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음표와 느낌표

새우타령

by 최연수

시루 속 콩나물처럼

머릿속에 빼곡히 박힌 물음표.

끊어질듯 가냘프지만

그 속엔 철심 같은 생각이 있기에,

사람다운 삶을 버티고 있잖나?


빈 장독에 떨어지는 빗살처럼

가슴 속에 고인 느낌표.

거품처럼 사라질듯 여리지만

그 속엔 구슬 같은 마음이 있기에,

사람다운 삶을 이어가고 있잖나?


때로는 물음표 뿌리가

날카로운 가시 되어

지끈지끈 골치를 아프게 하고,

때로는 느낌표의 꼬리가

올챙이처럼 흐늘거려

변덕스럽게 웃겼다가 울렸다가 하지.


물음표와 느낌표를

알맞게 섞어야지.

누가? 내가!

언제? 지금!

어디서? 여기서!

왜? 사람 답게 살려고!

어떻게? 이렇게!




어렸을 적에는 집집마다 콩나물 시루가 있어서 가꾸어 먹었다. 물만 주면 쑥쑥 잘 자랐다. 빼곡히 다 자란 모습을 보면 물음표처럼 보였다. 무거운 머리에 가냘픈 허리가 금방 꺾어질 듯 하나, 생각보다 튼튼했다. 이 콩나물 시루를 보고 있으면, 내 머릿속에 빼곡히 차있을 물음표를 상상했다. 궁금한 것, 의아한 것, 알고 싶은 것이 참 많았다. 배우고 익혀서 얻은 지식과 정보들로 꽉 차있을 것 같은데, 늘 비어있는 것 같았다.

오랜 가뭄에 목이 탈 때, 소나기가 내리면 시들었던 만물이 소생한 듯했다.

일부러 비를 맞으며 얼마나 소리치며 좋아했던가? 장독대 빈 그릇마다 뚜껑을 열어놓고 비를 받았다. 빈 독 안으로 떨어지는 빗살을 보면 느낌표들이 마구 쏟아져 들어간 듯했다. 한 방울 두 방울 모여 고이면 옹달샘마냥 정겨웠다. 빗방울들이 마치 귀한 구슬처럼 느껴졌다. 내 가슴 속에도 온갖 喜怒哀樂(희노애락)의 감정들이, 이와 같은 느낌표 모양으로 가득 차있을 것이다.

사람들이 사람답게 살아가고 있는 것은 知情意(지정의)가 조화롭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꾸어 말하면 머리, 가슴, 손발이 온전해야 하고, 물음표, 느낌표, 마침표가 제 자리에서 제 구실을 제대로 해야 된다. 그런데 때로는 이 조화가 어긋날 때가 있다. 물음표의 뿌리가 날카로운 가시가 되어 골치를 앓게 하고, 느낌표의 꼬리가 올챙이 꼬리처럼 흐늘거려 변덕부리게도 한다. 難題(난제)를 풀지 못해 물음표를 붙들고 애꿎은 머리를 쥐어박고 있을 때, 閃光(섬광)처럼 떠오르는 解答(해답)! 희노애락의 복잡한 감정에 휩싸여 갈피를 잡지 못하거나, 또는 空想(공상)과 雜念(잡념)에 시달릴 때 교통정리를 해주며 냉정을 되찾게 해주는 물음표와 느낌표.

過熱(과열)된 느낌표의 파토스(pathos)가 爆發(폭발)하려 할 때, 冷情(냉정)한 물음표의 로고스(logos)가 消防手(소방수)되어 식혀주고, 지나치게 신중하여 꼼짝못한 느낌표의 에토스(ethos)를 파토스가 點火(점화)하여 추진하게 하는 것이 개인에게는 이상적인 삶이요, 인류에게는 문화의 발달․향상이 아닌가? 바꾸어 말하면 물음표와 느낌표의 균형 있는 배합 말이다.

그런데 어떤 문제의 岐路(기로)에서의 선택과 결정의 주체는 自我(자아) 뿐이다. 곧 싸르트르가 말한대로 意思(의사)의 주체, 행동의 주체, 책임의 주체는 자아다. 물음표와 느낌표를 알맞게 섞어야 하는 이는 바로 나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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