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노래

새우타령

by 최연수

소리 없이 흐르는 깊은 강물에도

노랫소리가 있다네.

강바닥을 치며 울부짖는

포르테시모의 노래 말일세.


외치며 떨어지는 높은 폭포에도

노랫소리가 있다네.

하늘을 보며 흐느끼는

피아노시모의 노래 말일세.


한 세상 사노라면 깊은 강처럼

두 세상 살더라도 높은 폭포처럼

속내 드러내지 않는

노랫소리가 있다네.


( ‘걷고 쉬고 생각하고’ 에서 전재 )




2014년이면 6년 전 일이다. 팔순 고개를 막 오르면서, 서울에 있는 60 여곳의 공원을 산책하였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걷고 쉬고 생각하고’책으로 엮었다. 그 가운데 용마산 폭포 공원을 산책하면서 떠오르는 詩想(시상)을 즉석에서 적었다.

깎아지른듯한 용마산은 그다지 높지는 않으나, 병풍처럼 펼쳐져 오똑 서있다. 산세로 보아 넓지 않은 공원 같았다. 300여m 언덕길로 올라가니 왼쪽으로 한 줄기 폭포가 눈에 들어왔다. 나이아가라 폭포나 빅토리아 폭포를 상상한 것은 아니지만, 제주도의 천지연이나 정방산 폭포쯤은 되지 않을까 짐작했는데, 별로 크지 않아 약간 기대에 어긋났다. 그러나 더 언덕을 올라가니 폭포 소리가 제법 크게 들려왔다.

경관조망소에 오르니 용마산 절벽이 코 앞에 버티고 있고, 두 갈래의 폭포가 선보이고 있다. 잔디광장으로 내려와 폭포쪽으로 다가갔다. 위쪽에서 바라본 초라한 폭포가 아니라, 아래쪽에서 쳐다보는 폭포는 또 다른 모습이었다. 숨어있던 폭포도 모습을 드러내었다. 중앙의 맏형 용마폭포(51.4m)가 오른 쪽 청룡폭포(21m), 왼쪽 백마폭포(21m) 쌍동이 동생을 정답게 데리고 있었다. 이렇게 의좋은 3형제가 훤출한 모습과 뚝심을 자랑하듯 우렁차게 쏟아져 내렸다.

바위의 절벽과 폭포 그리고 소나무...문득 사슴․거북․학은 없어도 불로초는 있을법한 십장생 병풍이 눈에 떠올랐다. 龍沼(용소)를 향해 목을 길게 빼고 외다리로 휀스에 섰으니, 내가 한 마리의 학이 된 듯. 겸제 정선의 그림 박연폭포가 오버랩 되었다. 송도 3절 천마산 박연폭포앞에서 시를 읊는 황진이 기분을 내어

‘박연폭포 흘러내리는 물은/범사정으로 감돌아 든다

에 에 에루화 좋구 좋다/ 어러럼아 디어라 내 사랑아

간 데마다 정들어 놓고/ 이별이 잦아 못 살겠네......

하고 목소리는 쉬었으나 得音(득음)한 소리꾼 소리를 흉내내었다.

정자에 앉아 쉬는데 용의 초리 소리가 데크레센도가 되더니 뚝 끊어진 것이 아닌가? 도돌이표가 없는 듯 되풀이 되지 않고 갑자기 고요해졌다. 바다의 파도건 골짜기 물이건 단순한 멜로디일지라도 물이 부르는 노래는 어떤 노래라도 心魂(심혼)을 말갛게 해준다. 물보라가 내 가슴 속에서 詩句(시구)로 피어올라 수첩을 꺼내어 끄적거린 게 이 시 ‘물의 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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