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뇌와 기억력
나이가 들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실제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1990년~2000년대 광고의 카피들이 훨씬 기억에 많이 남아있다. 좀 더 강렬하고 자극적인 문구들이 많았던 것 같기도 하고, 지금 생각해보면 뭔가 허세(?)스러운, 과장이 가득한 문구들도 많았던 것 같다. 그러한 카피들 중에 하나가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라는 광고 카피이다. 카메라 광고로만 생각이 났는데, "올림푸스 카메라 광고였나?"하고 찾아보니 캐논 카메라 광고였다. 지금은 캐논이 전문 카메라 시장을 니콘과 함께 장악했지만, 그때만해도 지금보다 경쟁이 훨씬 치열했던 것 같다. 뭐, 요새는 핸드폰 카메라로 사진은 물론 영상까지 다 커버를 해버리니 전문 카메라 시장이 예전만 못한 것은 사실이다.
카메라 이야기를 하려고 꺼낸 이야기는 아니다. 바로 기억력에 대해서 궁금증이 생겨서 공부 좀 해봐야겠다 싶었는데, 문득 저 광고 카피가 기억났다. 저 문구를 지금도 기억하고 있는 것은 본인이 자주 까먹고 잊어버리는 사람이기 때문에 저 문구가 너무 와닿았기 때문인 듯 하다. 저 광고를 보기 전에는 메모하거나 기록해두는 습관이 없었다. 그러나 그 광고카피를 본 이후에는 기록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는데 주력했다. 중요한 사항들을 잊지 않기 위해서 메모나 캘린더를 쓰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처럼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전에는 실제로 탁상 달력에 중요한 일정을 표시해두었고, 포스트잇과 다이어리(혹은 수첩) 등에 잊지 않아야 할 사항들을 적어놓고 생각날때마다 찾아보곤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혹 중요한 일들을 놓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적어두었다는 것 자체도 잊어버리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스마트폰이 나온 후에는 기록부터 검색, 알람(alarm)이 용이해져서 중요한 사항을 놓치는 경우를 많이 줄일 수 있었다. 그러다보니 지식이나 정보도 마찬가지가 되었다. 이제는 내 손안의 PC(스마트폰)로 필요한 정보와 지식을 언제라도 즉시 찾아볼 수 있다. 굳이 골치아프게 머리에 지식과 정보를 저장하는 따위의 노력은 들일 필요가 없다.
캐논의 광고 카피처럼 바쁜 현대인의 삶에서 많은 경우에 기록이 기억을 지배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근데 문득 슬픈(?) 생각이 들었다. 물론 기록을 통해서 기억의 한계들을 극복해가고 있지만, 인간의 기억력(장기기억만 해당)의 용량이 무제한이라고도 하던데 이렇게 기록에만 의지하고 있다는 점이 뭔가 안타까웠다고나 할까. 뭔가 기억이라는, 인간 뇌의 중요한 역할과 기능을 outsourcing(외주)주는 것은 아닌지 하는 걱정이 들었다. 거의 10년 전인가 읽었던 책에서도 이러한 점을 지적한 바 있다. 경영 컨설턴트인 Nicholas G. Carr라는 분이 저술한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The Shallows)>이라는 책인데, 찾아보니 2015년에 한국어 초판이 출간되었다고 한다. 물론 이 책에서는 기억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사고방식의 단순화와 사고의 깊이도 얕아지는 것도 우려했던 것 같다. 2020년에 10주년 개정증보판이 나왔다고 하니, 빠른 시일내에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다.
역시나 또 쓸데없이 서론이 길었다. 건망증이 잦은 사람으로서 기억에 대해 궁금한 것이 생겼고, 그래서 우리의 뇌와 기억에 대해서 알아보고 싶었던 것으로 요약하겠다. 우선 우리의 뇌는 어떻게 구성이 되어있는지부터 알아보고자 한다.
뇌 구조를 찾아보니 생각보다 많이 복잡하다. 이걸 다 공부해서 정리하기에는 개인적인 역량에 한계를 체감했다. 그래서 그냥 기억과 관련된 대뇌를 중심으로 정리하기로 마음먹었다.
