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는 사람으로서 살아간다는 것

쌓이고 굳어가는 마음과 내려놓음의 용기

by Story Line

나는 눈을 좋아했다. 눈에 보이면 녹아버리는 그 순수함이 좋았다. 하지만 그런 눈도 계속 쌓이다 보면, 눈싸움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커지고, 더 시간이 흐르면 단단한 눈사람이 된다. 처음에는 금방 녹아 없어지던 눈이, 쌓이고 굳기를 반복하면 사람이 들기도 힘들 만큼 무겁고 단단해진다.


말도 그렇다.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이 내뱉은 말이 시간이 지나면서 쌓이고, 결국에는 되돌릴 수 없는 오해를 만든다. 시간이 더 흐르면, 헛소문과 상상이 더해지며,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말과 마음 사이의 관계를 생각하면, 코딩과도 비슷하다고 느낀다. 내가 정확하게 전달하지 못한 생각은 프로그램의 오류처럼 오작동을 일으킨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내 마음을 표현하는 것은 어렵다. 말로 인한 실수들이 쌓이면서 조금씩 나아질 수도 있지만, 그 과정은 여전히 지치고 힘든 일이다.


사람들은 각자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첫인상은 외모와 태도로 판단되지만, 결국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을 결정짓는 건 행동과 언행이라고 생각한다.


어릴 적 나는 관심받는 것을 좋아했다. 가족에게는 꿈 많은 아들이자 자랑스러운 존재로, 남들에게는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부모님이 나를 트로피처럼 여기는 건 아닐까 하는 오해가 들기도 했다. 특히 부모님은 나에게 "한 번 뱉은 말은 되돌릴 수 없으니 조심하라"고 늘 가르치셨다.

이사를 자주 다니고, 여러 나라에서 살아오면서 생긴 나만의 능력이 하나 있다. 상대방의 눈치를 빠르게 살피고, 그들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해내는 것이다. 이는 내 인간관계를 넓히는 데 큰 도움이 되었지만, 정작 내 속마음은 병들어갔다.


겉으로는 다정하고, 싫은 말도 하지 않으며, 화도 내지 않는 사람으로 보였지만, 그 모든 감정을 삼킨 채 나는 점점 썩어가고 있었다. 말하지 못한 응어리들이 쌓여 대인기피증과 상실감을 만들어냈다. 사람을 혐오하기까지 이르렀다.


내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노력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결국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나 자신에게 있었기 때문이다. 진지하거나 솔직한 말을 하면 사람들에게서 멀어질까 두려워했다.


대학교에 와서 깨달은 것이 있다. 친구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필요할 때만 나를 찾고, 목적이 달성되면 떠난다는 것이다. 어떤 친구는 숙제를 부탁하며 연락해왔다. 기쁜 마음에 나의 할 일을 미루고 도왔지만, 이후로는 필요할 때가 아니면 연락하지 않았다. 또 다른 친구들은 나의 성격을 이용했다. 내가 화를 내지 않고 착하기 때문에 과도한 요구를 해도 받아줄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결국 이런 내 모습이 싫어졌다. 자기혐오에 빠지게 된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어떻게 해야 이 모든 문제를 고칠 수 있을까?" 하지만 답을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포기했다.



스스로를 바꿀 수 없다면, 그저 내려놓기로 했다. 인간관계나 주변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포기하자 친구들은 떠났고, 나는 혼자가 되었다. 외롭고 슬펐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마음만큼은 편해졌다.


나는 이제 포기를 실패나 약함으로 보지 않는다. 삶이 너무 지치고 힘들 때, 아무리 노력해도 바꿀 수 없는 것이 있다면, 자신을 갉아먹으며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는 없다.



포기해도 괜찮다.



매번 모든 문제를 해결할 필요는 없다. 특히 눈에 보이지 않는 인간관계 같은 문제들은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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