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남편의 핸드폰으로 인스타그램을 열었다.
자동차 리뷰와 짧은 애니메이션 영상들.
나의 알고리즘과는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같은 집에 살고, 같은 공간을 나누면서도
손끝이 머무는 세상은 이렇게 다를 수 있구나 싶었다.
며칠 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의 자리에서도
비슷한 감각을 느꼈다.
누군가는 요즘 읽고 있는 자기계발서를 이야기했고,
누군가는 비트코인과 주식 시장을,
또 다른 누군가는 식단과 체중 변화에 대해 말했다.
각자의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애정어린 눈빛이 반짝였다.
그 순간,
하나의 테이블 위에
서로 다른 주파수가 흐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저마다 자신의 세계를 이야기하며 반짝이던
그들의 눈빛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알고리즘으로 살아간다.
자주 보는 것, 자주 반응하는 것,
그리고 오래 머무는 생각들이
우리의 감정과 관심을 만들고,
결국 삶의 방향까지 이끌어간다.
내가 무심히 지나쳤던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하루를 버티게 하는 즐거움일 수 있고,
내게는 지루하게 느껴졌던 것들이
어떤 이에게는 오래 붙잡고 싶은
소중한 세계일 수도 있다는 것을.
예전 같았으면
가볍게 넘겼을 이야기들이
요즘은 조금 다르게 다가온다.
내 알고리즘 바깥의 세상에도
충분히 괜찮은 이야기들이
넘쳐난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까.
그들의 다름에 한 발짝 더 다가가고,
내 우주의 일부를 기꺼이 내어주며,
나는 그렇게 오늘도
서로의 세계를 나누며 살아갈 준비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