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타령
도리깨에 실컷 두들겨 맞고
비로소 햇빛을 보았는데,
내가 기니 네가 짧으니
토닥거려야 하나?
달궈진 번철에서 들볶이어
비로소 고소해졌는데,
나는 희니 너는 검으니
티격태격해야 하나?
착유기에서 숨 막히도록 눌리어
기름 되어 나왔는데,
물 위에 몇 방울 띄워놓고
몽땅 참기름이라 파느뇨?
차마 물과 섞일 수 없어
이렇게 둥둥 떠 있는데,
물보다 가볍다고 빈정대는
거짓 기름들이여!
참기름은 못 될지라도
볶은 깨가 되거나
고소한 깨소금이 되어
깨 쏟아지는 세상 이루었으면...
6.25 전쟁 종전 후 학창 생활 때 자취를 했다. 한동안 소금물이 반찬이었다. 걸러놓은 소금물에 참기름 몇 방울, 고춧가루 약간 섞어서 먹었는데 참기름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50년대 말, 직장으로 참기름 장수가 왔다. 그 때도 자취를 하고 있어서 참기름이 필요했다. 뚜껑을 열고 냄새를 맡았더니 고소했다. 덜컥 샀다. 집에 와서 음식에 넣었으나 맹탕이 아닌가? 물병 위에 참기름 약간 띄워놓은 것이다. 곧 참기름이 아니고 거짓 기름인 것이다. 그 당시 참기름뿐만 아니라 이런 行商(행상)들의 사기 행각이 잦았다. 이후 참기름을 살 때는 반드시 참기름과 거짓 기름을 확인하게 되었다.
어린 시절 외가에 가서 참깨 농사를 눈여겨 보았다. 참깨 나무를 거두어 널따란 멍석 위에 깔아 며칠 동안 말렸다가, 도리깨로 두들기면 참깨가 쏟아져 나왔다. 덜 여물어 흰 것부터 잘 여물어 검은 것...이것을 뜨겁게 달군 솥 뚜껑이나 燔鐵(번철) 안에 넣고 볶았다. 톡톡 튀기 시작하면 꺼내는데, 조금씩 집어 먹으면 얼마나 고소한지...많이 먹으면 이(虱)가 생긴다는 바람에 많이 먹지도 못했다. 이것을 방앗간에 가서 기계(착유기 窄油器)에 넣어 짜면, 참기름이 되어 흘러나오는데 참 신기했다. 기름을 짜고 남은 찌끼를 깻묵이라 했는데, ‘깻묵에도 씨가 있다’며 거름으로 썼다. 버릴 것이 없었다.
도가니나 용광로 속에서 단련되어야 금․은․철 등이 되어 나오듯이, 이런 연단을 통해 기름이 되었기에 ‘참기름’이라 하지 않는지... 그런데 아무런 노력 없는 맹물이 참기름 행세 하는 것은 얌체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특히 정치 지도자 가운데 사리사욕에 눈이 어두운 이런 위선자를 政商輩(정상배)라 하지 않는가? 반면 온갖 시련을 함께 겪으면서 공동 운명체가 된 이른바 참깨 同志(동지)들 끼리, 기니 짧으니, 희니 검으니 티격태격 싸우는 모습을 보면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깨알 같다는 말이 있듯이’ 비록 알이 작고, 참기름은 아닐지라도 모질게 두들겨 맞고 뜨겁게 볶아져 볶은 깨가 되거나, 소금과 섞이어 깨소금이 되어, 음식물 속에 들어가 고소한 맛을 낸다면 오죽 좋을까? 신혼 부부의 달콤한 사랑을 ‘깨 쏟아진다’ 하거니와, 맹물이면서 참기름 행세하지 말고, 볶은깨나 깨소금이 되어, 깨 쏟아지는 세상을 이룩하는 지도자들이 되었으면...나는 종종 散文(산문)이 참깨라면, 이를 압축해서 짜낸 眞髓(진수)가 韻文(운문)인 詩라고 비유한다. 이 시 ‘참기름’도 그렇게 씌어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