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돌아서야 보이는 길

by 봄볕



대부도에서 집으로 돌아오던 길,

끝이 보이지 않는 차들이 도로 위에 느릿하게 뒤엉켜 있었다.


조금이라도 빨리 가고 싶은 마음에 남편이 내비게이션을 켰다.

잠시 후, 기계음이 낯선 길을 안내했다.

익숙하지 않은 방향이었지만 남편은 운전대를 돌렸다.


그러나 길은 어느새 시골 마을의 가장자리로 스며들었다.

바퀴 아래서 돌들이 부서지고,

곧이어 진흙탕이 차바퀴를 잡아끌었다.

양옆으로 우거진 나뭇가지들은

거친 손처럼 차체를 스치며 스산한 소리를 냈다.


'설마 이러다 길이 사라지는 건 아니겠지?'

우스갯소리처럼 던진 말이었는데,

정말로 길이 그 끝에서 끊겨 버렸다.


그 순간, 남편의 인내심이 바닥을 쳤다.

짧은 말 몇 마디가 공기 속에서 날카롭게 스쳤고,

우리는 결국 되돌아왔던 길로 천천히 방향을 틀었다.


큰길로 빠져나왔을 때,

더 얄궂었던 건 조금 전까지만 해도 꽉 막혀 있던 도로가

거짓말처럼 뻥 뚫려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다른 길로 돌아 시간을 벌었기에,

어쩌면 마주했을지도 모를 큰 사고를

피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오도록

하늘이 조용히 이끌어준 걸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삶에는 그런 순간이 있다.

일이 잘 풀리지 않아 불안하고,

예상치 못한 길로 우회하게 될 때.


그 순간엔 모든 것이 어긋난 것처럼 느껴지지만,

시간이 지나 돌아보면 알게 될 때가 있다.

그 길이 나를 지켰구나, 하는.


세상에는 끝내 알 수 없는 일들이 있다.

그래서일까,

때로는 좋게 생각하는 일이

가장 현명한 선택이 되기도 한다.


생각을 바꾸는 데에는 돈이 들지 않으므로

어떤 시련과 절망에 다다랐을 때

우리는 삶의 무게를 바꾸는 연습을 해볼 필요가 있다.


마음의 방향은

돈이 없어도,

오직 나의 의지 하나만 있으면 언제든 틀 수 있다.


같은 길 위에서도

어떤 이는 절망을 보고, 어떤 이는 이유를 본다.

그리고 이유를 본 사람만이 다시 걸어갈 힘을 얻는다.


가끔 길이 끊긴 듯 멈춰 설 때면

스스로 이렇게 말해보면 좋겠다.


이 길에도 분명 이유가 있을 거라고.

지금 이 막힘이,

어쩌면 나를 살리는 길일지도 모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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