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다정의 힘을 믿는 당신께

by 봄볕


내가 사는 아파트는 목요일마다 분리수거를 한다.


유독 무더웠던 여름날,

상자 더미를 버리러 나갔다가 경비 아저씨와 마주쳤다.


땀을 흘리며 분리수거장을 정리하고 계셨는데,

찌푸린 얼굴에 고단함이 묻어 있었다.


나는 집으로 돌아와 얼음을 띄운 미숫가루를 타서

다시 아저씨께로 갔다.

물병은 어떻게 하냐 묻기에,

"돌려주지 않아도 된다, 편히 드시라"는 말을 남기고 돌아섰다.


멀찍이서 뒤돌아본 아저씨의 얼굴이

조금은 편안해 보였다.

그 모습을 떠올리며 집으로 돌아오는 짧은 길,

알 수 없는 뭉클함이 온 몸을 타고 전율처럼 스쳤다.


그 순간 깨달았다.

다정한 위로는 고운 말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예상치 않게 건네지는 작은 마음에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것이었다.


게다가 내가 좋자고 내민 사소한 배려에

되레 내 마음이 더 환하게 밝혀지기까지 한다.


이렇듯 다정은 언제나 남을 향해 흘러가지만,

끝내는 돌아와 나를 살린다.


거창한 격려가 아니더라도

사소한 손끝의 온기는

살아보고 싶은 마음으로 다시 피어난다.


우리의 세상은 여전히 버겁다.


그러나 작은 손길 하나만으로도

무너진 하루는 다시 일어설 수 있다.


아무리 작은 다정일지라도

그 온기는 한 줄기 숨결이 되어

오래도록 마음을 덥힌다.


내일의 나는그저

그 온기에 기대어

조용히 또 하루를 건너갈 뿐이다.


월, 화, 수, 목, 금 연재
이전 08화38.다른 마음으로 사는 너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