가로 하는데, 빠지면 오를 때까지 버티고 (물론 엄청 걱정을 합니다), 그리고 오르면 평생 오른 다고 생각을 하는지 팔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이런 투자가들은 아무 근거가 없는 BTC 등 코인을 투자했어야 합니다. 삼성전자가 칩하나로 NVEDIA가 주력인 GPU 100개의 기능을 하는 새로운 칩을 개발했다고 발표를 한다면 모를까, 우리는 NVIDIA는 물론 삼성전자도 단기간에는 가치이상으로 주가가 급등을 했다고 나중에 알게 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개인의 주관적인 생각이 객관적인 증거를 시장을 분석하려 합니다. 오늘은 너무 어려운 학술이론 말고, 간단한 그래프로 여러분들의 경각심을 높이려 합니다.



2025년 하반기, KOSPI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기염을 토하며 투자자들에게 환호를 안겼다. 이 거침없는 랠리의 중심에는 'AI-반도체-외국인'으로 이어지는 강력한 '삼각편대(Triangular Formation)'가 자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화려한 축제의 마지막 단계에서, 우리는 시장이 과열의 정점, 즉 '거품'의 말기에 도달했을지도 모른다는 위험 신호들을 포착했다. 시장의 영원한 격언처럼 "파티가 가장 뜨거울 때 떠날 준비를 해야 한다." 지금이 바로 그 시점일 수 있다.


1. 시장을 견인한 엔진: 미국 AI, 한국 반도체, 그리고 외국인투자

이번 KOSPI 랠리는 명확한 동력을 가지고 있었다.

글로벌 엔진 (SOX): 미국발 AI 혁명이 NVIDIA를 필두로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SOX)를 끌어올렸다.

국내 엔진 (반도체): 이 AI 붐은 HBM(고대역폭 메모리) 수요 폭증으로 이어져,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주가를 견인했다.

연료 (외국인):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 성장 스토리에 베팅하며 9월과 10월, 국내 반도체 주식을 집중적으로 순매수했고, 이는 KOSPI 지수 전체를 끌어올리는 주동력이었다.

이 견고해 보이던 '삼각편대' 구조는 최근 명확한 균열의 징후를 보이기 시작했다.


2. ㅊ번째 경고: 주도 세력의 이탈과 '폭탄 돌리기'

시장의 정점(상투)에서 나타나는 가장 전형적인 징후는 주도 세력의 이탈과 그 물량을 이어받는 개인 투자자의 등장이다. 제가 최근에 어제 우리가 분석한 '투자 주체별 누적 순매수' 차트(cumsum)는 이 현상을 정확히 보여주었다.

cumsum.png 한국증권거래소 (KRX) Data 분석


외국인의 차익 실현: 9~10월 랠리를 이끌었던 외국인(파란색)이 10월 말을 기점으로 누적 순매수 증가세를 멈추고 차익 실현(순매도)에 나서기 시작했다.

개인의 추격 매수: 반면, 랠리 내내 주식을 팔던 개인(녹색)은 이 시점에 순매도를 급격히 멈추고 시장에 진입(순매수 전환 혹은 순매도 축소)하기 시작했다.

이는 시장의 '스마트 머니(Smart Money)'가 떠나는 자리를 'FOMO(소외 공포, 나만 주식이 없다면 소외당할까 봐 불안해지는 심리, Fear of missing out) 심리'에 휩싸인 자금이 채우는, 전형적인 '폭탄 돌리기'의 초기 단계로 해석될 수 있다.


3. 두 번째 경고: 위험한 연료 '빚투', 사상 최고치

가장 심각한 위험 신호는 개인의 시장 진입이 건전한 현금성 자산이 아닌, 막대한 '빚'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이다. 2025년 11월 초, KOSPI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24조 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 수준을 경신했다. 이는 개인이 자신의 자본이 아닌, 증권사에서 빌린 돈으로 이 과열된 시장의 마지막 불꽃에 뛰어들고 있음을 의미한다.

credit.png https://freesis.kofia.or.kr/


https://freesis.kofia.or.kr/ 에서 주식==> 신용공여현황==> 신용공여 잔고추이==> 일간데이터



이 '빚투' 자금은 시장의 '가속성(Accelerant)'을 높이는 동시에 '취약성'을 극대화한다. 시장이 하락세로 전환될 경우, 이 막대한 신용 잔고는 담보 부족으로 인한 '반대매매(Margin Call)'를 촉발시킨다. 이 강제 청산 물량은 주가 하락을 부채질하고, 이는 또 다른 반대매매를 불러오는 **'죽음의 소용돌이(Death Spiral)'**를 일으키는 방아쇠가 된다.

금융투자협회와 한국거래소마저 이례적으로 '빚투'에 대한 공식적인 경고에 나선 것은, 이 상황이 임계점에 다다랐음을 반증한다.


4. 세 번째 경고: 밸류에이션의 한계, 'AI 거품론'

이 모든 랠리의 근원지인 미국 AI 반도체주의 밸류에이션 역시 한계에 도달했다는 징후가 명확하다.

NVIDIA의 고평가: 랠리의 대장주인 NVIDIA의 PBR(주가순자산비율)은 49배에 달하며, 미래 성장성까지 감안한 PEG(주가수익성장비율) 마저 1.4배에서 2.5배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성장주 투자의 대가' 피터 린치가 PEG 1.5배 이상을 '매도 고려' 신호로 보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NVIDIA의 주가는 이미 미래의 모든 낙관론을 끌어다 쓴, '비싼' 영역에 진입했다.

LPPLS 모델의 경고: 통계적으로 버블 붕괴 패턴을 분석하는 LPPLS(로그-주기적 거듭제곱 법칙) 모델 역시 "현재 주가 패턴이 과거 버블 붕괴 직전과 매우 높은 수준으로 일치한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삼각편대'의 엔진이었던 NVIDIA의 성장 내러티브가 조금이라도 시장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그 충격은 HBM을 공급하는 SK하이닉스와 KOSPI 전체로 즉각 전파될 것이다.


결론: 거품 붕괴(Crash)인가, 건강한 조정(Correction)인가?

물론 긍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AI 산업의 성장은 2000년 닷컴 버블 당시의 '막연한 기대감'과는 달리, 실제 기업들의 실적(TSMC, NVIDIA 등)으로 증명되고 있다. 따라서 이 강력한 펀더멘털이 시장의 완전한 붕괴를 막아줄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장기적인 성장 전망'이 '단기적인 과열과 레버리지 위험'을 막아주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설령 이것이 거품 붕괴가 아닌 '건강한 조정'으로 끝난다 하더라도, 사상 최고 수준의 신용융자 잔고는 그 조정의 폭이 상상 이상으로 깊고 고통스러울 수 있음을 예고한다.

KOSPI는 분명 시장의 마지막 단계를 지나고 있다. 외국인이 떠나는 시장에 사상 최대의 빚을 내어 뛰어드는 것은 현명한 투자가 아니다. 지금은 탐욕(FOMO)에 편승할 때가 아니라, 다가올 변동성에 대비해 철저히 리스크를 관리하고 '거품'을 경계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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