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타령
자기는 ‘바담 풍’이라 가르치면서
‘바람 풍’이라 못한다고
꾸지람 하시네.
자기는 온 세상을 휘젓고 다니는데
너희는 입김으로 바람개비도 못 돌리냐고
비아냥거리네.
자기는 여기저기 돌개바람 일으켜
바람피우면서,
바람둥이는 아니라 시치미떼네.
꼿꼿하고 빳빳하면
부러지기 쉬우니,
바람 부는대로 살라 하네.
이렇게 바람 잘 날 없는데,
가지 많은 나무들이
어찌 시름을 잊으리요.
바람 앞의 등불은
이렇게 흔들리는데,
바람이 불어서 배가 간다 하네.
어렸을 적에 선창가 바람받이에서 살았는데 바람이 잦았다. 우리는 어부가 아니었지만, 怒濤狂風(노도광풍)에 하룻밤 새에 風飛雹散(풍비박산)이 되는 어민도 있었다. 어느 해 태풍으로 우리 집도 피해가 컸다. 양철 지붕이 벗겨져 하늘이 보였으니 간이 콩알만해져 벌벌 떨며 날 새기를 기다렸다. 취학할 나이도 되어 그 김에 이사를 하였다. 파도가 아직 노여움을 덜 풀었는데, 배에는 소꿉살이 같은 이삿짐을 싣고, 등에는 어리석다는 말을 지고, 아슬아슬하게 항해를 하였다. 바닷바람에 놀라 이사는 왔지만, 그 후에도 해마다 태풍은 불었다. 춘분이 지난 210일 쯤 되면, 어른들은 210일풍이 불 때가 되었다며 이를 대비하느라고 분주했다. 농어촌의 운명은 이렇게 風雲造化(풍운조화)에 달렸다. 이 풍운을 타서 활동하는 남자를 風雲兒(풍운아)라 하거니와, 요즘 傑出(걸출)한 풍운아들이 풍운조화를 일으켜 온통 세상이 어수선하다.
해방 후 소년 시절 左右翼(좌우익) 고래 싸움에 등 터졌던 작은 새우인 나는, 어쩌면 타임 머신(Time Machine)을 타고 그 때로 돌아간 듯해 등골이 오싹하다. 자기는 博學多識(박학다식)해서 서당 훈장이 되었겠지만, 발음만은 안 좋아 ‘바담풍’(風)이라고 가르치면서, 학생들이 ‘바람풍’이라 하지 않는다고 꾸짖는다. 자기는 능력이 좋아 폭풍이 되어 온 세상을 휘젓고 다니는데, 너희는 입 김을 불어서라도 바람개비를 돌리지, 그런 능력도 없느냐고 빈정댄다. 여기저기 돌개바람 일으키며 난봉부리면서,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자기는 바람둥이가 아니라고 시치미뗀다. 우리 같은 갈대들이야 어차피 바람 부는대로 물결 치는대로 살아야 하지만, 굳이 꼿꼿하고 빳빳하게 굴다간 부러지고 말 것이라며 劫迫(겁박)한다.
정말 바람 잘 날이 없다. 외교․안보․경제․교육....총체적으로 위기다. 대한민국 정부의 정통성과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인하는 세력들이, 이를 바로 잡으려는 檢察(검찰)․言論(언론)을 敵對視(적대시)한다.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날이 없듯이, 대다수의 우리 民草(민초)들에게 어찌 깊은 시름이 없을 것인가? 어부들은 바람이 불어야 돛을 달고 고기잡이에 나간다. 암 그렇고말고. 하지만 순풍이라지 회오리바람 부는 날, 一葉片舟(일엽편주)인 우리나라는 破船(파선)하여 沈沒(침몰)하는 비운을 맞을지도 모른다. 나라가 바람 앞에 등불처럼 가물거리는데, 바람이 불어야 배가 떠나고, 물 들어올 때 배가 떠나야 한다
며 거드름피운다. 이 잘난 조타수들은 앞으로 50년은 키를 놓지 않고, 배를 산으로 끌고 가겠다며 氣高萬丈(기고만장)이다. 말문이 막혀 이렇게 글이라도 쓰고 있는데, 붓을 꺾을 때가 다가오는 게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