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흘러가게 두는 용기

by 봄볕


아이들 등원 준비로 분주한 아침,

둘째 아이의 이마가 불덩이처럼 달아올랐다.


작은 아이를 안고 병원에 다녀와 겨우 한숨을 돌리려는 순간,

운영하고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운영진을 향한 조롱의 댓글이 달렸다.


잘못한 일이 없어도 비난받는 생활은 익숙해질 법도 한데,

이상하게도 가슴이 매번 새롭게 찢겨 나갔다.


'하아.'

댓글을 보고 있노라니

손이 떨리고 한숨이 절로 새어 나왔다.


그때, 휴대전화가 울렸다.

'채팅방 관리자가 회원님을 내보냈습니다.'


과일 공구 톡방에서 예고도 없이 탈퇴되었다는 통보였다.

이유는 고작 잘못 눌러진 'ㅋ' 하나.

장난도, 비꼼도 아니었던 그 짧은 글자를

운영자는 어째서인지 비웃음으로 받아들였고,

해명할 틈도 없이 나는 퇴출되었다.


"오늘따라 왜 이러지."

입 밖으로 새어 나온 말이 공기 중에 흩어졌다.


설상가상, 부엌에서는 끓고 있던 냄비 속 달걀이

내 마음처럼 펑펑 터지며 사방으로 튀어 올랐다.


사소한 악재가 겹치자

하루 전체가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 들었다.


'젠장, 진짜 놓아버리고 싶다.'

그런 생각이 불쑥 차오르는데,

달걀 터지는 소리에 놀라 달려온 둘째 아이의 얼굴이

불현듯 눈에 들어왔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부정적인 감정이 내 하루를 집어삼키고 있었다는 걸.


나는 빠르게 태세를 바꾸었다.

몸과 마음이 보내는 작은 신호들을 놓치지 않으려 애썼다.


"그래, 다 지나갈 일이야, 괜찮아."


솔직히 우러나온 말은 아니었지만,

몇 번이고 힘껏 되뇌었다.


몇 번쯤이었을까.

묵직하게 짓누르던 짜증과 불만이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경직돼 있던 몸의 근육도 서서히 느슨해졌다.


지나고 나면 이토록 별 일 아닐 텐데,

좋지 않았던 몇 분의 감정을

나는 왜 하루 종일 품고 있었을까.


후회가 밀려왔다.

누구보다 스스로를 아끼고 사랑해야 할 내가

가장 가혹한 형벌을 내리고 있었기에.


나는 문득 고통으로 몸부림치던 시간들이 아깝게 느껴졌다.

그렇게 긴 터널을 지나온 끝에야,

희미했던 숨이 돌아오듯

앞으로 내딛을 힘이

발끝에서부터 천천히 차올랐다.


제야 나는

오늘의 내 삶의 주도권을 손에 쥘 수 있었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살다 보면 그런 날이 온다.

바라지 않았음에도,

불운이 먼저 찾아와

마음 위에 무게를 두고 가는 날.


그럴 때 단 한 가지만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당신에게는

'당신'이라는 단단한 무기가 있다는 것을.


지금 이 순간에도,

충분히 잘 해내고 있는 당신이라는 증거가 있다는 것을.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오늘을 버텨낼 이유는 충분하지 않을까.


불운은 언제나 그리고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은 잠시 머물다 떠나는 손님일 뿐.

결국, 당신이 잘 보내주면 된다.


우리는 다만,

머물지 말고 흘러가야 할 때를 알아차리면,

그걸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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