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꽃

새우타령

by 최연수

파랗게 흘린 물감 위에 흩뜨린

점.점.점...

돋보기 안에서라야 피어난

앙증맞은 꽃.

갖출 건 다 갖추었는지

이름은 뭣인지.


하나님이 창조한 귀한 꽃인데

설마 이름이 없으랴.

쥐똥나무,노루오줌,

개불알꽃, 며느리밑씻개...

하다못해 이런 이름도 있는데.


무명화라 하기엔 너무 애틋해

‘점점꽃’이란 이름표를 달아주었지.

하나님이 달아준 내 이름표도

‘점꽃’이 아닌가?

네가 나이고 내가 너로군.




딸내미와 함께 봄나들이를 갔다. 산엔 진달래․개나리가 거의 지고, 벚꽃과 목련화도 빛이 바랬다. 철쭉과 영산홍이 제 철을 맞아 자태를 뽐내고 있다. 잔디밭 저만치에서는 앉은뱅이꽃(제비꽃)과 민들레가 눈짓을 한다. 어렸을 적 부터 사귀어온 竹馬故友(죽마고우)들이다. 그런데 파란 물감을 흘린듯한 이끼 위에 작은 싸라기나 고운 소금 같은 것이 흩뿌려져 있다. 꽃 같긴 한데...

맨눈으로 보기엔 너무 작다. 돋보기라야 자세히 살필 수 있는데, 안경을 닦아가면서 가까스로 살펴보았다. 꽃이 맞다. 제법 꽃잎도 있는 앙증맞은 꽃이 다. 꽃술이 눈에 띄지 않는 걸로 보아 胞子(포자)로 번식하는지 모른다. 하나님께서 창조한 생물이라면 이름이 없을 리 없건만, 寡聞(과문)한 내가 이름을 알 까닭이 있으랴. 쥐똥나무, 노루오줌, 개똥참외 심지어 개불알나무(괴불), 며느리밑씻개 같은 재미있는 이름도 있는데, 아무리 작다고 이름이 없다면?

善心(선심)쓰듯 내가 作名家(작명가)가 되어 지어주기로 했다. 이름 모른 ‘무명화(無名花)’라 하기에는 너무 애틋하다. 그래서 그의 四柱八字(사주팔자)와 관계없이 이름을 지었다. 싸라기꽃, 좁쌀꽃, 깨알꽃....여러가지 이름을 떠올리다가 点(점)을 흩뜨려 놓은 것 같아 마침내 ‘점점꽃’이라 부르기로.

아버지가 된 내가 아들 딸 이름을 짓는데, 行列字(항렬자)를 따르지 않고 뜻있고 쓰기 쉬우며 부르기 좋은 이름을 짓기로 하였다. 그래서 큰대(大)자와 보배진(珍)자를 넣기로 했다. 손주들도 잘 믿자고 믿을신(信)자를 넣었다. 이렇 게 자기는 그럴싸하게 멋진 이름을 지었으면서, 아무리 작기로서니 ‘점점꽃’이라니...그가 생각이 있다면 퍽 서운하겠지.

사실은 나도 ‘点洙’라야 제 격이다. 모든 것이 작은 점 같기 때문이다. 지나치면 눈에도 띄지 않은 내가, 이 나이까지 살고보니 문득 이 점꽃이 바로 나 임을 깨닫게 된다. 고질병이 고칠병이 되고, 빚이 빛이 되며, Impossible이 I'm possible이 되며, 크고 무거운 짐도 점이 되며 심지어 님이 남으로 변하는 것은 모두 점 하나 때문이지 않나? 뻥튀기어 자신을 브랜드로 삼는 자기 PR 시대에 살고 있지만, 타인의 인정과 찬사 뒤에 숨어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하는 사람이 하나님이 보시기에 더 좋았다 할지 모른다. 점점꽃아, 서운해하지 마라. 너와 내가 하나님께서 指名(지명)하여 불러주신 하나님의 아들 쌍둥이일지도 몰라.(사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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