측면(사람의 귀 쪽)에서 바라보면 뇌는 크게 대뇌, 소뇌, 간뇌, 중뇌 등으로 나뉜다. 간혹 대뇌, 소뇌, 간뇌로 크게 3가지로 나누는 경우도 있는데, 우선 위의 그림과 같이 분류하는 것을 기준으로 하겠다. 그림에서 볼 수 있다시피 인간의 뇌는 부위별로 정말 중요하고 다양한 기능들을 수행하고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대뇌를 제외한 다른 부위는 대체로 passive한 기능들을 수행하고 있다. 아니면 자동화(automatically)된 기능을 한다고 해야 하려나. 여튼 무의식적으로 우리 몸의 다양한 밸런스를 조절하고 유지하여 건강한 삶을 살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을 간뇌, 소뇌, 중뇌 등이 담당하고 있다. 유일하게 active한 기능을 수행하는 부위가 바로 대뇌인 것 같다. 대뇌는 공간적으로도 뇌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운동, 감각, 언어, 기억, 고등정신 기능을 수행한다. 한마디로 우리가 살아가면서 어느정도 의식하고 인지하는 것들은 대부분 대뇌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봐도 무방할 듯 하다.
대뇌를 상·중·하 층별(겉-가운데-안)로 먼저 나눠보면, 맨위에 대뇌피질(회백질)이, 중간에 백질이, 밑에는 변연계가 있다. 대뇌피질은 우리의 두뇌 맨위에 위치한 2~4mm의 얇은 층으로, 대뇌반구를 감싸고 있으며 사고와 기억을 주로 관할한다. 이러한 대뇌피질은 회백질이라고도 불리우며 신경세포체와 모세혈관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바로 이 대뇌피질에 대해서는 뒤에서 조금 더 정리해보겠다. 가운데 층에 위치한 백질은 매우 가는 신경섬유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수십억개의 작은 뇌세포들이 정보를 교환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위에 있는 대뇌피질과 하위에 있는 중추신경계의 소통과 정보 송수신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가장 밑이자 안쪽에 위치한 변연계는 감정, 정서 등을 관장한다.
이번에는 시점을 바꿔보자. 만약 뇌를 사람의 정수리 쪽에서 바라본다고 하면, 뇌를 좌반구와 우반구로 나눌 수 있다. 흔히들 이야기하는 좌뇌와 우뇌이다. 많이들 알려진 바와 같이, 좌뇌는 논리, 이성, 언어, 수리, 분석 등을 주로 담당하고, 우뇌는 감성, 직관, 비언어, 시공간적 기능을 주로 수행한다. 좌뇌와 우뇌에 대해서는 자세한 이야기가 이미 많이 알려져 있기도 하거니와 기억과 직접 관련이 있는 뇌 부위의 분류 방식은 아니기 때문에 넘어가기로 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대뇌피질은 사고와 기억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모든 뇌의 부위가 다 중요함은 말할 것도 없지만, 그래도 굳이 문외한으로서 가장 중요한 부위를 딱 한군데만 뽑아보자면 바로 이 대뇌피질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물론 신체의 기본적이고 밸런스 유지를 위한 무의식적인 기능을 수행하는 다른 부위가 고장나면 생명을 유지할 수 없다.) 그럼에도 대뇌피질을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이유는 단순한 생명유지를 넘어서 인간으로서의 identity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부위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인간 중심적? 인간 우월론? 아님)
이제 대뇌피질을 쪼개서 살펴보자. 먼저 전두엽이다. 전두엽은 대뇌피질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엽으로, 모든 감각계의 정보를 받아들이고 종합적으로 사고하는 기능을 맡고 있다. 받아들인 정보의 필요성, 사용 방식 등을 처리하는데,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해주는 뇌 부위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전문가들도 중요하게 다루는 부위이다. 인간과 동물을 구분하는 언어적, 사회적 활동은 물론, 도덕성, 창의성도 바로 이 전두엽에서 비롯된다고 하니 그 중요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두정엽은 대뇌의 윗부분에서 뒷부분 중간에 자리잡고 있는 부위인데, 주로 감각 정보를 처리한다. 전두엽을 보조하여 외부정보를 조합하고 생각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인류 최고 천재 중 하나로 늘 언급되는, 상대성 이론을 창시한 아인슈타인이 가장 발달했던 뇌 부위가 바로 두정엽이라고 한다.
