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손가락

새우타령

by 최연수

새끼손가락만으로는

믿을 수 없기에,

엄지손가락을 맞대며

약속을 한다.


맞대는 것 만으로는

미심쩍어,

무인(拇印)을 찍어

신분을 보증한다.


가장 으뜸이라고 엄지 척.

아주 잘 했노라고 엄지 척.

네 손가락을 누를 수 있건만

네 손가락에 눌려 엎드리는...


가장 길면서도

가장 짧게 드러나

꽃반지 한 개도 끼워보지 못한

엄지손가락. 우리 어머니.


(2019. 3. 28)




다섯 손가락이 자기 자랑을 한다. 무지(拇指)인 엄지손가락은 자기가 첫째라 며 엄지척을 한다. 검지인 집게손가락은 물건을 집을 때, 음식 맛을 볼 때, 무엇을 가리키거나 골무를 낄 때 요긴하게 쓰인다고 자랑한다. 중지(中指)인 가운뎃손가락은 가장 키 크고 한 가운데 자리 잡고 있으므로 맏형이라 우쭐댄다. 약지(藥指)는 별로 자랑거리가 없어서, 무명지(無名指)라 자칭하며 한참 시치름하게 있더니만, 맛을 보는 일은 자기 몫이요, 귀금속 반지․가락지는 자기 차지라고 뽐낸다. 작고 여린 새끼손가락은 가만히 움츠리고 있다가 대뜸 “그래도 내가 없으면 병신이야!”고 해서 모두들 웃긴다. 이어서 “내가 없인 약속을 못해!”하고 고개를 곧추 세운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아프지 않은 손가락 없다’는 속담은 아이 여럿을 키운 부모들은 偏愛(편애)없이 똑같이 키운다는 뜻이다.

아이들과의 하찮은 약속을 할 적에 새끼손가락을 걸고, 더 굳게 약속을 하려면 엄지손가락까지 맞댄다. 한편 확실한 보증은 엄지손가락의 몫이다. 그 래서 중요한 계약서에도 도장이 아니면 指章(지장)이라는 무인(拇印)을 찍는다 주민등록증을 발급 받을 때에도 무인을 찍었다. 각 개인의 지문(指紋) 특히 엄지손가락 무늬는 세상에 둘도 없는 그야말로 고유한 무늬라는 것이다. 그 러니까 고유명사(固有名詞) 중 고유명사인 셈이다.

그런데 엄지손가락을 물끄러미 들여다보고 있으면, 우리 네 자녀를 키운 어 머니 생각이 나곤 한다. 어버이 계실 때 섬길 일만 다 하여라.

지나간 후면 애달프다 어찌 하리.

평생 다시 못할 일이 이 뿐인가 하노라.

정철의 시조를 읊고 자랐건만, 생전에 효도다운 효도를 해보지 못한 채 여의고,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그 일부가 손목 가까이까지 뻗어 있어, 사실 解剖學的(해부학적)으로는 엄지손가락이 가장 길고 크다고 한다. 겉으로 나타내 보이지 않는 능력과 지혜, 밖으로 드러내지 않는 숨은 노력과 수고를 어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으랴. 하나님은 자신이 모든 곳에서 있을 수 없어서 어머니라는 존재를 만들었다 하지 않은가?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고, 가장 으뜸이라고 해서, 아주 잘 했다며 추켜세울 때 엄지척 하는 까닭도 그래서일 것이다. 이렇게 엄지손가락은 네 손가락을 위에서 으스대며 누를 수 있지만, 늘 네 손가락을 아우르며, 그 아래 숨죽이며 엎드려 있기만 하였다. 꽃반지도 끼어보지 못한 채, 하늘나라로 가신 우리 엄지손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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