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타령
덩 덩 쿵따쿵. 덩 따따 쿵따쿵
따 쿵 쿵따쿵. 쿵따쿵따 쿵따쿵
덩 덩 쿵따쿵. 쿵따 쿵따 쿵따쿵
쿵따쿵 쿵따쿵. 쿵따쿵따 쿵따쿵
덩기덕 덩 더러더러 덩기덕 쿵 따.
덩기덕 덩 더러더러 쿠쿵 쿵기덕 더러더러
열채와 궁굴채가
양 복판을 뻔질나게 넘나들며
흥겹게 두들긴다.
고개를 흔들고
어깨 궁둥이를 들먹거리며
신명나게 두들긴다.
그런데 날 언제 두들기나?
난 추임새나 해야 하나?
변죽을 치면 복판이 운다 했는데...
해방이 되자 풍물패들이 활개를 치며 거리를 누비었다. 그 흥겨운 가락과 멋진 몸짓에, 나도 모르게 어깨를 들썩거리며 뒤따라 다녔다. 어린 동생은 소고로 법구놀이를 흉내 내며 동네 어른들의 귀여움을 받았다. 그 가락은 내 가슴 속 깊이 마르지 않은 샘에 고였다. 교직에 있을 때 이 샘에서 솟아오른 샘물은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적셨다. 운동회나 학예회에서 어김없이 선보여 박수를 받은 것이다.
복지관 풍물반 문을 두들겼다. 내 몸 속에 핏줄처럼 흐르고 있는 ‘傳統(전통)’ 가락이, 磁石(자석)에 끌리듯 끌려갔다. 장구․꽹과리․북․징. 아직 서툴지만 배울수록 빠져들었다. 세마치․별달거리․휘모리․굿거리....열채와 궁 글채로 양쪽 복판을 뻔질나게 넘나들며 두들기면, 이마에 송글송글 땀이 맺히고 온 몸과 맘에 쌓인 묵은 찌꺼기들이 송두리째 蒸發(증발)된다. 흥이 나면 고갯짓과 어깨와 궁둥이까지 들먹거리며 신명나게 두들긴다.
口音(구음)으로 ‘따’는 天(천)과 陽(양)을, ‘쿵’은 地(지)와 陰(음)을, ‘덩’은 天地人(천지인)을 통합한다는, 太極(태극)의 조화, 宇宙(우주)의 均衡(균형)을 이룬다는 것이다. 이런 거창한 철학을 몰라도 깊은 맛에 빠져든다. 그런데 양쪽 복판을 주로 두들길 뿐, 가장자리 변죽은 별로 치지 않는다. 가물에 콩 나듯 어쩌다 한 번 치고 만다. 물론 민속악의 雜歌(잡가)나 民謠(민요), 그리고 散調(산조)는 원칙적으로 채편의 변죽을 쳐서 복판을 울리게 한다지만.
‘변죽을 친다’는 말은 本論(본론)을 말하지 않고 에둘러서 말함으로서 간접적으로 알아차리게 한다는 뜻이다. 말과 속내, 사고와 행동이 다르다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으나, 눈치로 깨닫게 하는 弄談(농담)․才談(재담)을 즐기고 比喩(비유)와 隱喩(은유)로 글쓰기를 즐기는 나에게 그런 면이 없지 않다. 그래서 변죽이 되었나? 변죽이니까 그러나? 복판이 되어 흥겹게 소리를 울려 많은 사람들을 사로잡지 못하고, 스쳐지나가듯 고작 몇 번 치는 변죽으로 살아 왔다. 머리 좋고 재주도 많다는 말을 더러 듣기는 했지만, 복판에 서지 못한 채 가장자리 변두리에서 추임새나 해주는 사람으로.
이 나이에 복판으로 비집고 들어간들 어느 채가 멋지게 두들겨줄 것 같지 않고, 다시 복판으로 태어나긴 불가능하다. ‘변죽을 치면 복판이 운다’는 속담으로 스스로 위로하면서 ‘내 모습 이대로...’사는 것이 하나님 뜻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