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도에서 집으로 돌아오던 길,
끝이 보이지 않는 차들이 도로 위에 느릿하게 뒤엉켜 있었다.
조금이라도 빨리 가고 싶은 마음에 남편이 내비게이션을 켰고,
곧이어 기계음이 낯선 우회로를 안내했다.
익숙하지 않은 방향이었지만 남편은 서둘러 운전대를 돌렸다.
길은 어느새 시골 마을로 스며들더니,
이내 바퀴 아래에서 돌들이 부딪히는 소리가 났고,
양옆으로 우거진 나뭇가지들이
거친 손처럼 차체를 스치며 스산한 소리를 남겼다.
'설마 이러다 길이 사라지는 건 아니겠지?'
우스갯소리처럼 던진 말이었는데,
정말로 길은 그 끝에서 허망하게 끊겨 버렸다.
순간, 남편의 인내심도 바닥을 쳤다.
짧고 날카로운 말들이 공기 속을 맴돌았고,
우리는 결국 왔던 길을 되돌아 천천히 방향을 틀어야만 했다.
그렇게 다시 큰길로 빠져나왔을 땐
얄궂게도 조금 전까지 꽉 막혀 있던 도로가
거짓말처럼 시원하게 뻥 뚫려 있었다.
허탈한 웃음이 나오려던 찰나,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다른 길을 헤매며 시간을 지체했기에,
어쩌면 마주했을지도 모를 큰 사고를 피해
무사히 집으로 돌아갈 수 있던 건 아닐까.
그 막다른 길이, 우리를 잠시 멈춰 세워준 것처럼.
삶을 걷다 보면 그런 순간이 있다.
일이 풀리지 않아 불안이 먼저 앞서고,
원치 않는 길로 멀리 돌아가게 되는 날.
그 순간엔 모든 일이 어긋난 것만 같아 원망스럽지만,
시간이 지나 돌아보면 비로소 알게 되는 때가 있다.
‘아, 그 길이 나를 지켰구나.’
세상에는 끝내 알 수 없는 일들이 너무도 많다.
그래서 나는 벼랑 끝 같은 시련이나
막힌 길 앞에 다다랐을 때,
그 무게에 짓눌려 절망하기보다는
나를 살리는 쪽으로 가만히 마음의 방향을 틀어보기로 했다.
마음의 방향을 바꾸는 일에는
대단한 용기나 자격이 필요하지 않으므로.
그러니 조용히 속삭여 보자.
어쩌면 이 길이 나를 살리고 있는 길일지도 모른다고.
나는, 그 길을 선택하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