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멧새 1 29화

내 낙타를

by 최연수

사랑하는 내 낙타를

아끼고 아낀 내 낙타를

죽여야만 하느냐?

그리하여 목을 축여야 하느냐?


잔일할손!

열풍에 검게 탄 모래 모래...

가도 가도 가없는 사막.

앞서 가던 대상들의 발자국도

재 되어 다 흩날렸구나.


지평선 멀리

야자수 그늘진 저 곳이,

신기루냐?

참말 오아시스냐?


태양이 작열하는

이 적도 암흑대륙에서,

내 사랑하는 낙타를

죽여야만 하느냐?

아끼던 내 낙타를

모래밭에 묻어야 하느냐?




다육(多肉) 식물인 선인장(仙人掌)은 사막(砂漠) 지대에서 생존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마찬가지로 낙타(駱駝) 역시 눈․발바닥 등 사막지방에 잘 적응할 수 있는 생리적 특성(特性) 갖추고 있다고 한다. 동물원에서 보는 낙타는 아주 유순(柔順)한 모습인데, 그리도 강인(强靭)한 면이 있다는 것인가?

물을 한 번 마시면 며칠 동안이나 물 없이 살 수 있는 몸의 구조를 갖고 있다고 한다. 곧 땀을 흘리지도 않을 뿐 아니라, 혹의 지방분(脂肪分)을 분해하여 물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25Kg의 지방으로 약 40ℓ의 물이 된다니 대단한 저수량(貯水量)이 아닐 수 없다. 한편 혈액의 수분까지도 몸의 필요한 부분에 쓸 수 있다는 것이다.

대상(隊商)들이 땀도 즉시 증발(蒸發)하는 열사(熱砂)의 땅을 헤매다가 길을 잃고, 심한 탈수(脫水)와 갈증(渴症)에 시달리게 되면, 낙타를 죽여서 저수(貯水)된 물로 해갈(解渴)한다고 한다.

과연 저수관(貯水罐)이 있는지, 낙타를 죽여서 목을 축이는 것이 한낱 속설(俗說)인지 알 길이 없다. 하물며 열풍(熱風)이 휘몰아치는 사막을 여행해본 일이 없고, 낙타를 길러본 일이 없는데 이건 완전한 상상이다.

태양이 작렬(炸裂)하는 적도(赤道) 하의 사막, 땅이 번철(燔鐵)이 되어 모래조차 볶은 깨처럼 까맣게 톡톡 튀는 정오(正午). 오아시스(oasis)로 알고 찾아온 곳이 신기루(蜃氣樓)였다면...

기아(饑餓)와 허약(虛弱). 한계상황(限界狀況) 속에서 기진맥진(氣盡脈盡) 고사장에서 졸도(卒倒)를 했다. 이제는 더 이상 살아야 할 의미(意味)와 가치(價値)가 없는 폐품(廢品)이라는 극단적인 생각에 치닫고 있었다. 죽기 아니면 정신병자 될 것 같았다. 내 낙타인 고시를 죽여서 해갈한 후 모래땅에 묻어야만 하느냐는 문제를 놓고 이렇게 오열(嗚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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