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 타령

새우타령

by 최연수

에헤야디야 얼씨구 좋다.

등 굽었다고 늙은이면. 초승달도 늙은이랴.


허리 꼬부라져 늙은이면 무지개도 늙은인가?

얼씨구 좋구나 좋다. 절씨구 좋다 좋아


젊어서도 늙은이. 늙어서도 늙은이.

등 굽어 늙은이. 바다 늙은이 海老라네.


에헤야디야 얼씨구 좋다.

등 굽어 손주들 못 업나, 지느러미 없어 헤엄을 못 치나.

허리 휘어 지팡이를 짚나, 눈 작아 돋보기를 끼나,


얼씨구 좋구나 좋다. 절씨구 좋다 좋아.

수염 길다고 거들먹거리나, 허리 구푸려 절하는데,

투구 썼지만 싸움질하나, 고래 싸움에 등만 터지는데.


에헤야디야 얼씨구 좋다.

성난 파도 아랑곳없이, 깊은 바다 偕老同穴(해로동혈)

一夫從事 女必從夫 海老偕老 百年偕老(백년해로).


얼씨구 좋고 좋다. 절씨구 좋고 좋아.

새우잠 깨고 손주들 오너라. 새우깡 줄께 어서 오너라.

생우 새뱅이 새비 징기미 팔도 새우들도 다 모이소.


에헤야디야 얼씨구 좋다.

덩실덩실 춤을 추세. 열 손 들고 새우춤 추세.

곱새춤이라 웃거나 말거나, 기쁨에 취해보세


얼씨구 좋구 좋다, 저절씨구 좋다 좋아.

못 생겨도 우리 할매, 못 났어도 우리 할배.

허리 폈다 굽혔다, 이래봬도 재주 좋제. 잉!




어렸을 적에 土蝦(토하)젓을 좋아했다. 짙은 갈색의 민물 새우인 생이로 만든 젓갈이다. 어른이 되어 서울에 올라와서는 시장에서 본 일도 없고, 아는 이도 없었다. 이따금 먹고 싶어도 먹을 수 없었다. 대신 새우젓갈로 만든 김치를 먹게 되고, 삼겹살을 먹거나, 비지를 먹을 때는 새우 젓갈이 제격이다. 물론 새우 튀김이나 새우 탕수육을 맛있게 먹곤 한다. 심지어 새우깡도 맛있게 먹지.


그런데 문인화를 그리면서 새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魚蟹圖(어해도)라면 고기와 게인데 새우도 포함되는 것이다. 처음엔 왜 새우를 그리는지 궁금했는데, 알고보니까 뜻이 깊었다. 한 마디로 늙은이를 상징하는 것이다. 아닌게아니라 등 굽은 것이 노인과 비슷하다. 그릴수록 韻致(운치)가 있어 보여 나도 이따금 그린다.

말 장난 같지만, 옛 선비들은 새우는 게·조개와 함께 단단한 껍데기로 덮여 있어 굳은 志操(지조)를 나타낸다고 한다. 지조는 옛 어른들이 따르려는 德目(덕목)의 하나였다. 한편 허리 굽은 노인을 比喩(비유)하여 바다의 노인 곧 海老(해로)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데, 발음이 偕老(해로)와 같아서 백년해로(百年海老)로 쓰기도 한다.

새우는 종류가 많다. 큰징거미새우를 비롯해서, 킹타이거새우·대하·홍새우·블랙타이거새우·흰다리새우...뿐만아니라 지방에 따라 이름도 가지각색이다. 새비·생우·새뱅이·징기미...다리와 더듬이가 사람의 팔다리로 변해 덩실덩실 춤추는 그림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어떤 종류 어느 지방 새우라도 모두 모여 한바탕 춤판을 벌이자는 것이다. 나도 새우니까 말이다.

海老同穴(해로동혈)이란 깊은 바닷속의 海綿体(해면체) 한 구멍 안에, 새우 한 쌍이 살고 있다는 것에서 유래한 말이다. 東草綱目(동초강목)에‘혼자 여행 시 새우를 먹지 말라’는 말이 있다. 補陽强壯濟(보양강장제)라니까 늙어도 스테미나가 넘치라고, 古稀(고희)·八旬(팔순) 기념으로 새우 그림을 선사하는 것도 그런 뜻이라고 한다. 나도 아내 팔순 때 이 새우 그림을 그려주었다. 소매 긴 김에 춤춘다 했듯이, 아직 허리 굽지 않음을 감사하며, 곱새춤이라도 덩실덩실 춤을 추자고 이 새우타령을 썼다. 우리 민요 가락에 맞추어...얼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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