측두엽은 이름 그대로 대뇌의 양 옆면에 위치하고 있으며, 청각중추가 있는 곳으로 청각을 1차적으로 전달받는다. 청각 뿐만 아니라, 미각, 후각 등의 정보도 구별하는 역할도 수행하고, 사람의 얼굴과 같은 복잡한 대상을 재인(과거에 인지했던 대상을 구분하여 알아내는 것)하는 과정에도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후두엽은 대뇌의 뒷면에 자리하고 있으며 시각중추가 있다. 눈으로 들어온 시각정보가 가장 먼저 들어오는 곳인데, 시각정보를 통해 모양이나 위치, 운동상태 등을 분석하고 저장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많은 연구들로 이미 발표가 되고 있지만, 우리가 TV, PC, 스마트폰을 보면 주로 후두엽만 자극을 받게 되고, 전두엽은 거의 반응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전문가들이 책이나 글을 많이 읽어야 한다고 강조하는데, 그 근거로 찬조 출연을 많이 하신다.
살면서 좌뇌/우뇌는 물론, 뇌의 부위별로 역할과 기능에 대해서는 간혹 본적이 있었지만 마음잡고 정리해보려니 역시나 너무 복잡하다. 우선 나이가 들어서 기억력이 더욱 떨어진 스스로를 위해 최대한 단순하고 요약해서 정리해보았다. 그래도 몇 시간 지나고 나면 까먹겠지만...이제 본격적으로 기억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뇌의 부위에 대해 요약해보기로 한다.
여기까지 오기 위해 뇌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들을 살펴봤다. 어떻게 보면 쓸데없는 배경지식일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뇌에 대해 전반적인 내용을 알고 기억력을 관장하는 부위를 알아보면 훨씬 기억을 잘하게 될 것이라는 막연하고, 대책없는 믿음이 있었다. 그나저나 기억력을 총괄하는 뇌의 부위는 바로~~~~!!! 해마(hippocampus)다!
재밌는 것은 우리가 아는 바다생물 해마(sea horse)와 생긴 것이 비슷하다고는 하는데, 우리나라 명칭 해마(hippocampus)가 바다생물 해마(sea horse)에서 유래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위 사진 보면 그닥 비슷해 보이지 않은 것 같은데? 근데 해마 부분만 절제한 단면을 보면 흡사하다. 아래 그림에서 확인해보자. (해마보다는 사람의 귀 같기도 한데...뭐 그래도 저 정도면 인정...)
해마는 우리 뇌의 양쪽 측두엽 안쪽에, 정확히 말하면 변연계에 하나씩 위치하고 있다. (측두엽, 변연계...역시 뇌 전체에 대해 기본이라도 공부해두길 잘했다. 스스로가 대견하다.) 해마는 정보를 1차적으로 저장하고 해당정보를 장기기억으로 보낼지 여부를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 여기서 잠깐! 장기기억의 정의는 어떻게 될까?
사람이 기억하는 방식에 따라서 기억을 크게 3가지로 분류한다. 감각기억(sensory memory), 단기기억(short-term memory), 장기기억(long-term memory)이 바로 그 분류이다. 감각기억은 사실 영어 이름인 sensory memory가 조금 더 와 닿을 수 있는데, 시각, 청각, 촉각, 후각, 미각 등의 감각을 1~2초 정도 짧은 시간동안 기억하는 것을 말한다. 단기기억은 이보다는 더 긴 20~30초의 기억을 유지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누가 이메일 주소나 전화번호를 불러주면 메모하기 전까지 기억하고 있다가 메모하는 수준이다. 마지막으로 장기기억은 며칠 이상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을 말한다. 굳이 비유하자면 장기기억이야 말로 컴퓨터에서 말하는 HDD(Hard Disk Drive)나 SSD(Solid State Drive)에 해당될 것이다.
