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멧새 1 17화

향로를 치우고

by 최연수

하이얀 나비들이

향을 태울 때마다,

상주는 곡을 해야 합니다.


이틀 밤 뜬 눈으로

주검을 지키다보니

그 누가 왔는지 누가 갔는지.


향로가 이리 고운들

님이야 알까마는,

향로가 고와야 나비가 온답니다.


차라리 오지나 말면

향로를 치우고,

혼자서 흐느낄 수 있으련마는....


* 아버님 1961.5.5 별세




1961년 5월 5일, 아버님께서 별세하였다. 몇 년 동안 병석(病席)에 누워 계셨지만, 설마 그토록 쉽게 가시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내 나이 만 25세에 처음 당하는 상사(喪事)요, 사직(辭職)한 처지에서 당하는 일이라, 어찌할 바를 몰랐다. 아버님을 여의게 된 슬픔보다는, 장례비를 어떻게 마련하며, 어떻게 장례를 치를 것이냐는 문제로, 머리가 아프고 가슴이 답답하였다.

이튿날부터 한 사람 두 사람 조문객(弔問客)이 왔다. 천리 타향에서 친척도 없고, 고인이 덕을 쌓은 것도 없으며, 상주(喪主)가 명망 있는 사람도 아닌데, 조객(弔客)이 많을 리가 없었다. 몇몇 가까운 친구와 전 직장 동료들이 와사 모든 일을 추진하였다. 상주는 향(香)을 태울 때마다 곡(哭)만 하라는 것이다. 감정을 드러내지 말고 숨겨야 한다는 것이 어른들의 오랜 가르침인데, 왜 곡을 하라는 것일까? 넋이 나간 채 눈물은 말랐는데, 웬 의례(儀禮) 의식(儀式)은 그리도 많고 복잡한지...참 괴로웠다. 염습(殮襲)할 때야 비로소 슬픔이 복받쳐 대성통곡(大聲痛哭)했다.

숙소에서 멀리 관악산이 보인다. 그 기슭에는 신림동 시립 공동묘지가 있다. 고개만 들면 산자락이 눈에 들어오고, 왈칵 눈물이 눈앞을 가리곤 했다. 눈 앞에 꽃들이 피어있다. 흰 나비가 자주 드나든다. 소복(素服)을 입고 문상(問喪)을 왔다가, 향로(香爐)에 향을 피우고 떠난다.

나비들도 곱고 향내나는 꽃들만 찾아든다. 그 때마다 지난 상처(傷處)들이 도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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