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은 거짓말이었다
최근 들어 매일 꿈을 꾼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그런 꿈들이다. 현실에서는 말이 안 되지만, 꿈속에서는 유일하게 모든 것이 말이 되고 이해가 되는 순간이 있다. 바로 "꿈을 꿀 때", 딱 그때뿐이다.
때로는 달콤하고 기분 좋은 꿈을 꾸기도 한다. 그러나 어떨 때는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을 만큼 힘들고, 하루를 살아가는 데 지장이 갈 정도로 기분 나쁜 꿈을 꾸기도 한다.
한 번은 이런 꿈을 꾼 적이 있다.
기분이 너무 안 좋았고, 꿈에서 깨어난 뒤 내내 울기만 했다. 머릿속에는 같은 생각이 반복됐다. “왜 현실이지? 그 꿈이 왜 지금 내가 살아가는 현실이 아니지?”
너무 슬펐다. 숨이 막힐 정도로 슬펐다. 모든 게 뒤집히고 깨어진 기분이었다. 그냥 슬프고 기분이 나빴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그만큼 손에 넣고 싶을 정도로 내가 간절히 원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과연 내가 죽기 전에 이룰 수 있을까? 아니, 그 순간이 오긴 할까?
그건 돈, 명예, 지위 같은 것이 아니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무언가가 꿈에 나왔고, 꿈속에서 그것들이 내 것이 된 기분은 너무나도 좋고 행복했다.
그러나 종이에 불을 붙이면 재만 남듯, 그 꿈 역시도 한 줌의 재가 되어 바람에 흩어지는 기분이었다. 손을 내밀어 붙잡아보려 했지만,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텅 빈 손과 함께 깨어난 내 현실만이 내 앞에 있었다.
나는 생각했다. 사람에게 좌절감이나 우울감을 주는 것은 단순히 협박, 고립, 이별 같은 사건이 아니다. 진정으로 사람을 무너뜨리는 것은, 그들이 가장 갈망하는 순간을 눈앞에 보여주고선 그것을 잔인하게 빼앗아가는 것이다. 그것이 삶이라는 현실의 본질이라면, 나는 더는 살아갈 용기가 없다고 느낄 때도 있었다.
근 몇 달 동안은 꿈에 빠져 살았다. 정말 이래도 괜찮을까 싶을 정도로. 예전의 나는 누구보다 밖에 나가는 것을 좋아했고, 산책을 즐겼으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듣는 것이 좋았다. 친구들과 술 한잔 하며 시시한 농담을 나누고, 취기에 웃다가 적당히 취한 채 집에 돌아가 씻고 잠드
는 그런 일상이 너무나도 달콤했다.
오히려 밖에 나가 무언가라도 하지 않으면 하루 종일 우울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런 내가 점점 바뀌기 시작했다. 학교가 시작되고, 수업이 시작되고, 취업 준비를 해야 하니 점점 내가 생각했던 일상과는 동떨어진 삶을 살기 시작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변화였다.
어쩌면, 100 아니면 0인 내 성격이 가장 큰 문제였을지도 모른다. 해야 할 것을 직시하자, 내가 느끼
던 사소한 행복들마저 내려놓고 현실에 매달렸다.
그렇게 달리다 보니 결국 넘어졌다.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끝없이 넘어졌다. 다시 일어나기 힘들
정도로 크게.
다시 일어나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주변 사람들이 생각하는 "나"와 정작 스스로가 느끼는 "나"는 너무나도 달랐다. 모든 것이 산산조각 난 느낌이었다.
많은 사람이 보기에 착실하고 근면성실하게 사는 내가 부럽다고 말하곤 했다. 그러나 그들이 보는 나는 껍데기의 일부에 불과했다. 나는 거짓말을 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내 개인적인 이야기를 굳이 꺼내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이 거짓말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한동안 자제했던 술과 끊었던 담배는 다시 내 일부가 되었다. 이제는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는 대신, 가능하면 혼자 지내려 노력했다. 그 누구에게도 상처받고 싶지 않아서 그 누구와도 연락하지 않았다. 심지어 부모님조차도.
매일 밤, 책을 읽거나 글을 쓰던 내가 아니다. 이제는 밤이 찾아오면 고독을 안주 삼아 빈속에 술을 마시고, 몽롱해지는 의식을 즐기며 밤을 보낸다. 술잔을 기울일 때마다 내 안에 남은 감정들이 서
서히 무너져 내리는 것이 느껴졌다.
그 누구도 보기에 이 생활은 비참할 것이다. 그러나 내일이 되면, 나는 또다시 그 누구도 부러워할
만한 사람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무너지는 감정 너머, 희미하게 남은 현실의 빛을 바라보며 나는 잠에 든다. 그 빛이 거짓임을 알면서도, 그것 말고는 붙잡을 것이 없어서.
그리고 내일이 오더라도 달라질 것은 없을 것이다. 결국 같은 날들이 반복될 뿐, 이 고통조차 익숙해져 버린 내가 변할 리가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