장기기억은 다시 명시적 기억과 암묵적 기억으로 나뉜다. 이렇게 분류만 하다가는 끝없이 내려갈 것 같다. 그냥 간단히만 정리해보면 명시적 기억은 우리가 떠올려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이다. 어떤 일화라던지, 어떤 의미라던지, 잠시 시간을 가지고 생각해서 기억을 서술할 수 있는 기억이라고 해서 서술기억이라고도 불린다. 한편, 암묵적 기억은 우리가 의식해서 떠올리지 않아도 되는 기억이다.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또는 자연스럽게 하는 운전이나 자전거 타기, 수영 등이 좋은 사례이다. 또한 과거에 무의식적으로 어떤 정서를 느꼈던 것들도 암묵적 기억에 포함된다는 연구들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다시 이렇게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가 흘러간다. 아무래도 나이가 들었다는 증거인 듯 하다. 여튼 다시 논점으로 돌아오면, 해마는 특정 정보나 감각이 들어오면 정보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판단하여 감각기억, 단기기억, 장기기억 중에 어디로 보낼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가 흔히들 이야기하는 기억력을 키우기 위한 것은 결국, 우리가 받아들이는 정보를 최대한 많이 장기기억으로 보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렇다면 내가 원하는 정보들을 조금이라도 쉽게 장기기억으로 보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있다면 무엇일까?
바로 앞에서 해마가 정보나 감각을 장기기억으로 보낼지 여부를 '중요성'과 '필요성'을 기반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장기기억으로 보내고 싶은 정보들은 해마를 기만함으로써 목적을 달성할 수 있지 않을까. 해마가 '중요'하고 '필요'하다고 판단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방법은 아래 6가지로 가능하다.
첫째, 반복하여 입력하는 것이다. 우리의 뇌는, 반복되는 정보를 중요하고 필요하다고 여긴다고 한다. 우리가 학창시절에 시험범위에 있는 내용들을 반복하여 읽고, 암기하는 것이 바로 이에 해당될 것이다. 갑자기 학창시절 시험기간이 생각나서 뭔가 유쾌하지만은 않은 기분이 든다.
둘째, 소리(특히 사람의 목소리)로 데이터를 입력하는 것이다. 앞에서 공부를 열심히 한 덕(?)에 해마의 위치가 측두엽 안쪽에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 다른 감각기관들 보다 귀와 더 가깝다. 우리의 뇌는 귀로 들어온 정보, 특히 사람의 목소리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 우리가 선생님이 강의하시는 것을 집중해서 잘 듣거나, 공부하면서 입으로 중얼거리면서 외우면 우리의 뇌는 더 민감하게 반응하여 중요하고 필요한 정보라고 여기게 되는 것이다.
셋째, 다양한 감각들을 동원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우리가 공부할 때, 눈으로만 책을 읽는 것보다는 유튜브 영상(시각, 청각)도 찾아보고, 혹시 가능하다면 직접 만져보고(촉각), 냄새(후각)와 맛(미각)도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 이와 같이 여러 감각을 활용하게 되면 대뇌피질의 여러 부위가 활성화되고, 이로 인해 전두엽도 여러 부위에서 정보를 받게 되기 때문에 해당 정보가 중요성과 필요성이 높다고 인식될 수 있다.
넷째, 해당 감각이나 정보에 감정을 싣는 것도 효과적이라고 한다. 위에 있는 '해마의 위치' 그림에서도 나와있지만, 해마 옆에는 '편도체'가 있다. 편도체는 기쁨, 슬픔, 노여움, 즐거움 등의 감정을 조절하고 학습 및 기억에 중요한 기능을 수행한다. 해마로 들어오는 대부분의 정보가 바로 이 편도체를 거쳐서 들어오기 때문에, 감정이 수반된 정보나 감각은 편도체를 더욱 자극함으로써 중요성과 필요성이 높다고 뇌를 속일 수 있게 된다.
