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돌 같이
단단한 껍데기
울퉁불퉁
주름잡힌 겉거죽.
호도는 너.
고소한 맛.
그윽한 향기.
그 껍데기 속에
요런 알맹이가 있다니.
너는 호도.
1962.6
* 상수 동생을 胡桃로 부름. ‘그림자의 발자국(2)’에 게재
1942년 7월 6일(음5.23). 세계제2차대전이 막바지에 오를 때였다. 7살 터울로 동생이 태어났다. 어린애를 좋아한 나는 어린 동생이 얼마나 귀엽고 예쁜지, ‘기생보다 더 예쁘다’고 했단다.
유치원과 학교에서도 모든 면에서 두각(頭角)을 나타내어, 선생님들의 칭찬을 받고, 친구들의 인기도 모았다. 중학을 졸업하고, 성남고등학교에 입학하였다. 그런데 때마침 고향집이 소실(燒失)되자, 온 가족이 알몸으로 상경(上京)하였다. 나의 박봉(薄俸)으로는 생계가 어려웠고, 아버지께서 하는 일마다 적자(赤子)요 따라서 부채(負債)만 늘었다.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아버지는 병석에 눕게 되어, 집안에 어둔 구름이고 몰려들었다. 마침내 나는 병역(兵役)문제와 고시(高試)문제로 사직(辭職)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학업이 난관(難關)에 부딪치고, 진로가 불투명(不透明)했다. 방황하기 시작했다. 위선자(僞善者)를 혐오한 그는 스스로 위악자(僞惡者)라 자처하면서, 성격이 거칠어지고 생활이 무질서해졌다. 물론 학업에도 열중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못 마땅해 실망(失望)하며 질책(叱責)도 하였다. 하지만, 나는 환경(環境)과 상황(狀況)의 탓으로 여겼을 뿐, 그의 본성(本性)을 의심하거나 행동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았다. 청소년기의 일시적인 일탈(逸脫)로 여기면서, 회귀(回歸)를 의심하지 않고 위로와 격려를 해주었다.
그는 모든 면에서 나와는 대조적이었다. 외향성(外向性)이고 사교적이며, 승부욕(勝負慾)이 있어 적극적이다. 대담(大膽)하고 진취적이다. 오히려 내게 부족한 면을 보완해주는 좋은 점이 많았다. 그래서 나는 복숭아로 자처하면서, 그는 호도(胡桃)라 불렀다. 겉 껍데기는 딱딱하고 우락부락하게 보이지만, 그 속에는 고소하고 달콤한 알맹이가 있지 않은가? 지적(知的)이면서도 다정다감(多情多感)하고 낭만적(浪漫的)이어서, 사람을 끄는 인력(引力)이 있었다.
그는 2006년 10월 26일, 만 64세를 일기로 하늘나라로 갔다. 나는 비익조(比翼鳥)의 날개 하나가 떨어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