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봄볕 _ 오늘의 시

by 봄볕


아침이 스며든 방 안,

먼지 낀 공기 위로

식은 숨결의 무게가 내려앉는다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았기에

아무것도 아닌 하루


소리 없는 핸드폰 하나,

섬처럼 우두커니

방 한가운데 놓여

흐린 눈을 굴린다


백 명이 넘는 섬들이

각자의 동굴로 흩어져

여전히 귀를 닫고 있었다


"잘 지내니?"

"그래, 언제 한 번 보자."

헐거운 말들이

벽지 틈새를 따라

허공으로 흘러갔다


나는 굳은 손가락으로

그룹 추가 버튼을 눌러

'조문객 목록'이라 적는다


아들을 먼저 보낸

윗집 아주머니는 부르지 못할 것이고,

아이의 선생님도,

내 차를 긁었던 노인도

하나씩 떼어낸다


남은 섬들이

하얀 국화처럼 돌아앉아

나를 향해 고개를 숙인다


나는 끝내

아무도 닿지 못한 곳,

그곳에 홀로 웅크렸다

동그란 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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