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봄볕
빨간 국물이 끓어오르고
대파 같은 말들이 숭덩 떠오른다
너의 말과 나의 말이
밀도의 온기로 버무려지고
그렇지, 그렇지
가래떡 같은 입술에
고개가 보글보글 끓을 때
우리는 달고 매콤한 떡볶이를
먹으려 했을 뿐인데
달디 단 말들이
목구멍 가득 흘러넘치고
퉁퉁 불어 터진 어묵처럼
사람들은 저마다의 말을
숭덩숭덩 삼킨다
국물은 서서히 바닥을 드러내고
우리는 젓가락 끝을 굴리며
식어가는 냄비를 바라본다
찬바람이 불고
떡볶이가 제 계절을 기다리듯
너와 나는
오늘의 말들을 남겨 둔 채
각자의 냄비로 흩어져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