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타령
거꾸로 물구나무선 내 친구.
우중충하게 빛바랜 내 친구.
구깃구깃 구김살난 내 친구.
얼마나 흐느꼈을까?
널빤지가 아닌바에야
나부껴야 깃발이지.
축 늘어져 있자니
산 송장 아닌가?
바람은 왠 일로 꾸벅꾸벅 졸고
부슬비는 오지랖 떨어,
꼼짝달싹 못하게
묶어놓고 있는고?
갈기갈기 찢길지라도
저 푸른 하늘 높이
힘껏 휘날리고 싶다.
바람아 불어다오.
겨레와 나라 위해 목숨을 바치니/ 그 정성 영원히 조국을 지키네
조국의 산하여 용사를 잠재우소서/ 충혼은 영원히 겨레 가슴에
임들은 불멸하는 민족혼의 상징/ 날이 갈수록 아아 그 충성 새로워라.
‘현충일의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여느 때처럼 태극기를 달았다. 하늘은 잔뜩 흐린 채 부슬비가 내려 야속했다. 이전에는 하늘도 흐느낀다고 했는데.... 푸른 하늘 높이 힘차게 펄럭거려야할 태극기가 축 늘어져있는 모습이 몹시 마음 아팠다.
공식적인 외교 행사에, 국가의 상징인 태극기를 거꾸로 매달아놓거나, 빛바랜 낡은 태극기를 매달아놓거나, 구깃구깃 구겨진 태극기를 매달아놓거나....
이렇게 忽待(홀대)하는 이 정권을 바라보면서, 현충일 행사가 제대로 진행될까 杞憂(기우)가 앞섰다. 아니나다를까 追念辭(추념사)를 읽는 대통령은 김일성과 함께 북한 정권을 세우고, 6.25 남침의 당사자인 김원봉을 敍勳(서훈)해야 한다고 했다. 抗日(항일) 독립운동가였다는 것이 이유다. 啞然失色(아연실색).
산업화와 민주화로 짧은 기간에 한강의 기적을 이룬 대한민국 정부의 정체성과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執拗(집요)하게 부정해온 종북 좌파 세력들이 執權(집권)하면서, 역사의 反轉(반전)이 이루어졌다. 가장 충격을 받은 것이 곧 태극기와 그와 一心同體(일심동체)인 나일 것이다. 오래 전부터 태극기 배지를 당당하게 가슴에 붙이고 다니는 나를 保守(보수)꼴통으로, 바꾸어 말하면 심지어 죄인, 미치광이, 얼간이쯤으로 삐딱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있었기 때문이다.
태극기는 내 조국이요 내 생명이나 다름없다. 해방 직후 목공소를 하는 아버지께서 제작한 태극기를 들고, 군중들이 만세를 부르던 감격을 잊을 수가 없다. 한편 6.25전쟁 당시 離散家族(이산가족)이 되어, 할아버지댁에 隱身(은신)해 있을 때, 名銜(명함)만한 태극기를 그려 收復(수복)이 될 때까지 호주머니 속에 감추어 지니었다. 발각되면 죽어야하는 판국에 反動(반동)이 아닌가?
이렇게 各別(각별)한 애정을 가졌기에, 내 가슴엔 태극기 배지가 붙어있고, 내 書齋(서재)에는 태극기 手旗(수기)가 걸려있으며, 국경일에 국기 게양은 내 필수 임무가 된 것이다. 그런데 이 태극기가 홀대를 받는 것은 곧 내 인격에 대한 모욕이나 내 생명에 대한 挑戰(도전)처럼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