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멧새 1 25화

소리 없는 노래

by 최연수

가슴속에서 맴돌다

사라진 노래.

뜨겁게 과졌기에

흐르지 못한 노래.


소리 없는 노래가

어찌 메아리치며,

흐르지 못한 노래가

어찌 맑으랴.


노래야, 내 노래야.

소리 없어도 좋아라.

흐르지 못해도 좋아라.


가락 가락 굳어

구슬 되어 나오면,

알알이 실에 꿰어

목에라도 걸자꾸나.


노래야 내 노래야.

메아리가 없어도 좋아라.

맑지 않아도 마냥 좋아라.




노래를 좋아했다. 좋은 성대(聲帶)와 좋은 발성법(發聲法)으로 노래하는 성악가도 아니고, 어떤 악기(樂器)하나 제대로 연주(演奏)할 줄 아는 기악가도 아니다. 그저 좋아서 흥얼거리고, 노랫소리가 들려오면 리듬에 맞춰 손뼉을 치고 발을 까딱거릴 정도다. 돼지 멱 따는 소리, 뚝배기 깨진 소리면 어떠랴. 그래야 응어리가 풀리고 앙금이 풀리니까.

진동(振動)이 없는데 무슨 소리가 있어 메아리를 부르며, 음파(音波)가 없는데, 어느 누구의 마음에 파문(波紋)을 일으킬 수 있으랴.

흐르지 못한 채 괴어 있는 물에는 이끼가 끼고 흐려지는 것처럼, 흐르지 못한 노래 또한 썩어 냄새가 날 게 아닌가? 그래서 벙어리 냉가슴 앓듯, 가슴 속에서만 뜨겁게 끓다가 고여진 노래다. 마침내 사리(舍利)처럼 딱딱하게 굳어서 구슬 되어 나오면, 다행히 실에 꿰어 목걸이 만들어 목에라도 걸 텥데, 가시처럼 목에 걸려 삼키지도 뱉지도 못한다면 어떻게 하랴.

갖고 싶은 노래, 하고 싶은 노래, 이루고 싶은 노래, 누리고 싶은 노래....가슴앓이처럼 부글부글 끓다가 한(恨)으로 맺히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까짓 음치(音癡)면 어떠랴. 그저 입 밖으로 나오기만 해 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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