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멧새 1 26화

꿈이지만

by 최연수

한 줄기 환한 햇빛이

살이라면 햇살이라면,

창호지 한 장 쯤이야

뚫으련마는.


한 줄기 시원한 바람이

물이라면 물줄기라면,

저 문틈으로

스며들지 못하랴 어찌.


활짝 열어젖히면

푸른 하늘 탁 트이련마는,

흙속에 뿌리를 내려야 하기에

햇빛이 바람이 이리 그립다.


이 잎이 날개가 된다면

이 꽃이 바람개비 된다면,

아, 그건 꿈이지만

꿈이지만 그리 된다면.




꿈이 많았다. 눈만 감으면 꿈을 꾸었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평소에 사연(事緣)이 많고 고민(苦悶)이 많은 때문이라면, 웬 사연이 그리도 많고 무슨 고민이 그리도 많았을까? 악몽(惡夢)․흉몽(凶夢)을 꾸고 나면, 이것이 현몽(現夢)․현몽(顯夢)으로서 불상사(不祥事)의 예고편(豫告篇)이 아닌가 불쾌하다.

그러나 어쩌다 길몽(吉夢)이라도 꾸고 나면, 그럴 듯하게 해몽(解夢)하여 앞으로의 행운(幸運)을 점쳐보기도 한다. 참으로 나약(懦弱)한 존재다.

식물성(植物性) 인간인 자아(自我)가 불쌍하다. 한 곳에 뿌리를 박고 꼼짝달싹 못한다는 것이 측은(惻隱)하기 짝이 없다. 창이 밀폐(密閉)된 감옥(監獄) 같은 공간에서, 환한 햇빛과 시원한 바람이 얼마나 그리운가?

이 이파리가 날개라면 저 푸른 하늘로 훨훨 날아갈 텐데, 이 꽃송이가 바람개비라면 뱅글뱅글 돌면서 시원한 바람을 일으킬 텐데...

옛날에는, 다행히 고시(高試)에 합격하면 청운(靑雲)의 꿈이 실현된 것이지만, 불행히 낙방하면 평생 낙오자(落伍者)라는 질곡(桎梏)에 묶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인생을 도박(賭博)한다. 마역(痲藥)에 중독(中毒)된 것처럼 미련을 버리지 못한 채, 꿈이라도 합격했으면 하는 백일몽(白日夢)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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