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멧새 1 19화

어머니

by 최연수

“엄마!”

“내 용알...”

미인 크레오파트라의 목소리가

아니다.


“엄니!”

“오냐, 내 새끼...”

신 사임당의 목소리가

아니다. 아니다.


“어머니!”

“그래, 내 아들...”

성모 마리아의 목소리가

아니다. 아니다. 아니다.




“어머니!”

이렇게 부를 수 있는 것 만이라도 행복합니다. 申師任堂이나 韓石峯․孟子의 어머니, 또는 코르네리아 부인(夫人)이나 구약의 한나, 혹은 성모(聖母) 마리아가 아니라도 당신은 나의 어머니입니다.

어찌하여 나는 그 동안 예쁘고 날씬한 어머니, 지식이 많고 교양 있는 어머니, 부유하여 용돈 많이 주는 어머니, 재주 많고 인기 있는 어머니를 울타리 밖에서 찾고 있었을까요?

비록 현모(賢母)가 아니더라도, 다른 어머니와 비교할 수도 없는 오직 한 분인 어머니입니다. 당신의 따뜻한 입김, 보드라운 손길을 느낄 수 있고, 그 곁에 누울 수 있는 것 만이라도 행복합니다. 살아계신 것 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이유를 내세우고, 조건을 붙였던 과거를 뉘우칩니다. 오래 살아계신 것 만으로도 만족합니다. 지난 잘못을 용서하소서!

* 1963년 5월 8일의 일기.

* *

어머니는 빈농(貧農) 출신으로, 학교는커녕 서당(書堂)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채, 19살 앳된 나이에 시집을 왔다. 한국 현대사의 격동기(激動期)에서, 평범한 주부로서 3남매를 낳고 길렀다. 만 46세에 홀로 되고, 이어서 49세에 외동딸을 가슴에 묻었다. 사직하고 고시 공부에 파묻힌 나의 뒷바라지와 식솔(食率)들을 거느리고 파란반장(波瀾萬丈)한 생애를 엮어왔다. 노후 20여 년간 반짝 식생활 걱정을 안 했을 뿐, 인동초(忍冬草) 그대로였다. 1989년 8월 15일 만 75세를 일기로 하늘나라로 가셨다. ‘엄마’ 라는 동시 (동시집 ‘집보는 날’에 게재)에 이어, 두 번째의 시인 셈인데, “어머니!”라고 부르는 것 만으로도 모든 것을 함축(含蓄)할 수 있다. 다른 무슨 수식어(修飾語)가 필요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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