다섯째, 인간의 뇌는 이미 있는 정보와 연결되는 것을 좋아한다. 따라서 정보나 감각을 받아들일 때, 기억의 저편에 있는 다른 정보와 연결을 하면 장기기억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대표적으로 기존 기억에 있는 정보와 비유, 대조하는 것도 해당될 수 있고, 기존 정보에 연관된 내용에 퍼즐을 하나 추가하는 것도 해당될 것 같다. 결국 기존에 머릿속에 정보들이 많이 있어야 한다는 것인데... 한마디로 열심히 공부해서 기존의 정보를 늘리는 것이 상책이라는 말...ㅠㅠ
마지막으로, 단순한 정보보다는 이야기(story)로 정보를 수용하게 되면, 뇌는 중요성과 필요성을 더 높게 평가한다. 정보를 이야기화 하는 것은 사실 앞의 5가지들을 모두 아우르는 방식일 수 있다. 이야기가 되면 정보가 반복될 수 있고, 다양한 감각들이 동원될 여지가 많으며, 감정이 실릴 수도 있고, 다른 정보와 연결될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계 기억력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사람들이 기억력 향상의 노하우 중 하나로 많이들 언급하는 방식 중 하나가 바로 story화하는 것이기도 하다.
건망증이 심하다 보니, 미래에 치매(알츠하이머 포함)가 오지 않을까 염려하곤 한다. 이번에 공부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나이를 떠나서 훈련과 노력을 통해서 기억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기억력 향상 노력이 추후에 치매 예방에도 효과가 높다는 반가운 사실도 알게 되었다. 우리가 나이가 들면서 뇌의 기능이 저하되고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을, 피할 수 없는 노화의 증상이라고만 치부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어려운 말로 '뇌의 가소성(可塑性)'이라는 개념을 보면, 뇌는 평생동안 여러 환경의 변화와 자극들로 조금씩 변한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여러차례 입증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나이가 들었다고 포기하지 말고, 꾸준히 뇌의 역량도 키우는 방향으로 노력을 해야 하지 않을까?
기억은 사실과 정보들을 중심으로 스스로가 재구성한 본인만의 해석이다. 외부에서 동일한 정보와 자극이 주어져도 이를 저장하고 해석하는 것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가끔 '본인의 기억 = 객관적인 사실'이라고 착각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는데, 좀 더 냉정하고 과감하게 이를 부정할 필요가 있다. 지식이나 정보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뇌는 자체적으로 분석하고 해석하여 저장하기 좋은 형태로 담아두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내가 가진 기억은 나의 세계관이자 가치관을 이루는 중요한 재료들인 것이다. 물론 더 많이 기억한다고 좋은 세계관과 가치관을 가지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빅데이터가 쌓여야 옳고 그름을 분명하게 판별하는 척도를 갖을 수 있고, 나아가 더욱 올바른 판단을 내리는 기반이 다져질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지금 가지고 있는 세계관을 확장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라도 더욱 많은 데이터를 저장해야 할 것이다.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게 꾸준히 업데이트도 하고,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공감하기 위해서 더 넓은 세상에 대한 지식과 정보도 축적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러한 것들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미래를 계획하고 그려가기 위해서는 기존의 기억들이 도망가지 않게 부여잡고, 새로운 정보와 자극의 범위를 더욱 확장하여 사고의 폭과 깊이를 꾸준히 키워야 할 것이다.
갑자기 허세 가득한, 철학적인(?) 문장들이 나와서 스스로도 좀 손발이 오그라든다. 현실로 돌아와서, 기억력이 좋으면 학습 능력 뿐만 아니라 업무 능력에도 좋은 점들이 많을 것이다. 그럼 회사에서 조금 더 인정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아주 사소한 일부터 놓쳐서는 안되는 중요한 일들까지 모두 managing하는 멋진 직장인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어차피 직장인으로 살 것이라면...)
글을 쓸 때마다 참 쓸데없는 내용, 사족(蛇足)이 많다. 어차피 누구한테 보여주려는 것도 아니고, 혼자 기록하는 목적이니 괜찮다고 스스로 위안삼겠다. 그래도 이렇게 글을 쓰면서 또 하나 배우고, 정리하고, 또 다짐하게 되어서 보람을 느낀다. 기억력 향상을 위해 당분간 스마트폰의 메모, 캘린더 기능을 사용하지 않는 시도도 해보겠다. 음...그러다가 조만간 중대한 실수를 저지를 수도 있으려나.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