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불면 바람결따라
흔들리는 너였기로,
섧지는 않으리
물결따라 흘러간들.
거슬러 흐르려는 네 뜻을
물이야 알랴마는,
송사리떼에 물으면
그들 이야기를 들려주리라.
보아라 저 해를!
나뭇가지에만 메달린 게 아니잖느냐?
네 푸른 피가 철철 흐른 한 여름에도
앞서 동동 떠내려 갔잖느냐?
거슬러 갈 듯하다가도
돌다 돌다 다시 떠내려갈지니,
차라리 가볍게 흘러가라.
물결 따라 어디까지라도.
차라리 꺾일지언정, 결코 휘어지지는 않으리라.
고시에 낙방하면 차라리 투신(投身)해버리겠다는 비장한 각오(覺悟)였다.
“흥, 그래 보시지...”
운명의 신은 이렇게 가소(可笑)롭다는 듯이 조롱(嘲弄)한 것이다. 인생 문제가 그러한 흑백(黑白)논리로 해결되는 줄 아느냐는 것이다.
송사리가 흐르는 물을 거슬러 올라간다고 안간힘을 다하지만, 결국 물결 따라 흘러가는 게 아니냐? 저 해도 한 나뭇가지에 걸린 채 옴쭉달싹하지 못한 걸로 아느냐?
가지에 매달렸을 적에 미풍(微風)에도 흔들렸던 이파리가 아니었는지 돌아보아야 하거늘, 이제 낙엽(落葉)이 되어 바람에 굴러다니다가, 냇물에 떨여졌는데, 물결 따라 흘러가지 않겠노라고, 발버둥친들 뭘 하랴. 지금 송사리떼에게 물어보라. 세상살이의 이치를 깨우쳐 주리라. 낙엽이 된 나를 스스로 달래어 본다.